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연관 관계 복합적으로 살펴 삶의 질 높일 수 있어…'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 필요'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양은주 교수(좌), 국립암센터 재활의학과 정승현 교수(우)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진행성 암환자 돌봄에 대한 접근을 신체증상과 경험증상으로 구분, 여러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양은주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정승현 국립암센터 재활의학과 교수와 함께 진행성 암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들과 이 증상들이 신체 기능에 미치는 관계를 파악한 연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459명의 진행성 암환자를 대상으로 환자가 겪고 있는 각종 신체적 ‧ 정신적 증상과 함께 신체 기능상의 문제에 대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진행성 암환자들은 복합적인 증상들을 동시에 겪고 있었으며, 그 증상들은 지금 바로 느껴지면서 보여 지는 ‘신체증상’과 당장 느껴지기 보다는 기억이나 경험에 근거한 ‘경험증상’이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구분됐다.

신체증상에는 통증, 호흡곤란, 손발저림, 부종과 같은 증상이 포함됐으며, 이러한 증상들은 환자의 기능 및 장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악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기력저하(기운없음), 피로, 식욕부진, 디스트레스(암 환자의 정신적 고통)는 경험증상에 해당됐는데, 경험증상들은 기능 및 장애에 직접적인 영향 보다는 통증과 같은 신체증상을 조절하게 하면서 기능에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통증이지만 피곤하고 기운이 없는 날 더 심하게 통증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과적으로 신체증상과 경험증상은 서로 얽혀있으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신체 기능 및 장애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암환자의 증상을 관리할 때 신체증상과 경험증상에 대한 구분이 없었던 만큼, 증상들에 대한 통합적인 케어가 부족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암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면 통증에 포커스를 맞춰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거나 신경차단술 주사로 치료하게 되는데, 이러한 약은 오히려 환자를 멍하게 하거나 졸음을 유발하고 피로도를 높여 신체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암환자 재활치료 계획을 설계할 때 단일 증상이나 기능을 관리하는 방식이 아닌, 복합적인 증상들이 기능과 상호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이해하는 체계적,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양은주 교수는 “암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을 치료할 때는 혹시라도 약이나 주사가 우울감, 혹은 피로감을 주지는 않을지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서 통증을 더 많이 느끼는지 입체적으로 파악한 뒤 영양관리, 취미활동 추천 등 환자의 삶을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국립암센터 교수는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진행성 암환자의 생존율과 암 치료 후의 생존 기간 역시 연장되고 있는 만큼, 암환자를 위한 재활과 지지의료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논문과 같이 암 치료 중에 나타나는 증상 및 그것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계속해 이어진다면, 암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2021년 2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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