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치매 전문가들, 신경과학회에 치매안심병원 한의사 인력 포함 반대의견 전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치매안심병원 지정을 위한 필수 인력 전문과에 한방신경정신과를 추가하는 치매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해외 전문가들도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30일 국내 치매관리법 개정안 관련 해외 전문가들이 전달한 반대의견을 공개했다.

신경과학회는 "치매안심병원 지정을 위한 필수 인력 전문과에 한방신경정신과를 추가하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국내 의학 전문학회들은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면서 "각종 학술 토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외국에 알려지자 외국 치매전문가들은 큰 우려와 함께 자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일본 Kazunori Toyoda 교수는 "일본에서는 치매전문병원을 한의사에게 맡기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한국의 치매관리법 개정안은 치매환자들에게 좋지 않다"고 말했다.

호주 Craig Anderson 교수는 "한국의 치매안심병원 개정안은 말도 안 된다. 치매는 복잡한 질환이며 여러 임상과가 종합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적절한 진단 과정을 통해서 치료 가능한 원인이 있는지, 어떤 종류의 치매인지 결정하고, 치매약 투여가 필요하다. 한방치료도 하나의 선택으로 사용될 수는 있겠지만 신경과 의사의 허락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Bruce L. Miller 교수도 "치매안심병원을 한방에 맡기는 것은 터무니없고 위험하다"면서 "한국 정부는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들을 위하여 존재하는 의학 전문가들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경과학회에 따르면, 치매가 진행하면서 약 50%의 환자가 이상행동(통제 안 되는 공격행동, 망상, 환각, 배회, 우울증, 씻고 먹기 거부하기, 욕하기, 울고 소리 지르기 등) 증상으로 환자와 가족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 증상이 심한 10%는 지역사회에서 수용이 어려워 치매안심병원에 입원하여 즉각적인 보호, 특수한 약물 치료와 원인의 감별을 위한 진단 검사가 필요하다.

치매 환자의 이상행동은 뇌 회로의 장애(disruption in brain circuitry)로 발생하는데 주요 유발 요인은 급성 내과/신경과 질환, 통증, 성격 문제, 정신질환, 피로, 불면증, 공포 등이다.

따라서, 신경과, 정신과 치매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학회의 공식 입장이다. 이상행동이 나타난 치매환자 증상의 치료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만 환자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가족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절대로 한의사가 대체할 수 없으며, 이는 보건복지부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경과학회는 "정부는 중증 치매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치매관리법의 개정안을 철회하고 치매전문가들과 논의해야 한다"면서 "치매관리법이 중증 치매환자를 죽이는 법으로 변질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존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이 약속한 치매 국가책임제가 정치적인 논리로 변질-퇴보되어서는 안된다"면서 "또한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 운영에만 1년에 5000억 원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국⋅공립병원에 국한된 치매안심병원 지정을 민간병원에도 확대하여 입원이 필요한 중증 치매 환자들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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