길병원 성영희 교수 “조기 발견 예후 좋아, 세심 관찰 중요”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노인에게 자주 발생하는 파킨슨병은 단순 노화로 오해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인에게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변인들이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성영희 교수(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홍보이사)는 최근 ‘세계파킨슨병의날’을 맞아 파킨슨병 초기 증상이 단순히 나이가 듦에 따라 행동이 느려지고, 보행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착각해 병원 방문이 늦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파킨슨병은 노인에게 두 번째로 흔한 만성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의 결핍으로 나타난다. 도파민은 우리 몸이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물질이다. 도파민이 부족해 몸동작이 느려지거나, 편안한 자세에서도 떨림이 일어나거나, 근육의 강직, 보행 장애 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 같은 운동 장애들은 노화에 따른 증상과 유사하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초기 운동 장애가 발견되더라도 이를 단순 고령에 따른 증상으로 치부하기 쉬운 이유이다.

운동 장애 외에도 통증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매우 흔한 비운동증상이다. 단순히 어깨나 허리 통증으로 치부해 1~2년 간 다른 진료만 받다가, 질환이 상당 부분 진행되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의 정신 장애도 단순 노화로 오인되기 쉽다.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증이 발생한다. 이는 단순히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로 치부될 수 있다.

이 외에도 파킨슨병 초기 신체의 한쪽 편에서 운동 장애가 발생하는데, 이는 중풍으로 오해하기 쉽다. 파킨슨병 환자가 한방병원 등에서 중풍 치료를 받다가 병이 상당히 진행되는 경우가 잦다. 실제 파킨슨병 환자의 70%가 뇌졸중 치료를 받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성영희 교수는 “파킨슨병은 특징적인 임상증상을 보이지만, 초기에는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기 쉬워 초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이 처음 방문한 의료 기관에서 파킨슨병으로 진단된 경우는 16%로 조사됐는데 이중 92%는 신경과 의사에 의해 진단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소 부모님과 주변 어르신의 증상을 꼼꼼히 살펴보고 의심이 된다면 신경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파킨슨병의 치료목적은 증상을 완화하고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데 있다”며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인 약물치료, 운동치료를 병행하면서 전문의와 상담하고 전인적인 관리를 해나간다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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