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강영우

● ● ●

선물을 받았습니다
예순 살 위암 환자 딸을 보내고
아흔 살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수제 이불,
딸의 고통 한 소리마다
한 올 한 올
당신의 살을 떠서
바느질하여 만든 이불,
모녀의 사랑이 배어 있는
선물 속으로
나도 따뜻하게
들어갔습니다

● ● ●


강영우: 부산의대, 경북대 대학원,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시문학 등단(2000년)
.

예전엔 병실에서 외래에서 촌지(寸志)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사용하였다. 글자 그대로 ‘얼마 되지 않는 적은 선물이란 뜻으로 자기의 선물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다. 진료현장 뿐 아니라 사람 사는 대부분의 곳에선 촌지가 드물지 않았다. 이제는 뇌물, 부정부패 등에 억울하게 휩쓸려 몹쓸 욕 다 얻고 변명 한 마디 못하고 거의 사라져 버린 참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속(風俗)이었다.
선물(膳物)은 남에게 인사나 정을 나타내는 뜻으로 물건을 주는 일 또는 인사를 표하기 위해 정(情)을 나타내는 뜻으로 물건을 주는 일이다. 진정한 선물은 언제나 주고받는 이를 서로 흐뭇하게 한다. 그렇게 느끼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필요 충족에서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성적 발동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감동의 이유를 관통하는 공통 요인을 지적한다면 ‘내가 사랑 받고 있다’는 현실적 정체감이 아닐까.
금세기 위대한 스토리 텔러 중의 한 명인 미국의 소설가 스펜서 존슨 (Spencer Johnson)(1940년 1월 1일 출생,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등의 저자)는 그의 저서 '선물(The Present)'에서 ‘행복과 성공의 비밀은 무심히 흘려보낸 ‘오늘’속에 감춰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현재’라는 평범한 ‘선물’이 우리 일생을 좌우하는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흰 가운 속 바로 지금의 정체를 따스하게 확인하는 것. 흰 가운이 슬그머니 나를 감싸는 포근한 이불이 되는 진료실, 그곳에서 현재 나는 선물을 한올 한올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