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을 배우는 과정은 장기적이고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전문직업성을 배우고 체화하는 과정을 점검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칫 전체적인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세밀한 부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직업성에 대한 평가는 각 개인이 바람직한 전문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도와주도록 마련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평가를 통해서 학습자와 평가하는 사람 모두에게 전문직업성의 원칙과 중요성을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의학 전문직업성 평가는 몇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첫째, 학습자와 교수진이 전문직 표준(Professional Standard)에 충족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둘째, 교육 프로그램이 전문직업성 육성 기준을 잘 따라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셋째, 바람직한 전문직다운 행위(Professional Behavior)를 학습자와 교수진에게 교육함으로써 전문직 과실(Professional Lapses)을 방지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전문적 판단·공정한 주관성 필요

평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수진과 학생들이 평가의 목적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평가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또한 평가는 포괄적이어야 하며, 아직 진료단계는 아니지만, 수련 단계마다 적합한 태도와 지식 그리고 행동을 다루어야 한다. 현실적이어야 하며, 각 상황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갈등을 인지하고 갈등 해결방안과 그 근거를 평가할 수 있도록 전문직업성 원칙을 강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평가가 그러하듯이 반드시 전문적 판단과 공정한 주관성을 가져야 한다.

학습자의 평가는 지식(knowledge)과 수행능력(performance) 평가로 구성된다. 모든 전문직업성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는 학습자의 지식을 평가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문직 행위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

학습자의 수행능력은 기술적인 측면과 비기술적인 측면으로 분류하여 측정한다. 여러 가지 평가방법이 있고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각 평가방법의 장단점을 먼저 잘 파악한 후에 평가 목적에 따라 평가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측정에 있어서 서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타당성과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표준화 환자 임상실습(Standardized clinical encounters): 이 평가방법은 수행 역량에 대한 믿을만한 측정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특히 실제 진료 환경을 반영한 의사소통 과정을 거칠 때 효과적이다. 반면 자원 집약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고충실도 모의실험(High-fidelity simulations): 팀워크 및 전문직 간 의사소통 능력측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양질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단점이 있다.

△포트폴리오(Portfolios): 전문직업성처럼 복잡한 현상을 평가하는데 적합하다. 평가 대상자는 자신이 성취한 것에 대해 성찰하고 기록한 것을 어떻게 잘 보여줄지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점은 자원 집약적이라는 점이다.

△성찰(Reflection): 학습자의 태도, 전문직으로서의 정체성발달 그리고 전문직으로서 겪게 될 딜레마를 추론하는 능력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해준다. 하지만 총괄적인 평가 방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학습자 관찰하기(Faculty observations of learners): 평소 실제 임상에서 학습자가 보여주는 수행능력을 측정하기에 좋은 전형적인 방법이다. 설계하고 사용하기 용이하다. 하지만 평가 대상자에 대한 관심과 그들에 대한 충분한 관찰 횟수, 평가대상자에 대한 수련과 평가 결과에 관심을 쏟지 않으면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

△중요 사건보고(Critical incident reports): 미래의 전문직이 겪을 실수를 예측하게 해준다. 단점은 부족한 점을 보였거나 표본이 되었던 소수의 학습자만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직군 평가(Multisource assessments): 단일 자료로 평가하는 것에 비해 학습자의 전문직업성을 좀 더 완성도 높은 자료로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평가자가 전문가답지 못한 행동을 소극적으로 다룰 수 있다.

△자기평가(Self assessment): 전문직으로서의 발달에 유익한 시작점이 되어 준다. 하지만 정확한 자기 평과 결과를 얻기 어렵다.

△동료평가(Peer assessment): 학습자의 전문직업성에 대하여 특별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단점은 심각한 이해관계에 놓인 경우라면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동료들끼리 마지못해 서로 평가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식 테스트(Knowledge tests): 장점은 탁월한 표현과 내용의 다양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단점은 실제 시험 점수와 수행 능력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의학 전문직업성 평가시 문제점

의학 전문직업성이 의학교육의 큰 주제로 되었다. 의학 전문직업성을 평가하는 방법들 역시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가 되고 있다. 전문직업성 평가에 대한 많은 연구와 방법이 도입되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 전문직다운 태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전문직다운 행위를 하는 사람을 전문직업성에 합당한 사람으로, 전문직다운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전문직다운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은 전문직업성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평가 대상자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게 될 때 나타는 결과다.

둘째, 전문직업성의 기초를 이루는 이타심을 어떻게 전문직업성의 개념에 녹여내느냐의 문제다. 상업주의를 배격하되 일방적인 자기희생이 아닌 이타심을 가지도록 이타심을 재구성하는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셋째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탈락시키는 문제다. 실제로 교수들이 평가결과를 가지고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탈락시키는데 소극적이고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 게다가 소명의식과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전문직 표준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방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윌리엄 오슬러가 “의술은 상술이 아니라 예술이며, 비즈니스가 아니라 마음과 가슴이 머릿속의 지식과 함께 작동해야 하는 소명이다”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의과대학에 들어온 일반인을 의학 전문직업성을 잘 배우고 익힌 의사다운 의사로 만들어지기가 참으로 지난하고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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