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판결…정기적 의약품 관리 및 반품절차 등 고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 법원이 사용기한을 지난 의약품을 판매한 약사에 대해 ‘무죄’라고 판결했다.

이는 판매행위에 대한 고의성을 집중해서 본 결과로, 약국에서 평소 의약품 관리를 꼼꼼히 해온 점이 반영돼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지난 12월 21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공소된 A약사에 대해 무죄 판결하고 해당 내용을 공시했다.

공소 주요 내용을 보면, 2007년 약국을 개설해 운영 중이던 A약사는 2020년 5월 22일 약국에서 일반의약품(감기약) 7갑을 진열하고 그중 1갑을 손님에게 팔았다.

문제는 이들 의약품의 사용기한이 5월 16일까지로 판매일로부터 이미 6일 지난 제품이었던 것.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공급자, 약국 등 개설자 및 그 밖의 의약품 판매자는 변질‧변패‧오염‧손상됐거나, 유효기한 또는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저장‧진열하지 않아야 하며, 의약품 용기나 포장을 훼손하거나 변조해서는 안 된다.

이를 근거로 검찰 측은 사용기한 경과 의약품을 팔았다는 이유에서 과실범으로 처벌을 위해 공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과실범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처벌할 수 있고, 형벌법규 성질상 과실범을 처벌하는 특별규정은 명문에 의해 명백‧명료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문제된 형사 처벌 규정인 약사법 조항들은 규정의 체계나 형식, 내용을 볼 때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임을 알고 진열하거나 판매하는 고의범만을 처벌할 뿐 과실범까지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약사가 사용기한이 지난 일반약 판매에 대해 미필적으로라도 고의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소 제기 범죄사실의 주관적인 요소인 미필적 고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나, 사건기록으로 인정되는 사실과 사정을 비춰볼 때 고의적으로 감기약을 진열‧판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우선 해당 판매 감기약 사용기한이 1주일을 넘지 않은 점, A약사가 약국 근무 직원과 함께 정기적으로 약 2개월에 한 차례씩 수시로 약국 의약품 사용기한을 점검해 사용기한이 임박한 의약품들은 제약사에 대한 반품을 위해 별도로 빼내 보관해 둔 점이 판단 근거로 인정됐다.

또한 재고처리를 무리하게 할 이유가 없는 상황 역시 인정됐다. A약사는 사용기한이 임박하거나 경과할 때까지 판매되지 않은 약들을 반품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비용을 추가 부담하지 않고 새로 주문해 진열‧판매하면 동일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형사 처벌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사용기한 경과 의약품을 판매할 경제적 유인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A약사 변호를 담당한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조제실수와 마찬가지로 과실범은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판결은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조제하거나 판매해도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관리업무를 꾸준히 했음에도 실수로 판매한 것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즉,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실수로 판매했다면 보건소나 경찰조사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판매하려는 목적이나 고의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 충분히 근거와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종식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약사법 및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판매목적에 대한 판단 없이 일률적으로 처분하고 고발하는 실무에 변화가 있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다만 “판매를 넘어 복용 이후 발생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가 된다”라며 “만약 약사들에게 문제가 발생하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른다면 전문가와 준비하는 것이 억울한 행정처분이나 형사 처벌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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