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보건의료 육성전략 과제

국가백신 안정적 공급은 보건안보 출발점
백신수급 안정화·생산자급화 위한 전담추진단 운영
백신관련 민·관협의체 통해 실행 가능 개선안 도출

공인식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예방접종은 과학산물인 백신으로 인류 건강을 보호

예방접종으로 매년 전 세계 2-3백만명의 귀한 생명을 구하고 있다. 전 국민 대상의 국가예방접종사업은 디프테리아, 파상풍과 백일해 등의 대상 감염병의 박멸과 퇴치를 목표로 하는 가장 성공적이고 비용-효과적인 공중보건학적 개입이다. 백신은 인류의 건강보호에 기여한 과학적 산물로, 깨끗한 물과 함께 역사적으로 인류 건강수준 향상에 기여했다. 1796년 에드워드 제너의 천연두 백신, 1963년 홍역 백신 등 해당 감염병의 백신 개발 후 이후 그로 인한 해당 감염병의 발병, 장애 및 사망의 경감, 박멸과 퇴치는 그 덕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국가예방접종사업 확대와 높은 예방접종률

우리나라의 국가예방접종사업은 백신대상과 비용지원수준을 계속 확대 중이다. 2000년 결핵, B형간염 등 12종에서 2016년 사람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감염증 백신까지 총 18개 감염병으로 대상이 확대되었다. 또한 보건소에서만 무료접종 했던 것을 2009년부터는 민간의료기관의 백신비용, 2012년 일부 접종시행비용(본인부담 5,000원)을 지원하기 시작해서 2014년부터는 전액 무료 지원함으로써 본인의 비용 부담 없이 전국 어디서나 편히 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이 재정적, 물리적 접근성을 높인 결과, 12세 이하 어린이의 백신별 접종률이 대부분 95%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높은 접종률 유지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가사업에 필요한 백신의 불안정한 공급 때문이다. 국가사업용 백신 품목은 22개 종류로 연간 1,300만건의 접종(민간의료기관에서 90% 이상 제공)이 이뤄져 연간 약 3,000억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데, 5개 품목(B형 간염, 수두, 인플루엔자,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신증후군출혈열) 이외 17개는 완제품과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백신의 현지공장 사정, 독점공급 상황으로 백신 공급이 제 때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 대체백신, 접종간격 조정 안내 등의 임시조치를 마련해 대응하고 있다.

최근의 결핵, 소아마비 및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 부족 상황과 대응

완제품을 수입해 사용해온 결핵예방 피내용(주사형) BCG가 부족해 경피용(도장형) BCG로 대체해 사용 중이다. 생후 4주 이내 영아 대상으로 2017년 10.16일부터 현재까지 매주 6,500건의 경피용 BCG 접종이 전국 2,670여개 의료기관에서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고 2018년 6.15일까지 무료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당초 2018년 1.15일 임시 사용기한을 연장한 것이다. 이는 일본산 피내용 백신은 현지 공장의 지속 감축생산과 유니세프 우선공급 상황으로 양국 장관급 면담에도 불구하고 2017년 추가확보가 불가하고 2018년도 불확실한 상황이고, 덴마크산 피내용 백신은 현지 공장 민영화 후 질점검 및 보완 사정으로 수입재개 일정이 변경(2018년 2월)되어, 국내 검정소요기간(65일)과 보건소 및 의료기관 백신공급(7일) 일정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는 의료계 및 국민의 불편과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피용 BCG 대체백신을 충분히 공급하고 등록된 접종대상자 보호자의 휴대폰을 통해 개별적으로 접종안내를 실시하고 있다. 2021년 이후 녹십자를 통한 피내용 BCG의 자급생산 이전까지는 안타깝게도 예측과 즉각대응이 어려운 외부요인에 의한 결핵 예방백신의 공급불안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수입에 의존해 사용해온 소아마비 예방백신(Inactivated Poliovirus Vaccine, IPV)도 부족해 표준 접종기준 준수를 원칙으로 대상자의 접종시기를 미루고 있다. 소아마비 예방백신은 생후 2,4,6개월(3회째 접종은 생후 18개월까지 가능)에 기초접종 3회를 4-6세에 추가접종을 맞는 것이 표준일정이다. 이러한 표준일정의 범위 내에 2017년 6월부터 4세 도래하는 어린이, 10월부터 생후 6개월 도래하는 어린이까지 2018년 2월 이후로 접종을 미뤄 달라고 국민, 의료계에 부족한 상황을 정확히 공개하고 안내와 협조요청을 지속하고 있다. 소아마비 예방백신의 부족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유행해 국제공중보건위기에 따른 국제수요가 급증해 수입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 현지 공장에서 원료 질절검 탈락에 따른 수입지연이 주 원인이다. 그에 더해 소아마비 예방백신이 포함되어 대체가 가능했던 국내 5가 혼합백신(DTaP-IPV/Hib) 신규 도입이 제조사 사정으로 일정보다 지연되어 공급부족이 가중되었다.

현재 생후 2,4,6개월의 3회 기초접종의 95% 이상을 5가 혼합백신으로 사용하고 있고 2017년 11월에 소아마비 예방백신 1.5만 접종건 분이 추가 공급되었으며 2018년 1월 이후에는 62만 접종건 물량이 우선, 신속 검정을 마치고 의료기관에 충분히 안정적으로 공급될 전망이다.

