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 1병당 접종인원 최대치 설정 우려
오히려 부족 백신 채우다 오염…피부 연조직-혈액매개 감염 발생할수도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폐기량을 줄이기 위해 잔여량 사용을 허용한 가운데 감염내과 교수가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주사기 종류에 따라 추가 접종이 가능한 것은 이해하나 자칫 잘못하면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부 연조직 감염이나 혈액매개감염이 대량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7일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바이알(병)당 접종인원을 현장에서 1∼2명 늘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특수 ‘최소 잔여형 주사기(Low Dead Space·LDS)’를 활용해 잔여량이 남는 경우 화이자 백신의 1병당 접종인원은 6명에서 7명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접종인원은 10명에서 11∼12명까지 늘릴 수 있다.

이는 백신 폐기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침으로,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백신량 대비 접종인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감염내과 전문의의 생각은 달랐다. 백신 한 병당 접종자 수를 최대치로 고정해두고 접종을 진행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에 따르면 예를 들어 화이자 백신의 경우 한 바이알에서 6명 접종 분량까지는 주사기 종류에 따라서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7명째 분량은 앞서 6명 분량이 부정확하게 추출된 경우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즉 부족한 양을 채우기 위해 기존 바이알에서 백신을 추출한 주사기로 새로운 바이알에서 백신을 추출하는 행위를 반복되다 오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게 엄 교수의 우려다.

엄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런 경우 과감하게 남은 백신을 버려야 한다”며 “백신 한 바이알 당 접종자 수를 최대치로 고정해두고 접종을 진행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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