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보건의료 육성전략 과제

개인정보 ‘범위’ 공론화…입법화·시범사업 추진
가칭 ‘보건의료 빅데이터 공론화위원회’ 서 논의 진행
공공기관 보유한 데이터 공공적 연구목적 활용 모색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

[의학신문·일간보사] 맥킨지와 가트너, IDG와 같은 글로벌 기술전문가 그룹이 대용량 데이터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한 것이 2009년 즈음이니 ‘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시대’라는 말이 세상에 나온지도 어언 햇수로 9년째다.

시간이 흐르면서,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에서 데이터의 양으로, 데이터의 질로, 조직의 의사결정 문화로까지 데이터 활용 정책의 핵심 요소는 변천되어 왔다. 민간 산업계에서는 데이터의 확보가 단순한 투자의 영역이 아니라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일찍부터 받아들여져 왔다.

미국 정부는 자그마치 7년 전인 2010년에 “모든 연방기관은 빅데이터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했고, 해외 주요국 정부의 경우 데이터의 생산과 축적, 관리를 넘어서서 데이터에 기반한 AI의 활용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 정부의 데이터 현주소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3년에 수립된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에서 처음 ‘빅데이터’라는 개념을 고려하였고, 플랫폼·제도·인력 등 기반을 지원함과 동시에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자 하는 체계적인 노력을 추진해 왔다.

국회에서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2013년 제정하고, 그러한 가운데에서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2011년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을 지속 개정해 상호 조응하도록 노력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양 법률간의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대법원에서는 개인정보 또는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의 경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데이터 공개의 의무 범위에서 배제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가 하면 그 법적 지위에 대해 논란은 많지만, 2016년 6월 정부는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통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생명윤리법에서 규정한 방법대로 개인식별정보의 익명화 절차를 거칠 경우 연구목적의 정보활용에 제한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이런 혼란 속에서 지체할 수 없다고 보고, 적극적인 사회적 공론화를 시도하기로 하였다. 모든 개인정보를 뭉뚱그려서 “개인정보”로 보고, 모든 활용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처리”로 보아 문제를 풀려고 하면 논의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가진 기관들 간에도, 건강 데이터 개방 및 활용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일치된 방향성을 갖지 못하고, 그 결과 민간 보험사에 일부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의 사건 또한 발생하게 되었다.

이제는 이러한 안개 속을 벗어나기 위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두루뭉술한 논리로 무의미한 입장발표와 충돌만 반복하는 토론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전문적이면서도, 투명하고 책임성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올바른 대화의 장을 마련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광장을 통한 열린 토론 또한 가치가 있고, 이 문제에 대해서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더욱 속도감 있는 진척을 위해서는 각계각층을 대표하여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하는 한편, 이들 간의 논의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책임성 있는 토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

복지부는 2018년부터 이러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데에 힘쓸 생각이다. 민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가칭)‘보건의료 빅데이터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논의를 진행하고, 보건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가칭)‘보건의료 빅데이터 자문위원회’에서 그 토론의 결과를 잘 정리하여 입법에까지 이를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이러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공허한 이론적 논의에 그치지 않도록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시범사업의 추진방향 및 구체적인 사항 또한 논의체에 상정하여 점검받으면서 추진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의 목적은 간단하다. 주요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들을 공공적 연구 목적으로 활용해 보고, 그 결과를 분석하여 우리의 데이터 활용 가치를 시험해 보아 향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적 연구 목적이라 함은 사회 소외계층의 건강 연구, 사회적 건강 위협, 건강불평등, 의료전달체계, 의료기술·의약품간 효과 비교 등 그 연구 결과가 우리 사회에 환원되고,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연구로 한정된다. 또한 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자의 범주도 국가·공공기관, 의료기관·학계 등 산업계를 제외한 연구자로 한정된다.

정부는 이러한 시범사업을 위해 다양한 예산을 마련하였다. 관련 정보시스템 구축 및 행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연구자들이 활발하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 또한 실시한다.

복지부는 이같은 시범사업 계획(안)을 지난해 12월 12일 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였다. 국민과 논의체 구성원의 의견을 받아 올해 초 최종 확정, 추진될 예정이다. 모쪼록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처럼, 우리가 갖고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역량을 올바르게, 그러나 충분히 활용해서 국민의 건강이 증진되고, 활력이 넘치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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