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최근 학교 폭력이 동반된 스포츠 분야와 어린이집 학대, 공직자 자살 왕따 의혹 등 각종 괴롭힘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 연일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사회가 분노하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행해지는 괴롭힘은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된 폭로가 경계를 넘어서 번지고 있으며 다양한 온라인 게시판에서 '나도 피해자'라는 이른바 미투도 확산되고 있다.

오인규 기자

이는 안타깝게도 의료기기업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특유에 영세성이 낳은 하드한 업무환경. 하지만 이를 다독이기는 커녕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에 상황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아직도 태반이다.

또한 의료기기 분야에 AI 업체들이 더해지며 초창기 IT업계에서 흔히 보였던 야근 및 주말 근무를 포함한 강도 높은 마무리 근무 체제에 들어가며, 생기는 흔히 목표하고 있는 상장과 신제품 개발을 비롯해 완성된 프로젝트가 나오기 전엔 퇴근이 어려운 상황도 종종 확인된다.

의료기기업계에서 이런 행태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 현실에 있다. 대기업의 비중이 낮고 노동조합의 힘도 약하며, 스스로 권리를 투쟁해서 얻겠다는 생각 보다는 당장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겠다는 의지가 높은 것도 크다. 고단한 업무 강도 대비 만족스럽지 못한 월급도 문제일 수 있다.

여기에 취재 과정에서 목격한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 한 곳을 사례로 밝힌다. "돈 받는 만큼 욕먹어야한다"는 멘트와 함께 쌍팔년도에서도 사용하지 않았던 욕설들로 직원들을 몰아붙였던 A대표.

어느날 연일 이어졌던 폭언에 참다못한 회사 홍보담당자가 던진 "여기서 월급을 가장 많이 받으시는 분은 대표님 아니냐"는 반박에 A대표는 얼굴이 벌게진 채로 머쓱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고 한다. 기자는 당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술자리에서 에피소드 하나로 웃고 넘어갔던 것을 이 자리에서 고백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괴롭힘은 계속됐고 안타깝게도 얼마 뒤 그 담당자는 "의료기기업계로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회사를 그만뒀다.

심지어 A대표는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사내 복지가 우수한 것으로 언론에 크게 조명된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출신이었다는 점은 쓴맛을 더하게 한다.

이는 상하관계를 떠나서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비일비재한 일들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등장했지만 사각은 존재하며, 의료기기업계도 반드시 인식 전환과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용납될 수는 없다. 설사 물리적 충격이 동반되지 않았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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