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병원을 만들자

수술실에서의 환경 운동

▲ 임현경
인하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수술실의 환경운동’(Green Operating Room)을 이야기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낯설어한다. “생명을 살리는 수술실에서 지구 환경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가?”라고 되물어 보는 사람들도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환자의 생명에는 관심이 있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는 병들어가는 지구까지 생각하기에는 여유가 없기 때문일까?

의료의 발달로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병원에서 배출되는 병원폐기물들이 역설적으로 환경오염을 가중 시켜 인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미국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의하면 병원 폐기물의 85%가 일반폐기물이며, 10~15%는 의료폐기물, 5% 미만이 전염성 있는 위험한 의료폐기물이라 한다. 병원에서 발생되는 일반폐기물 85%에는 의료기구 포장재(의료 기구를 멸균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의료기구 포장재들은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닫기 전에 분리수거 된다면 의료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 된다.), 음료수캔, 병, 플라스틱, 종이, 컴퓨터 자판, 책과 저널 등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 포함되어 있다.

GGHHN(Global Green and Healthy Hospitals Network)란 국제 NGO에서 정한 10가지 Agenda 중 3번째가 병원 폐기물 분리수거로 ‘zero waste’가 목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2013년부터 보건의료분야 친환경경영 확산 협약을 이끌어 양질의 녹색 의료서비스의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같은 해 저탄소·친환경 병원을 구축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를 예방하고자 ‘친환경병원학회’가 창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대형병원들 대부분에서는 아직도 병원 폐기물의 분리수거에 대한 세부지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 발생량 전량을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

환경부 지침 중 의료폐기물의 정의가 모호한 경우 병원들은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고, 의료폐기물 관리법에 위반되지 않기 위해 분리수거를 시도하지 않으려 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의료폐기물의 총량은 14만7600톤 이었다 한다. 수도권에서 처리 능력은 4만9000톤에 불과한데 7만 9000톤이 발생하여, 발생된 폐기물의 38% 가량은 원거리 이동 후 처리해야 했다. 또한 매년 10% 이상 의료폐기물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시, 2016년 현재 수도권의 처리시설은 더욱 부족한 상황으로 생각된다.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확대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근본적인 정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매년 새로운 시설을 설립해야 할지도 모른다. 좀더 근본적으로 의료폐기물 자체를 감량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친환경병원학회 뿐만 아니라 각각의 의학 학회에서 Green TFT를 두고 의료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지침을 마련하여 환경부와 합의를 거쳐 모든 의료인을 교육하고 병원에서 분리수거를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병원은 환자의 건강뿐만 아니라 우리의 손녀 손주가 살아갈 지구의 건강도 지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유치원 때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교육기관에서 바르게 잘 버리기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

2014년 인하대학병원 수술실에서 분리수거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수술실 내 폐기물 통이 의료폐기물 통 하나로 일원화 되어 있어 분리수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면, 수술 종류에 따라 분리수거가 가능하도록 재활용봉투를 비치한 것이다. 재활용 봉투의 등장은 많은 의료진의 저항에 부딪쳤다. 의료폐기물 통 하나로 일원화 되어 있던 오랜 기간 동안 쌓인 습관을 바꾸는 길은 참 더디 왔다.

2015년 수술실 폐기물 분석 연구를 시작했다. 의료폐기물 통 외에 재활용 통을 하나 더 비치하여 재활용 가능한 clean 폐기물을 분리수거 하였다. 의료포장재에는 비닐 봉투, 종이 상자, 플라스틱, 종이 포장지, 넘버 5 플라스틱인 Blue wrap 등이 있다. 호흡기 질환이 없는 건강한 환자의 수술 시 사용되는 호흡 서클도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과 접촉되지 않았다면 분리수거 할 수 있다는 문헌을 찾았다. 수술실에서 소독을 위해 사용되는 멸균 생리 식염수, 알코올, 베타딘 등을 담아둔 플라스틱 빈 통들도 재활용 가능하다. 수액이 다 사용된 수액 팩들도 재활용 가능하다. 수술실 폐기물 중 무게로는 27.7% (부피는 1.6배 더 컸다)가 재활용 가능했다.

전염성 환자 수술시 의료폐기물의 양은 더 많아졌다. 그러나 clean 폐기물을 환자와 접촉 전에 분리하여 의료폐기물의 부피 줄이기는 전염병 확산을 줄이면서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의료폐기물의 30%를 전국 병원에서 줄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30%를 재활용하여 자원이 된다면 비용 절감, 자원 절약, 환경오염 감소의 일석 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Stanford hospital, UCLA health, Pittsburgh Medical Center, Mayo clinic 등의 의료기관에서는 분리수거를 위한 위원회가 조직되어 효과적인 폐기물 처리를 위한 연구와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Recycling Center를 직접 운용하기도 하고, 병원의 재활용품을 한 비닐 봉투에 담아 보내면 품목별로 분리하여 자원으로 활용하는 특정 산업시설과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병원 재활용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산업 시설이 생기길 바란다.

바쁨과 귀찮음을 전 인류를 위한 배려의 마음과 합리적인 생각으로 뛰어넘어 의료기관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분리수거를 좀 더 정확하게 실천한다면 우리가 실천한 만큼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병원 만들기’ 캠페인은 건강산업 글로벌 리더 녹십자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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