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감시 강화 법안이 어린이집 원장들의 조직적인 항의로 결국 철회되었다. 아이들을 돌보아야 할 어린이집에서 폭행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나, 이를 보육담당 공무원들에게 사법 경찰권을 줌으로써 해결하려는 시도역시 매우 우려스러운 시도이다. 결국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써야 할 터인데, 이번 철회된 법안은 당근은 안주고 무조건 채찍만 드는 어리석은 법안이다.

“마치 북한 같다”

특정 언론에서는 좋은 취지의 법안을 어린이집 원장들이 국회의원 사무실에 욕설까지 해가며 낙선운동 위협을 가하여 결국 철회되었다는 투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에 필자는 오히려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항의가 언론에 의해 의사만 환자를 등한시 하고 제 밥그릇만 챙기는 나쁜 사람들로 오인되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리라. 지금 어린이집은 빙산의 일각만 보고 그것만 고치려는 정부의 어리석음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

빙산의 뿌리는 무엇인가?

가뜩이나 아이들 돌볼 시간이 부족한 현대 부모들은 갈만한 어린이집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정부의 엄격한 기준 하에 관리가 되고 있으나 민간 어린이집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허술한 관리 하에 이런 저런 문제들이 김밥 옆구리 터지듯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꼴이다. 이것이 빙산의 뿌리다.

관리체계가 있는데 확대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들이 생긴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미 효과가 있는 방법을 왜 확대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무원의 사법경찰권을 들고 나오는 것일까? 필자의 생각엔 의료에서 지적되는 정부의 재원부족문제가 어린이집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정부보조금이 나온다.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주어지는 보조금만도 30 - 50여만 원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많이 생기면 재원 부담이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국회에서 ‘당근’ 보다 ‘채찍’을 선호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강력하게 추론한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언론들은 어린이집 원장 욕설 운운하며 불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이라 기가 찰 노릇이다.

4-7세 아동의 보육 및 교육은 초등학생들의 교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경정신과학의 내용에 따르면 7세 이전의 보육 및 교육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고, 어렸을 때 기초를 든든하게 잡아둬야 후에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서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유아의 보육 및 교육에 돈을 아껴서야 되겠는가? 또 국공립 어린이집이 많아져야 매년 학부모들이 겪는 어린이집 입학 대란도 줄어들 것이다.

“어린이집 협회는 잘 하고 있다”
어린이집협회에서도 어서 방어여론을 형성하는데 노력해야 하고, 철회된 법안처럼 말도 안 되는 시도가 국회에서 일어난다면 이번처럼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또한 부도덕한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고 자정 메커니즘을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린이집 질 관리수준을 높여감과 동시에 정부의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위의 제안에서 어린이집을 ‘의료’로 바꾸어 그대로 의료계에 제안해도 될 듯 싶다.

박 제 선
조천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