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이 필요한 이유는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해서다. 이순신 장군도 명량대첩에서 13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군대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조류의 차이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농구에서도 양 팀은 각각 5명이지만, 이기는 팀이 생기는 이유는 전략을 통해 순간적으로 좁은 공간에 아군의 수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제약영업 역시 마찬가지다. 경영석학 피터드러커 역시 ‘모든 것에 손을 대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우선순위가 한참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 백 번 낫다’(매니지먼트 중)고 하였다.

제약회사는 영업사원들에게 영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전문용어로 타깃고객의 선정, 타깃팅(Targeting)이라고 부른다. 타깃팅이 올바로 설정되기 위해서는 고객 분류(segmentation)가 필수적이다. 5천명의 고개이든, 2만명의 고객이든 어떤 기준으로 고객을 분류해야지만 집중할 고객군을 설정할 수 있다. 전략은 타깃팅을 의미하며, 타깃팅은 세그먼테이션을 전제로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하겠다.

컨설팅 목적으로 많은 일류 제약회사를 방문해서 타깃팅 현황을 점검해보면, 규모와 인프라에 비해 안타까운 사례들을 자주 접한다. 이에 고객 분류법(Segmentation)의 올바른 기준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독자들 스스로 현재 회사의 고객분류법을 한 번 점검해보기를 권한다.

◇데이터 건전성= 고객분류를 하지 않은 회사는 없겠지만, 과연 현재의 고객 분류가 전산상의 기준과 현실상의 기준이 합치 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형고객이라고 분류된 A병원의 실제 매출은 10만원 미만으로 소액화 된지 3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형고객으로 분류되어 있는 건 아닌지 등을 점검하는 것이 데이터 건전성이다. 데이터 상으로는 신규 고객이라고 분류된 고객이 매우 전략적 고객으로 성장해 있을 수도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이터는 분석의 가치가 없음은 물론이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생긴다.

◇분류 기준의 명확성= 많은 회사의 고객 분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신규고객이란 카테고리와 매출 기준 중형고객이라는 카테고리가 함께 존재한다면, 혼란이 생긴다. 신규 고객이면서 중형고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장가능성, 현재 발생 매출, 매출 발생 시기, 경쟁 관계, 우호도 등을 다양한 기준을 분류 기준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 기준은 명확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카테고리의 기본 법칙으로 ‘MECE’의 법칙이라는 걸 사용한다.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ly)란 ‘상호 겹치는 부분이 없으면서도 전체를 합치면 빠지는 부분이 없다’는 뜻이다. 다양한 분류 기준을 함께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MECE를 방해 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실행통제력= 고객 분류가 전략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MR의 실생활 속에서 하루 일과의 기준으로서 작용해야 한다. 영업사원들의 시간 설계의 기초가 되지 못하는 고객분류는 죽은 분류다. ‘A 카테고리 고객을 하루에 최소 3명을 만나고, 예산은 B카테고리에 50%를 사용하며, 이번 달은 C 카테고리 고객에게 영업력을 2배 더 높인다’는 식으로 영업 사원 생활의 기초가 될 필요가 있다. 팀장 역시 하루하루 일관성 없는 기준을 계속 바꾸어 제시하거나, 무조건 성실히, 무조건 알아서 잘 해보라는 식의 코칭을 삼가야 할 것이다.

◇전략 합치성= 고객 분류가 전략실행의 기초가 된다고 하였으니, 고객 분류의 최종 판단 기준은 당연히 전략 합치성이다. 전략 합치성이란 ‘현재의 고객 분류가 회사의 전략을 충분히 반영한 내용이냐?’에 대한 점검을 말한다.

세상은 변하여 과거 소액 거래처의 기준이 300만원이었던 제약회사가 100만원으로 기준을 낮출 수도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전략도 따라 변해야 하며, 그 결과로 고객 분류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미국의 경영역사학자 챈들러는 ‘조직은 전략을 따른다(Structure follows Strategy)’는 명언을 남긴바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막막할 수 있겠지만, 시작이 반이다. 막상 시작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원우 디씨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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