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개발하고 증진시키는 일은 전문직으로서의 경력을 쌓아가는 모든 과정에 걸쳐 이루어진다. 학생과 전공의 전문직업성을 발달시키는 데 적용했던 전략과 배려가 기성 의사에게도 필요하다. 기성의사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의학 전문직업성 교육 전략에 대한 지식과 적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성인학습(Adult Learning)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놀스(Knowles)는 성인교육학(Andragogy)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성인의 학습을 돕는 과학과 기술(the art and science of helping adults learn)’이라고 정의했다. 성인교육학은 성인학습자의 필수적인 특징을 담고 있으며, 강의 계획을 짜는 데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준다.

성인교육학 핵심 이론은 ‘재학습’

성인교육학의 핵심 이론은 다음과 같다. △성인은 독립적이다. △성인은 다양한 동기와 특정한 학습 목표나 학습 방법에 대해 나름대로의 기대치를 가지고 배우러 온다. △성인은 각기 다른 학습 스타일을 보인다. △대부분의 성인학습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new learning)’보다는 ‘재학습(relearning)’이다. △성인학습은 종종 기술뿐만 아니라 태도의 변화도 가져온다. △대부분의 성인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것을 선호한다. △성인학습을 위한 보상은 보통 자신 안에서 생긴다. △일반적으로 피드백은 시험이나 평가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성인학습이론은 “흔히 말하는, 학생은 배우면서 발전한다”는 통념을 다시 한 번 알게 해준다.

이러한 성인학습이론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성인교육 틀을 만들게 된다. 교육은 가능한 한 학습자가 이해하기 쉬운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효과적인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여 학습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 △교육과정의 내용과 방법 수립에 학습자를 참여시켜서 관련 사안과 연관성을 높이기 △학습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각자의 학습 목표를 만들도록 유도하기 △동기부여와 의미 있는 학습으로 만들어 주기 △학습자가 학습 목표에 도달하도록 이끌어 주기 △자기주도 학습의 필수 단계인 학습 평가에 학습자를 참여시키기.

새로운 지식에 적응 전략 세워야

기본적인 성인학습이론을 이해한 후 실제적으로 기성 의사들을 위한 전문직업성 교육을 할 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성 의사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전문직으로서의 역할과 직접 보고 겪은 일 사이의 갈등이나 변화를 통해 전문직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형성했다는 것이다. 기성 의사에게 전문직업성의 내용을 설명할 때, 그들이 이해하는 것과 모순되는 점이 있다면 기성 의사는 저항감을 가질 수도 있다.

교육자가 간혹 지적 우월감이 드러나게 되거나 생소한 언어를 사용하면 기성 의사들의 관심을 저하시킨다. 전문직업성 특성을 발전시키려면 ‘현재의 것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식에만 주안점을 둔 학습 프로그램은 진료 행위를 변화시키는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전통적으로 계속되어온 의학교육 강좌는 정체성과 가치를 재해석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의사의 학습을 용이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기 위한 의미 있는 연구가 있어 왔다. 전문직업성 평생 개발(CPD: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임상지식과 술기를 업데이트하는 것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연수교육의 내용에는 기성 의사들에게 의학 지식이 발전하는 것처럼 사회적 가치도 변화하며, 새로 형성되는 사회적 규범(social norms)의 변화를 이해하고 대처할 방법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법과 윤리지침과 전문직 표준(Professional standard)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전통적인 정보제공의 차원을 넘어 윤리기준과 관련 전문직 표준을 실제 진료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사례를 통한 교육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다. 사례를 통해 자기 자신을 점검하는 자기 점검(selfreview) 기회를 제공해 준다. 영상물을 통한 교육은 기성 의사들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교육효과가 매우 높다.

무엇보다도 교육에 참여하는 기성 의사들의 자발적 각성과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기성찰을 하도록 교육 목표가 짜져야 한다. 기성 의사들을 교육 프로그램에 직간접적으로 참여시키는 전략은 기성의사들이 성찰의 습관을 갖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자신이 이해하는 것과 경험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의사가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도록 기회를 제공해 준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매체인 논문을 이용하기도 하고, 컨퍼런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자기성찰’ 통해 참여 유도 바람직

세대별 특성에 맞춘 교육도 효과적이지만 젊은 의사들과 기성 의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세대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의 전문직업성을 공유하는데 효과적이다. 여기에는 교육 진행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교육 진행자는 사전에 토론 주제와 관련된 전문직업성 내용을 잘 준비한 후 진행해야한다. 기성 의사들과 젊은 의사들을 토론과 관련된 패널이나 위원회에 모두 참여함으로써 세대간의 교환을 도모할 수 있다. 세대간 전문직업성을 서로 공유하면서 재구성 하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기성 의사들이 체득한 전문직종 안에 누적된 경험과 더 젊은 구성원들이 들여 온 새로운 사회규범과 섞이면서. 서로에게 선생이 될 수 있고, 학생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통적인 교육기관과 폭넓은 개업 공동체가 서로 도움이 되는 만남의 기회를 계속 권장되어야 한다. 개개인의 배움과 발전의 기회가 전문직 전체의 전문직업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들이 봉사하는 사회와의 관계를 개선시켜 나간다. 전 세대 걸친 공통된 전문직 가치를 공유하고 전문직 단체로서 취해야 할 내부적 합의에 도달하는 효과적인 통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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