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전문직업성의 주된 초점은 의료를 구성하고 있는 의사 개인과 전문직단체가 의학 전문직업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맞춰져 있다.

2002년 ABIM(American Board of Internal Medicine Foundation)재단과 ACP-ASIM (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American Society of Internal Medicine Foundation)재단, 유럽내과의사연합(the European Federation of Internal Medicine)이 발표한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의 의학 전문직업성; 의사헌장(Medical Professionalism in the New Millennium: A Physician Charter)'을 발표했다.

이 의사헌장의 초점도 이러한 것에 맞춰져 있으며, 이는 사회와 맺은 계약을 수행하려는 전문직의 노력 중에 중요한 이정표로 알려져 있다. 의사들이 만든 의사헌장은 일반 대중에게 의사들이 이렇게 하겠다고 공표하고 대화하는 소통의 방법이고 표현이다.

이 의사헌장은 의사들에게 전문직업성의 3대 기본 원칙과 10가지 책무를 제시했다. 3대 원칙은 첫째, 환자이익 우선의 원칙(primacy of patients’ interest), 둘째, 환자의 자율성의 원칙(patient autonomy), 셋째, 사회정의(social justice)의 원칙이다. 환자 이익우선의 원칙은 의사와 환자사이의 신뢰의 기초는 환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타심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환자자율성의 원칙은 부적절한 치료를 요구하는 경우나 윤리적인 진료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사회정의의 원칙은 의료보건 시스템 안에서 의료자원의 공정한 배분을 포함한 인종, 성별, 사회 경제적인 수준, 민족, 종교 등으로 인한 차별을 줄여 가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정의를 이루어가야 한다.

‘의사헌장’ 10가지 책무 제시

의사가 이 3대 기본 원칙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10가지 책무는 다음과 같다.

1)전문직 역량을 유지할 책무(Commitment to professional competence): 의사는 전문직으로서 평생에 걸쳐 의학지식과 임상술기 등의 전문직 역량을 잘 유지해야만 한다.

2 )환자에게 정직해야 할 책무(Commitment to honesty with patient):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전후로 정직하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며, 만약 치료 중에 환자에게 손상을 주거나 의료과오가 발생했을 때 환자에게 정직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3)환자의 비밀을 보호할 책무(Commitment to patient confidentiality): 의사는 법적으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 외에는 환자의 비밀을 보호해야 한다.

4)환자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책무(Commitment to maintaining appropriate relation with patients): 의사의 우월한 위치를 이용한 성적관계나 사적인 이득, 개인적인 목적을 얻어서는 안 된다.

5)의료의 질을 증진할 책무(Commitment to improving quality of care): 의사는 의료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적정한 진료결과를 얻도록 노력해야 하며, 의료과오를 줄이고 환자의 안전을 증진시키기 위해 의료의 질을 증진시켜야 한다.

6)보건의료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증진 할 책무(Commitment to improve access to care) 의사는 의료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교육·법률·재정·지역·사회적 차별을 두어서는 안되고 접근에 방해되는 장벽을 줄여가야 한다.

7)한정된 자원을 공정하게 배분할 책무(Commitment to a just distribution of finite resources): 의사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현명하고 비용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8)과학 지식과 기술에 대한 책무(Commitment to scientific knowledge): 의사는 과학적 지식과 술기를 진정성을 가지고 적절하게 사용하고 새로운 과학지식을 연구발전 시켜가야 한다.

9)이해상충을 적절하게 관리할 책무(Commitment to maintaining trust by managing conflict of interest): 의사는 개인적인 이득이나 목적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해상충의 문제(의료산업, 제약회사, 의료기기 회사, 보험사)를 잘 관리하여야 한다. 논문이나 임상연구 시에 반드시 관련된 이해상충의 관계를 공개해야 한다.

10)전문가 집단 에 대한 책무(Commitment to professional responsibility): 의사는 전문가집단의 일원으로서 지켜야할 전문가표준(Professional standard)을 잘 준수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에 징계와 재교육을 포함한 자유규제에 참여해야 한다.

의사단체 대중 신뢰도 높여야

의사단체는 물론 의사 개인으로도 의사에게 필요한 전문직업성의 특성을 이해하고, 의사의 전문직업성에 맞는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면서 오늘날 여러 위협 속에서도 전문직업성을 지켜왔다. 그러기에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이 같은 의사헌장을 만들고, 이를 교육하고 지키기 위한 노력들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모든 의사단체가 고민하고 추구하는 것이 대중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대중이 전문직에 대해 신뢰를 가지려면 전문직업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좋은 의사가 되려고 할 때 환자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으로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교훈은 없다. 의대생과 전공의 그리고 진료를 하는 모든 의사들에게 이루어지는 전문직업성 교육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의학교육자의 핵심 목표는 미래와 현재의 전문직 구성원이 전문직업성 구현에 필요한 여러 책무를 이해하고 수행하도록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직업성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현대 진료의 다양한 측면은 여러 가지 장해물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장해물은 의사가 개인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 있으며, 의사 단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장해물을 극복하고 개선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를 설득하려면 전문직과 일반 대중간의 강력한 연합과 공조가 필요하다. 일반 대중과의 연합을 위해 의학 전문직업성에 대한 일반 대중의 몫과 역할을 자세히 알려주어야 한다.

의학 전문직업성에서 차지하고 있는 일반 대중의 역할에 대해 일반 대중을 교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보다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현실적이고 엄격한 여러 전략을 장기적으로 시행하면서 전문직 전체가 합심하여 노력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매우 중요함에도 지금까지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전문직업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었다. 일반 대중은 전문직업성의 혜택을 계속 누려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헌장을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전문직업성을 가르치는 일의 가치와 이것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고민하고 실제적이고 더 구체적인 소통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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