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는 대화도 닮는다.

<노희영 아이맘인지발달연구소 청소년상담사>

<사례1>

이른 새벽 아침부터 시작하여 온 동네가 몇 차례 시끄러운 소리로 깬 적이 있다. 아버지의 목소리와 딸인지 아들인지 서로 싸우는 목소리가 새벽 아침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메아리 소리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들을 수 없었지만 아빠와 자식의 관계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식은 흐느끼며 “알았다고 나간다고!” “이 자식이!(욕이였다)” 서로 때 아닌 욕과 언성이 가득 차 있었다.

<사례2>

반대로 우연히 인터넷에서 고민이 되어 올라온 글을 본 적이 있다. 저희 집은 대화를 하지 않는 가족이라고 한다. 우연히 물을 마시러 부엌을 나갔다가 김치랑 콩자반만 놓고 물에 밥을 말아 드신다는 아빠였다. 그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근데 차마 ‘김치찌개 있는데 그거 끊여서 먹으면 되는데’ 도무지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들어왔다고 한다. 한 집, 한 공간에 함께 공존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한다는 것이 목 끝까지 나오지만 말이 나오지 않아서 ‘왜 아빠에게 말을 하는 게 어려울까’ 라는 고민내용 이였다.

청소년기는 사춘기와 함께 시작되어 어른으로 성숙하는 변화 과정이다. 신체 변화 뿐 아니라 생각, 감정의 변화로 강렬한 본능과 충동성을 느끼게 된다. 또한 유아기에 발달한 자아 기능이 극대화 되고 이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들로 주위 사람들과 마찰이 잦아진다.

청소년기에 또래관계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성인이 되기까지 부모의 영향을 가장 받는 시기이다. 어느새 닮고 싶지 않았던 부모의 모습을 자신에게 보여 갈등을 겪기도 하며, 인생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지만 되돌아 오는 대답은 “공부나 해” 였기에 부모님은 나를 잘 모른다고 생각해 버린다.

초·중학생 부모와의 대화시간이 1시간 채 되지 않으며, 많은 청소년들이 실질적으로 대화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한다. 십 몇 년을 함께 공유했던 부모와 자녀. 대화가 부족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부모•자식은 닮을 수밖에 없는 존재 - 의사소통도 닮는다!

부모-자식은 좋든 싫든 서로 환경적으로, 유전적으로 닮을 수밖에 없다. 사례1를 보면 부모는 분노를 느껴 분노를 표출하면(비합리적인 표출), 그것으로 인해 자식은 상처를 받을 것이고, 부모도 결국 미안함과 죄책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례2를 보자. 말을 하지 않는 아버지 밑에서 말을 하지 않는 자식이 있었을 뿐인데 자녀 입장에서는 배운 것이 그 뿐이라 당연히 힘이 들 수밖에 없다. 부모 - 자식 사이의 반영(mirroring: 아이가 부모에게 끊임없이 바라는 반응) 자녀의 감정과 느낌, 자녀의 존재감은 부모의 반영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마치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부모의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는 것은 아닐까?

▲부모·자식의 적절한 의사소통은 자녀의 자존감, 대인관계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성

부모와 자식 간의 의사소통이 단순한 의사소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인관계능력은 원만한 대인관계를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으로써 의식 전반의 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적절한 의사소통은 서로의 자존감을 높여 주어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준다. 부모·자식 간의 충분히 티격태격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중요한 것은 부모는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이다. 부정적인 표현할 때 자녀의 감정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만 해준다면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이해받았음을 느낄 수 있다. 자녀의 ‘자존감’은 모든 영역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아야 자녀 스스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의해서 흔들리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대인관계 속에서 혹은 사회 속에서 수도 없이 상처받을 미래의 내 자녀들에게 ‘의사소통’은 자존감에 꼭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들 사이에 감정표현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낯간지럽기도 하고 좋은 감정들에 대해서 표현은 쉽지만 안 좋은 것에 대한 표현은 참으로 어렵다. 익숙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관계개선에 있어 서로에게 다가서야 할까? 아래 5분 되새기기를 통해 부모-자녀간의 의사소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5분 되새기기 ▶

