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보건의료 육성전략 과제

의료 공공재원 비율 OECD수준 확대해야
의사인력 확대보다 적절한 활용 더 중요

이혜연
연세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적정의료가 무엇인가’를 정해야 그에 맞는 의사인력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의사인력 양성보다 우리나라의 적정의료의 수준이 무엇일까를 알아보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되었다. 답을 찾기 힘들어 OECD 보건통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규모이다. 2016년 발표된 우리나라 GDP는 35,751달러로 OECD 국가 평균 GDP 42,101달러의 84.9% 수준이다. 국민소득 중 2016년 우리나라 경상의료비 지출은 2,729달러로 OECD 국가의 경상의료비 평균인 4,003달러의 68.2%이다. GDP 대비 의료비 비율은 7.63%이며, 참고로 OECD 평균은 9.51%이다.

이러한 의료비 지출 비율은 국민소득에 비해 낮으나, 우리나라 국민의 의사 방문회수는 연간 16회로 OECD 평균 6.9회보다 월등히 높게 1등을 차지하였으며, 의사 1인당 환자대면진료횟수는 7140건으로, OECD 국가 평균인 2295건보다 3배 이상의 진료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영아사망률이나 기대수명 등을 생각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특별히 아픈 곳이 많아서 진료기관을 많이 찾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러니 다른 이유를 생각해 보자.

병상수가 OECD 국가중 2위이니 의료기관이 지역사회에서 접근하기 쉽다는 것이 첫째 이유가 되겠다.

두 번째로는 OECD 국가 중 의료비 지출 중 본인부담이 30%가 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하여 칠레, 그리스, 라트라비아, 멕시코, 미국 6개국에 불과하다.

본인부담률이 높지만 의사를 많이 방문하는 것을 보니 진료비가 매우 저렴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국가의 경제 규모와는 걸맞지 않게 우리나라의 국가의료지원은 10%, 의무적 국민의료보험 재원은 46%를 차지하니, 공공재의 지출비율이 OECD 평균인 72%보다 많이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세계 1등 국가인 것에 비하면 개인의 의료비가 매우 많이 드는 나라이다. 그럼에도 의료비지출에서 국가의 공적재원비율은 2015년 41%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국가 공적재원 비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과거보다 공적재정 지원을 늘려가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줄어들었다.

OECD 통계에서 2003년과 비교하여, 벨기에와 미국, 한국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다른 두 나라의 공공재원비율이 각각 28%에서 39%, 34%에서 41%로 증가한 것에 비하면, 한국은 국가재정비율이 2003년 19%였던 것이 2015년에는 오히려 18%로 감소한 것을 보여준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사회적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오히려 의료비에 대한 공공 지원은 감소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 수립에 대한 정부의 계획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수준으로 국가수준을 올리려고 한다면, 더 많은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의사들의 행복도, 환자의 만족도 공공의료 수준이 지금과는 전혀 다를 수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2015년 우리나라 인구통계와 보건복지부 보건통계연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면허의사수는 인구 천명당 2.3명이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3.4명의 67.6%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경상의료비 지출 수준은 OECD 국가 평균의 약 68%이며, GDP 대비 의료비 지출비율도 OECD 평균(9.5%)보다 낮은 7.6%이다.

의사 인력문제를 얘기할 때, 2만3000명이 넘는 한의사는 흔히 제외한다. 한방의료보험이 도입되고 의료보험의 재원을 한의사에게도 분배하는 현실에서, 국가 경제규모의 의료비 지출 수준과 의료인력 분석을 비교 분석할 때는 한의사수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의사+한의사 인력은 국민 일천명당 2.7명이 되며, 이 숫자는 OECD 평균 의사수의 81% 수준이다. 의사+한의사 구성의 16%를 차지하는 한의사의 대부분은 개원가의 한의원에 근무하며, 일차의료의 보완의료가 주된 진료 분야이다.

의료시스템에서 현재 시급한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전염병 등의 감염관리, 재난의료시스템에는 참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의사를 포함한 의료 인력의 수가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비 지출 수준과 비슷하게 80% 수준인 것이 흥미롭다.

이를 고려하면 지금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서 많이 부족한 재난의료, 의료전달체계 확립, 감염관리에 대한 올바른 의료정책을 펴고 싶다면, 전체 의료인 인력에서, 의사인력과 한의사인력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 정책과 예산배정의 비효율성을 점검할 때가 온 것이다.