65세 이상 인플루엔자 예방백신은 예년에 비해 올해 안정적으로 공급이 이뤄졌다. 10-12월이라는 유행 이전 한정된 기간 동안 전국 18,520여개 의료기관을 통해 726만명 대상으로 사업이 시행되는 특성으로 특정지역에 한시적인 백신부족은 매년 반복되어 어르신, 의료계의 불만이 컸었다. 작년과 같이 국가의 총량구매를 기반으로 올해는 수요량을 초기 3주 사용량 등 정확하게 예측하여 조기에 충분한 물량을 참여 의료기관에 배분하였다. 보건소는 미리 정해진 백신 재분배 기준에 따라 과도하게 남아있는 의료기관의 백신을 추가로 필요로 하는 의료기관에 공급함으로써 보건소 책임 하에 적기에 재분배가 이뤄졌다. 거기에 더해 질병관리본부 및 시도가 유행시기, 규모에 따른 갑작스런 백신 수요 증가를 대비하기 위해 약 12만 접종 건 분량을 비상용으로 별도로 두고 조류인플루엔자 대응요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등으로 유연하게 접종수요, 공급부족에 대응하고 있다. 75세 이상 우선 접종시기 구분, 11.15일 이후 보건소 접종 일원화 등도 안정적인 백신 공급과 더불어 어르신의 안전하고 편안한 접종에 부가적인 역할을 했다.

국가백신의 공급불안정 요인과 수급안정화를 위한 대책

최근의 국가백신 부족상황은 높은 수입의존도와 다양치 못한 공급원의 구조에 주로 기인한다. 국내 제조사는 개발에 필요한 8-12년, 15개 후보물질 중 1개만 성공하는 높은 실패율로 백신산업의 민간투자가 특히, 국가백신 분야에서 이뤄지지 못했다. 국내 수입사도 저출산 여파로 제한되어 있는 국내 시장에 백신 가격 보상 수준, 경쟁 품목, 임상시험 등 허가요건 및 사후시판조사 부담 등을 고려해 일정 수준의 수익을 전제로 국가백신을 공급하다 보니 공급원을 자발적으로 추가할 이유가 없었다. 제조 원가 대비 백신 가격이 높지 않고, 백신 시장의 확대 가능성이 낮은 결핵, 소아마비 등의 고전적인 기초백신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러한 이유로 전세계 백신공급 시장은 제품 항목별로 화이자, GSK, MSD, 사노피파스퇴르 등의 주요 다국적 제약회사가 독점공급 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국가백신의 구매 및 공급 운영방식도 부가적인 요인이다. 국외 제조·공급사의 공급사정, 국내 수입․도소매업자의 사업계획에 따라 공급시점, 물량의 임의적 변경과 중단도 가능해 수급 불안 발생이 가능하다. 정부가 총량으로 구매하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및 65세 이상 인플루엔자 예방백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백신 공급에서 정부는 백신 가격과 종류를 정할뿐 국외 제조․공급사, 국내 수입업 및 도소매업, 의료기관 간에 이뤄지고 있는 개별, 단기 사적계약 속에 수입-구매-유통의 공급과정에서의 정부 역할과 책임을 갖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외 제조, 공급사와 국내 수입 도소매업자의 구속력 있는 국가백신 사전 공급계획과 그 계획 변경의 통보 등의 정보 공유 협력이 이뤄지기 어려워 수급 불안정을 보다 일찍 알기 어려웠다.

좀 늦게 국가백신의 수급불안정을 알게 되었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긴 했으나 실제 활용이 쉽지 않다. 예측할 수 없는 국내 감염병 유행에 따른 추가 수요, 수입의존 독점공급 백신의 공급차질 시 물량을 추가로 공급받거나 다른 공급원을 즉시 찾아야 하나 재생산, 검정절차에 짧게는 3-6개월 걸리는 백신제재 특성 상 불가피한 공급 부족을 대비해 적기 공급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감염병 국내유행 대응, 공급차질(지연․중단)시에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특수법인으로 특례수입, 위탁제조, 긴급허가 등 역할)를 통해 추가 확보 노력 가능하다. 그러나 백신은 환자에 사용하는 화학적 의약품과 달리 건강한 영유아에 사용하는 주사용 생물학적 제재 특성으로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의 특례수입, 위탁제조, 긴급허가 등이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정부는 위와 같은 국내의 국가백신의 수급불안정 원인에 따른 발생 가능성과 실현 가능한 국내 자급화 일정을 고려해 「국가예방접종 백신수급 개선 종합대책」 을 아래와 같은 원칙으로 2018년 상반기에 수립해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첫째, 수급불안 가능성이 높아 국민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백신에 대해서는 종합대책 수립과정에서 즉시 가능한 조치방안을 시행한다.

둘째, 수급불안정 가능성이 있는 백신에 대해서는 사전 조기인지, 적기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 추진한다.

셋째, 자급화 가능성(필요성) 있는 백신에 대해서는 우선순위, 세부지원범위 등을 현재 진행 중인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건립․운영과 연계 추진한다.

국가백신의 수급 안정화와 생산 자급화를 위하여 질병관리본부에서는 2017년 11월부터 ‘백신 수급체계 개선 추진단(단장: 감염병관리센터장)’ 및 ‘백신자급화 연구개발 추진단(단장: 감염병연구센터장)’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백신 제조사, 도소매업, 의료계 등 현장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위해 기업별 면담, 정례 민관협의체 운영을 통해 실행 가능한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국가백신의 안정적 공급은 보건안보의 출발

국가백신은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 하에 안정적으로 충분히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 필수 공공재다. 국가안보를 위해 대비하는 군수물자와 같이 예방접종 백신은 국경 없이 예측할 수 없는 감염병 유행이 횡행하는 미래의 위협을 대비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시급히 갖춰야 한다. ‘총(무기), 균(병균), 쇠(금속)’가 인류의 문명을 바꾼 것과 같이, 이것으로 구성된 ‘백신’(접종, 약독화 균, 주사바늘)은 국민 건강 보호에 필수적인 안보재이기 때문이다. 국가백신의 안정적 공급은 보건안보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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