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전문직 규제(Professional Regulation)와 전문직업성에 대해 일반인과 의사가 가지는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일반시민은 의사의 의학 전문직업성을 전인적(holistically)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인본주의적/윤리적 부분집합(humanistic/ethical subset)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 전문직에 대한 높은 신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의사가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를 바란다. 의사가 전문직으로서 계속 진료를 하려면 면허 재인증(revalidation) 제도를 통해 주기적으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만일 이러한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되는 사항을 빠르게 재교정하거나, 환자 안전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경우 의사의 진료 안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일정기간 동안 진료를 보지 못하도록 면허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명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일반인들의 기대와 생각과 달리 의사는 면허 재인증의 필요성에 대하여 의견이 양분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면허 재인증 과정의 엄격함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는 면허 재인증이 전문직업성의 품위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반면 다른 의사들과 대중은 이것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오늘날 이러한 갈등을 빚는 상황은 의사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면허재인증 갈등’ 해결 과제로

일반 시민들이 의사들에 대해 가지는 기대치와 진료수행의 전문역량에 대한 연구가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었다.

2005년 영국 정부는 일반 대중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의료 규제(medical regulation)와 면허갱신(revalidation)에 대한 대규모 연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5분의 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의사에 대한 평가에서 잘 모른다고 했다. 면허나 자격증의 내막은 알 수 없는 일이며, 백지위임한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 시민 10명 중 9명은 의사가 주기적으로 훌륭한 임상 지식과 기술적 능력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 능력에서도 좋은 역량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절반은 이것을 매년 체크하기를 바라는 큰 기대치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2006년 캐나다 온타리오주(Ontario)에서 일반 대중과 의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일반시민의 93%와 의사 52%에서 의사 면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의사의 역량을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이와 비슷하게 85%의 시민과 44%의 의사가 자신의 동료와 다른 보건 전문직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의사소통 역량분야에서도 시민의 84%, 의사의 42%가 자신들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피드백을 환자로부터 받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며, 일반 시민들은 자격 재인증(recertification)의 일부로서 의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 지식에 대한 검증이 더 많이 수행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의사집단은 이러한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여 의사의 전문가적 역량을 검증하기 위해 면허를 취득한 후 면허갱신(licence renewal), 면허 재인증(licence revalidation) 그리고 면허 등록(licence registration)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런 제도를 통해 △전문가로서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의학 지식과 임상 역량을 확보하고 △의사의 진료 수행능력 평가를 통해 사전에 의료사고를 예방하고 △의료 국제화에 대비하여 외국의사의 유입 시에 적절한 전문지식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하고 있다. 또한 전문직 규제(professional regulation)장치를 통해 전문직으로서 해서는 안 될 범죄나 비전문가적 행위(unprofessional behavior)가 있는지 판단하여 징계를 하기도 한다.

각국 의사 면허관리 어떻게 하나?

의사 면허관련 전문직 규제는 많은 나라에서 면허 관리기구(Regulatory authority)가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 면허관리국(State of Medical Board)이, 영국은 GMC(General Medical Council)가, 캐나다는 각 주마다 FMRAC(Federation of Medical Regulatory Authorities of Canada)에 소속된 Regulatory College에서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 면허관리국에서 면허 유지를 위해 정기적으로 면허 갱신을 주관한다. 면허를 갱신해 주는 조건은 직업윤리를 준수했는지, 적합한 진료를 수행하고 있는지, 비전문가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는지, 연수교육을 잘 받았는지를 확인한다.

간혹 아래와 같은 조건에 해당되면 면허가 취소되거나 면허 갱신이 거부되는 경우도 있다. 1)환자를 폭행한 경우 2)의무기록을 조작한 경우 3)통상적으로 의사라면 당연히 인지할 수 있는 환자의 증상을 인지하지 못 하거나 대처하지 못한 경우 4)정당한 이유 없이 과다한 약물을 처방한 경우 5)약물에 중독되어 진료 수행을 상실한 경우 6)연수교육 평점을 이수하지 못한 경우 7)주어진 면허범위를 넘어선 의료 행위를 한 경우 8)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 9)중범죄를 저지른 경우 10)무면허자에게 의료행위를 시킨 경우 11)무면허 진료, 허위과장 광고, 환자 유인 금품 수수 행위 등이 있을 때 면허 갱신이 거부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GMC에서 2012년부터 모든 의사들이 5년마다 면허 재인증을 받고 있다. 다음 세 가지 조건에 해당되면 면허 재인증이 되지 않는다. 첫째, 의사로서 진료 수행의 적합성을 더이상 유지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 둘째, 손상을 입어 정상적인 진료수행능력을 상실한 경우 셋째, 임시등록을 한 후 진료를 하고 있는 외국의사의 경우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등은 매년 MMC(Malaysia Medical Counsil), SMC(Singapore Medical Counsil)가 관할하여 매년 면허등록을 하고 있다. 등록과 함께 등록비를 면허관리국에 내도록 되어 있다. 의사징계업무도 면허관리국에서 관할하여 환자나 환자 보호자를 통해 접수된 사건을 조사하고 심의하여 징계를 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의사법이나 의사등록법을 만들어 의사면허기구의 권위를 인정해 주고 있다.

한국도 면허관리기구 도입 필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면허관리기구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면허관리 주체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되어 있고, 면허를 발급받은 후 매 3년째 되는 해 12월 31일까지 면허 신고를 하고 있다. 면허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조건은 필수이수과목 2시간을 포함한 연간 8시간의 연수평점을 이수하지 못한 경우에 한하고 있다.

G10의 나라에서 의사면허기구가 아직도 없다는 사실은 글로벌 시대의 수치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과 전문직의 적절한 질 관리를 위해 정부와 의사협회의 각성과 면허관리기구의 도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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