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장관 "의사인력 증원 논의 주도기구" 발언에 의료계 분개
범투위,"9.4 의정합의 무시다"반발 성명..'협상 주도권 상실' 우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9.4의정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의정협의체는 의견청취기구이며, 보건의료인력 증원과 관련된 논의는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이하 인정심)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권덕철 복지부 장관에 발언에 의료계가 분개하는 중이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왔다.

질의에 나선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보사연에서도 의사인력 부족에 관한 연구결과가 발표됐고 의사인력증원에 관한 관심이 높은데 의정협의체에서 관련 사안이 진도가 안나간다고 들었다”면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시행에 들어갔고 보건의료인력 계획 수립 등에 관한 사항은 법에 명시된 심의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주도로 되어있다. 의정협의체와 인정심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말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권덕철 장관은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인력 증원 논의는 인정심에서 하는 것이 맞다”면서 “민간단체들과 논의하는 것은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의료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의협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는 18일 저녁 성명을 통해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의 의사 인력에 관한 사항은 의정협의체에서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업무보고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정협의체가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인 뿐이라고 발언한 것은 9.4 의정합의의 취지와 내용을 완전히 뒤집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장관의 이러한 안이한 인식에 보건복지부가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심한 우려와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범투위는 “정부가 9.4 의·정 합의문에 따라 성실하게 의정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앞으로 9.4 의·정 합의와 의료계를 무시하고 의사 인력 증원 논의를 강행할 경우 의료계는 또 다시 투쟁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 권 장관 발언 전부터 우려되던 ‘인정심’ 리스크 현실화 되나?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는 권덕철 장관의 발언 이전 의료발전협의체로부터 설치될 때부터 의료계의 우려를 낳았다. 사실상 의사인력 관련 논의가 가능한 기구가 두 개가 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 지역의사단체 관계자는 인정심 개최 소식에 관해 “의료인력 종합계획이 세워져야하는 만큼 의사인력이 엮일 수 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증원도 거론될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자칫 주도권을 상실하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눈치였다. 해당 관계자는 권 장관 발언 후 “의정협의체를 청취기구로 국한하는 것은 사실상 두 기구간 경중이 정해진 것 아난가”면서 “주도권을 잃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타 직역의 시각은 어떨까. 인정심에 참여하는 타 의약단체 관계자는 "투쟁이후 얻어낸 것이기에 의정협의체의 의의를 높이려는 것은 당연하고 의협 입장도 이해가 된다"면서도 "협의체는 협의체이고 결국 심의-의결은 위원회 중심이라는 권 장관 말도 원칙적으로는 틀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의 첫 회의 개최는 연기된 상태다.

한편, 권 장관 발언 이후 복지부는 특별한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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