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나의 시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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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도 누가 가르쳐 주고 가는 것이다
바람은 저를 따라가고 싶은
풀잎과 나뭇잎에게 울음을 가르쳤다
풀벌레는 그 풀잎 속에 숨어서
매미는 그 나뭇잎 뒤에 숨어서
혼자 우는 울음을 배운다
그대 바람으로 다녀가고
나는 그 바람에 흔들리고 흔들리며
울음, 피울음 한 장단씩 배워 왔다
세상의 모든 울음이 그러하듯
나의 울음에도
선홍빛 핏빛 자국은 남아 있다
남들은 나의 노래라고 하고
나의 시라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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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중앙의대. 한림의대 산부인과.
열린시학 등단(2006년).

나는 울고 있는데 남들은 노래 부른다고 한다. 세상 모든 울음이 그러하듯 내 삶의 장단에 따라 내 세파의 진동에 따라 할 수 없이 울고 있는데 음조도 감흥도 색다르다고 한다. 울 수밖에 도리가 없어 울고 있는데.
노래는 언제쯤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대략 5만년에서 1만년쯤 전의 제4빙하기(후기 구석기시대 쯤) 부근에 주술적 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본디 노래 -그것을 굳이 詩라고 부르지 않아도- 는 신비한 마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노래는 노래를 낳고 낳아 마력도 유전(遺傳)하고 유전한다.
울음은 소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매미에게 배웠음직한 소리 울음, 그대가 떠나고 난 자리에 하염없이 서서 익혔을 침묵의 흐느낌. 모두 마술을 한다. 그래서 운다. 운다고 떠난 것들 버리고 가버린 일들 되돌아 올 까닭이 없지만 울음은 서러움을 그리움을 닦아낸다. 나는 마술을 펴는데 남들은 시를 노래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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