◆때론 부모도 경청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부모의 충고·충언의 잔소리뿐이 되지 않습니다. 100마디, 1000마디 말한들 내 자녀에게 과연 얼마만큼의 Advance가 될 수 있을까요? 내 자녀의 ‘꿈’에 대해 자녀가 고민 끝에 부모에게 털어놓았다고 하였을 때, 부모는 자녀의 단점을 먼저 봅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너보다 잘난 애들도 많다’ ‘대학안가면 네가 할 수 있는 게 뭐야?’ ‘남들은 더 열심히 한다’ ‘너는 배포가 크지 않아서 못 한다’ 등 얼마나 비수를 꽂는 말인지 부모들은 명백히 알아야한다. 결국 또 싸움이 되고 만다. 내 자녀의 말에 귀만 기울여 보세요. 입은 막고 귀를 여는 자세가 부모에게도 필요합니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는 공감, 서로의 생각에 인정을 해주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구나!” “아~” “그래~?” “응~~아~” 때론 서로 이야기만 들어주세요.

◆부모는 자녀에게 올바른 해결방법을 제시하시나요? - 함께 전문가 강연을 듣자!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학업, 진로일 것입니다.

어느 날 내 자녀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이쪽 일인데, 고민이 되요”라고 말을 꺼냈다고 가정해보세요. 지지를 해주시나요? 혹은 내 자녀를 판단하시기 급급하시나요?

아이는 부모에게 지지·격려를 받고 싶어서 고민을 이야기하는 거겠지만 부모는 그 상황에서 항상 “너 같은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밖에 나가면 널리고 널렸다. 네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 그리고 아빠가 봤을 때 그쪽은 밥 벌어먹기도 힘들다더라. 너는 성격이 그러해서 못 버텨 그게 쉬운 줄 아니?” 라고 하였을 때, 자녀는 자존감이 낮아질 뿐 아니라 부정적인 피드백이 아이의 꿈을 접게 할 수도 있습니다.

내 자녀가 무엇인가 하고 싶다면, 관련 분야의 전문가의 강연을 단 한번만이라도 함께 참석해보세요. 객관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건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입니다. 전문가는 나를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밥 먹고 살기 힘드니까 하지마세요’ 라고 하기보다 ‘나도 해냈기 때문에 당신도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를 들을 것입니다.

◆자녀의 성향을 파악하세요.

과연 내 아이의 성향은 어떤 성향인지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행동파이고, 자녀가 이성적인 아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부모는 생각보단 몸이 먼저 나가다 보니 이성적인 아이는 부모님의 그런 모습을 이해를 못 하고 맙니다. “우리 엄마, 아빤 맨날 왜 저래 진짜 말이 안 통해!! 답답하다고!”라고 말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상황 설명을 통해 ‘네가 혼나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라는 인식을 주어야 상처받지 않고,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지적을 삼가고, 기분 좋은 말 하루에 한마디만 혹은 일주일에 한번만이라도 해보세요.

부모·자녀는 서로에게 얼마만큼 좋은 점을 말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가족들을 보았을 때, 서로에게 수많은 감정 중 ‘무시’라는 감정이 많다고 합니다. 자녀에게 “너는 옷을 왜 그렇게 입어?” “그것도 옷이야?” 라고 하기보다 “우리 oo는 그렇게 입으니까 진짜 예쁘긴 한데 남들이 쳐다볼까 아빠는 걱정 된다~” 서로 조금은 돌려 말해보세요.

표현이 안 된다면 조그마한 사탕 혹은 초콜릿이라도 하나 살짝(자녀 방문 앞, 혹은 아빠 차안) 놔두세요. 처음부터 노력해보겠다고 무조건적으로 대화를 시도한다고 하여 대화 기술 습득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시도한다면 100% 실패할 것입니다. 약간의 센스(?)만으로도 충분히 부모-자녀간의 마음을 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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