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전문직(Professional)의 필수적인 특성은 국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술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만나는 의사가 전문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만나는 제도가 필요하다. 면허증(licensure), 자격증(certification) 및 인증(accreditation)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의료 규제(Medical regulation)장치가 이것을 제공하고 있다.

면허나 전문의자격증, 여러 가지 인증 등을 통해 최신의 지식을 갖추고 제대로 수련 받은 의사로서 역량이 있으며, 올바르게 판단하고, 윤리적이며, 환자와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의사라는 것을 증명한다. 미국이나 영연방의 국가에서는 자율규제(self-regulation)라는 원칙에 따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의료전문직이 속한 단체에 책임을 위임하였다.

자율규제란 국가가 위임하고 지속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은 일종의 특혜(privilege)다. 그렇다고 이것이 일부 의사들이 생각하듯이 권리(right)는 아니다.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s)은 대중이 의사에게 가지는 신뢰의 밑바탕을 이루는 가치, 행동 그리고 관계를 종합한 것으로 정의되었다. 전문직 규제(professional regulation)는 오늘날 진료 표준(standards of practice)과 가치를 근거로 하여 이루어진다. 전문직 규제는 의사의 전문직업성이 공식적으로 표현된 것이고, 사회와 전문직이 맺은 ‘사회계약(social contract)’의 기반이기도 하다. 의학교육은 가치와 표준을 가르치고 학습시키며 이를 소화해내고 내재화시키는 과정이다. 의사가 되는 모든 단계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주는 주요 수단이지만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의료 전문직은 의학교육과 의료규제는 매우 중요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가장 기본적 규제장치는 ‘면허’

가장 기본적인 의료 규제 장치는 면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면허를 담당하는 기관은 법적으로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의료를 수행하는데 적합한 사람임을 공식적으로 증명해 준다. 그러기에 진료 행위에 대한 면허교부는 엄격하다. 면허가 없이는 진료를 수행할 수 없다. 면허는 새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이들은 면허관리 기관(licensing authorities)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는 사람이며, 이러한 기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제한을 받거나 면허가 취소된다.

면허기관은 영국의학협회(GMC: General Medical Council)같이 영국이라는 국가 전체를 담당하기도 하고, 미국과 호주, 캐나다같이 관할권(jurisdiction)을 해당 주나 지역에서 담당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관료주의적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보건복지부가 면허증 발급을 담당하고 있다. 국제면허관리기구연합회(IAMRA)에 회원국에 우리나라는 면허관리기구가 따로 없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일명 국시원)이 회원으로 되어 있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면허관리기구의 필요성이 국민과 정부, 의사 모두의 피부에 와 닿고 있다.

법에 명시되어 있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격증은 전문의 수련이 충분히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캐나다의 경우 전문의협회 혹은 왕립협회(Royal Colleges)와 같은 전문의 관련 기관은 분야별로 진료를 하는데 필요한 기준과 필요한 수련정도에 대해서 결정한다. 이러한 전문의 관련(specialty-specific)기준은 면허교부에 필요한 포괄적인 기준을 보완해준다.

자격증, 전문학회서 관리 바람직

역사상 전문의 자격증은 절대적인 허가 기준이 되는 면허와는 다르지만,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 불린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전문의 자격증이 없어도 일반의 혹은 전문의로서 여전히 진료를 볼 수 있다. 전문의 자격증 없이 진료하는 것이 자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지만, 고용주, 보험회사 그리고 기관에 관계된 사람들이 경제적인 성과급(전문의와 비전문의의 진료비에 차등을 두는 방법)과 제재 및 소속 기관에서 진료할 수 있는 특권을 전문의 자격증과 연계할 수 있다.

각 전문학회가 전문의 자격증을 관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보건복지부장관이 전문의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자격증관리 주체가 각 전문학회로 이양하는 시기를 더 이상 미루기 힘들어 보인다.

인증은 교육기관에서 제시하는 교육 경력과 수련 기준을 감독 기관이 승인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예로서 미국 졸업 후 의학교육인증위원회(US ACGME)는 졸업 후 수련을 인증하며, 영국의학협회(GMC)의 교육위원회는 영국 의과대학의 기초의학교육을 인증하는 곳이다. 의학교육자와 인증기관 간의 관계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교육자가 면허와 자격 인증에 필요한 교육 경험을 전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일명 의평원)이 의과대학 교육평가 인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졸업 후 전공의교육평가인증 업무도 곧 의학교육평가원의 업무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정책-전문직 규제 균형 필요

전문직 규제에 대한 공공정책은 의사의 경험과 대중의 기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클라인(Klein)은 공공 정책과 전문직 규제 간의 관계에서 핵심이 되는 점을 “공공 정책의 목표는 의료 전문직이 자신들의 수행 능력에 대하여 좀 더 집단적으로 책임감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전문직 자율규제의 목표는 개별 의사가 좀 더 자신의 동료에 대하여 책임감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의료 전문직에 대한 집단적인 통제는 전문직 구성원 스스로가 통제하는 것의 대체가 아닌 보완이다. 둘 사이의 정교한 균형은 전문직이 제공하는 의료를 신뢰할 만하다고 여겨지는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의료 전문직 문화와 통제에 영향을 주는 기본 원칙이 있다. 모든 의사는 반드시 기본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전문직으로서의 의무와 전문직 단체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과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교수진과 학생 그리고 수련의는 대중의 기대와 의료 전문직과 의사의 경험에 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시작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환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환자 중심 치료(patient centered care)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의료 규제와 의학교육은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다. 새로운 전문직업성은 국민이 의사에게 가지는 기대를 기반으로 하며, 환자의 안전과 복지 그리고 건강한 의료 전문직 유지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것은 의료규제기관(면허, 자격증, 인증기관)과 의학교육 기관이 함께 해야 하며, 의료계 리더와 교수는 의사와 학생이 항상 환자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 방법만이 미래에 대중에게 전문직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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