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고통에 대하여 24
윤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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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 주전자와 같다
물 한 주전자 끓이는데 드는 시간
맨 얼굴 드러낸 채
차가운 벽으로 둘러싸인
한 마리 짐승이다
그대가 아픔을 느낀다면
그것은 치유되는 증거이다
하나님과 그대가 만나는
창문이다
한없이 단조로운
회색 시간에
스토브에 지핀
뜨거운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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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 경북의대, 대학원. 계명의대 산부인과 교수 역임.
시문학 등단(1984).
하나, 뜨거운 물은 끓여야 한다. 열탕 소독을 하기 위해서도 끓여야 한다. 끓인다는 물기가 있는 음식을 불에 얹어 뜨겁게 하는 것이다. 섭씨 100도가 되어야 한다. 열 받아 속 끓이고 애 끓이는 일과 다름없다. 아래위가 뒤집어지고 정해진 공간과 시간이 숨 막혀 이리저리 벼에 부딪치며 어쩔 줄을 몰라 해도 주전자 속의 물은 주전자 속에서 끓어야 한다. 부글부글 뒤집어져야 한다. 이성을 잃고 마치 감정만 남은 짐승처럼 주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과 현상이 죄다 통증으로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