적정의료-적정수가 모색 토론회 장면.

과도한 의료기관 수나 병상규모는 병상이용률이 OECD 평균(75.7%)보다 낮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대한민국 병상이용률은 64.4%에 불과하며, 재원일수가 길다.

이렇게 병상이 남으니, 상대적으로 의사가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환경이 안좋고 투자가 적은 지역의료원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한의사가 근무하는 응급실이나 이차병원 상급종합병원은 없으므로, 의사들이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이런 착시현상은 좋은 의료정책 만드는데 방해만 될 뿐이다.

실제로 외과분야의 의사들의 부족을 해소하고자 여러 학회가 나서는데 잘 해결되지 않는다. 이것이 과연 의사들만의 책임일까? 외과분야의 진료는 외과의사 혼자 할 수 없다. 외과적 시술이 필요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진단과정에서 좋은 진단검사의학과와 해부병리과,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관련 기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며, 수술실에서는 마취과 의사와 수술실 간호사의 도움이 절실하다. 적어도 OECD 국가에서는 안전한 수술치료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훌륭한 외과의사는 좋은 내과 동료도 잘 만나야 한다.

이러한 전문적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의료행위 수가에서 급여를 받게 된다. 즉 의료비 재정에는 반드시 이러한 인적자원의 노동에 대한 적절하고 정당한 예산이 수립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의사인력의 80% 이상이 전문의이므로, 2016년 OECD 통계에 참여한 29개 국가의 평균 전문의의 수입을 비교해 보면, 전문의는 조사된 해당국가 평균근로소득보다 3.2배를, 간호사는 1.1배의 평균급여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와 간호사를 늘려서 적정의료를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에 재정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명감만으로는 지속적 의료서비스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환자를 많이 보는 대한민국에서, 의사들은 턱없이 많은 업무에 시달린다.

개인적 행복과 단란한 가정은 의사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이다. 15분 진료 시범사업의 진찰료가 현재의 3배로 책정된 것의 적절함의 논의는 차체하고라도, 그동안 진찰이라는 전문적 행위가 전혀 절절하게 보상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사회의 공공 서비스는 모두 많은 세금과 국가적 자원을 필요로 하나, 대한민국에서 정부가 적은 비용을 투자하고, 가장 많은 생색을 내는 분야가 의료서비스 분야이다. 우수 인력이 모두 의료계로 몰리는 현상에 대해 과학계 등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많으나, 과학계에 지원되는 연구비나 대학 및 기관 지원금과 의료계에 지원되는 국가지원금을 비교하면 그 비난은 매우 부당하다. 젊은 개인이 스스로 의사가 되기 위해 개인적 시간과 재원을 투자했음에도, 그저 개인의 안위를 위한 노력으로 폄하하는 것은 당장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기만하는 것에 불과하며, 결국은 모든 국민의 의료서비스 질을 하락시키는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국가는 세금과 공공재원을 이용하여 좋은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합리적 정책을 시행해야한다. 그러면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과 수련기관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세계수준의 의사를 기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의사인력은 아직은 55세 이상인 비율이 낮아, 향후 20년간 활발히 활동한 의료인력 확보가 어렵지 않으며,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2035년에 OECD 평균 수준의 의사가 배출된다. 그러니 숫자를 늘리느라 애쓰지 말고 의료인력의 적절한 활용에 대해서 고민할 때가 된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적정의료란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차세대 국민이 없어져 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현재의 수준 높은 의료환경은 기대수명은 계속 늘어나게 하며 노령인구 비율을 증가시키고 있다. 영아사망률은 낮으나 출산율은 계속 감소한다. 그러니 좋은 나라, 좋은 지역사회를 위한 정책의 입안과 실현이 더욱 절실하다. 실력있는 좋은 의사들이 내 지역의 주민들과 같이 더불어 살며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중한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보낸 후 이들의 지속적 건강관리를 내 집에서 할 수 있도록 그 지역에 정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실현되려면 그 일의 한쪽 축에 있는 의사들에게, 정부가 손을 내밀어 안정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파트너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국가를 위한 올바른 의료정책은 결국 그 정책을 실현할 의사들의 전문가적 의견과 자발적 움직임으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좋은 의사 양성을 위한 좋은 의료환경이 구축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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