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km 울트라 마라톤 도전하기

마라톤은 혼자서 달려야하는 외로운 운동이지만, 함께 달릴 수 있는 동료가 있으면 외롭지 않고 재밌게 오랫동안 할 수 있다. 의사 마라톤 동호회인 ‘달리는 의사들’에 가입하고 난 후 많은 마라톤 마니아 의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동윤 원장님과 김학윤 원장님 등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분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모임에도 나가 마라톤 정보를 얻고 일반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의학적 관점에서 마라톤에 관한 많은 토론을 하게 되었다. 이 분들 중에는 정말 고수도 많았고, 엄청난 기록의 보유자도 많았다.

정형외과 김학윤 원장님은 나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풀코스도 많이 뛰셨지만, 100㎞ 마라톤을 포함해 제주 200㎞ 마라톤, 성지순례 222㎞ 마라톤, 불자 울트라마라톤 108㎞ 등 울트라 마라톤을 50회나 완주하셨다는 것이다. 그동안 풀코스도 힘들었던 나로서는 100㎞라는 단어가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김 원장님은 ‘울트라에 대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과 함께 정말 환상적인 코스가 있다’고 나를 유혹했다.


결국 2012년 5월 19일 토요일에 열린 ‘천진암 울트라 100㎞ 마라톤’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회는 저녁 6시에 시작되었다. 250여명이 모여서 번호표를 받고 준비운동을 시작하고 서로 인사하면서 기념사진 촬영 후 출발대에 섰다. 이번 대회엔 김 원장님과 평소 한강시민공원에서 마라톤 연습을 같이 했던 고대구로 정형외과 서승우 선생님과 같이 동반주를 해보기로 하였다.

저녁 6시가 되자 출발 신호가 울렸다. 모두들 배낭을 메고 힘차게 출발했다. 천주교 성지인 해발 300미터 천진암까지 8㎞ 거리의 오르막을 달려야했다. 초반이라 몸이 가벼워 빠른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천진암 반환점을 돌고 내리막에서는 더욱 속도를 내었다. 갑자기 김 원장님의 발에 문제가 생겼다. 발이 아프다며 속도를 줄이시고 먼저 가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고민 끝에 서 선생님과 조금 앞으로 치고 나갔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헤드랜턴을 켜고 달려야 했다. 주로가 시골도로라서 차들과 사고가 나지 않게 조심해서 달려야했다. 물론 인도가 있는 곳은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지만, 인도가 없는 곳은 정말 조심해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마라톤 풀코스와 달리 100㎞이기 때문에 체력안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중간에 여러 번 쉬면서 물도 마시고 체력을 비축했다. 남한강변을 따라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뛰다보니 드디어 35㎞ 첫 번째 확인구간에 도착했다. 이미 날은 컴컴해져서 칠흑 같은 어둠에 헤드랜턴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각종 음료수와 떡과 주먹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다시 출발했다.

날이 조금 추워지기 시작해서 배낭에 있던 바람막이를 꺼내서 입고 장갑도 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시골길을 달리고 있자니 개구리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고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자정이 다 되어 가니 주변은 적막하고 오직 달리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고요하고 적막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뛰는 것이 더욱 편해졌다.


드디어 58㎞ 반환점이 나왔다. 도장을 찍고 앉으니 밥과 국을 갖다 준다. 배는 고프지만, 식욕이 없다. 하지만 나머지 42㎞를 위해서 조금 먹고 막걸리도 한잔하고 다시 뛸 채비를 한다.

반환점을 돌아서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모르는 길보다는 왔던 길을 돌아가는 길이 더 편했다. 몸은 이미 천근만근이지만 갈 길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힘을 내어 본다. 중간에 24시 편의점에 들러 이온음료도 보충하고, 마지막 급식처에서 떡과 어묵을 먹고 마지막 스퍼트를 냈다. 마지막 10㎞를 남기고 많은 사람들을 제치면서 지나갔다.

남들은 마지막에 힘이 들어 천천히 가는데, 나는 오히려 힘이 넘쳐났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러너스하이(Runner's high: 극한 상황에서 느끼는 희열)’란 말인가. 그렇다 러너스하이가 바로 이 순간에 찾아왔다. 아침 동이 터오는 새벽을 달리고 있자니 수면박탈의 효과인지 기분이 좋아지고 다리에 힘이 생기기 시작해서 더욱 더 많은 선수들을 제치고 골인했다.

저녁 6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오전 5시 40분에 골인했다. 최종기록은 11시간 40분 42초로 완주자 213명중에서 37등을 했다. 골인을 하고 나니 너무 기분이 좋고 몸도 상쾌했다. 몸은 지칠수록 마음은 더욱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울트라 마라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울트라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은 정말 좋은 운동이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장시간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을 무리하지 않고 완주한다면 건강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 지론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사람은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준비해서 천천히 완주한다면 또 다른 기쁨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대연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교수>

■ 울트라 마라톤 준비물

▲배낭: 가능하면 가볍게 준비하고 좌우측에 망사로 오픈된 주머니가 있는 것이 좋다.

▲손전등: 야간이나 터널 통과시 주행 전방을 비추어 안전방어용으로 필수품이다.

▲안전점멸등 및 후미반사용품: 야간에 차량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해야 한다.

▲방풍자켓(우의로 대치 겸용): 바람과 비, 눈, 저온으로 인한 저체온증을 방지할 수 있다.

▲비상식: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식품으로 파워젤, 영양갱, 사탕, 초코렛 등이 있다.

▲구급약: 바세린, 바늘과 실(물집제거), 소염진통제, 소화제, 일회용 밴드를 준비해야 한다.

▲체온 유지용품: 모자, 장갑, 필요시 마스크

▲비상용품: 휴대폰, 코스도, 손목시계, 현금

▲운동화: 발길이보다 20mm 정도 긴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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