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만남

ㅣ저 자ㅣ 송복
ㅣ출판사ㅣ지식마당
ㅣ발행일ㅣ2007.11.14
ㅣ페이지ㅣ480쪽

ㅣ정 가ㅣ

22,000원

| 출판사 서평 | 서애 유성룡의 리더십을 연구한 책. 전체적으로는 임진왜란인 동시에, 각 장은 있는 힘을 다해 전쟁을 치르고 분할획책을 저지하는 유성룡이란 인물의 리더십을 살펴본다.


유성룡의 실용적 혜안으로 새시대 준비하자

김원종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나랏일을 보면서 어렵거나 힘든 장애물을 만났을 때, 포기하거나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마다 서애 유성룡을 생각하며 자세를 가다듬곤 한다. 송복 교수의 ‘위대한 만남’을 읽으면서 유성룡이 의사결정을 할 때 보여준 추상같은 리더쉽과 실용적인 문제해결 역량이 가슴속에 한없는 떨림으로 남아있는 까닭이다.

서애 유성룡은 임진왜란동안 전시수상(영의정)으로서 당시 동아시아 최강이었던 왜군의 침략에 맞서 명나라와 왜가 4년간에 걸쳐 물밑 강화협상으로 시도했던 조선분할획책을 막아내고 조선을 온전히 보전하는데 성공하였다. 송복 교수는 유성룡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온전히 남아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왕의 행차가 왜군에게 쫒겨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대절명의 순간에 명나라로 망명하자는 선조에게 유성룡은 ‘임금께서 우리 땅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떠나신다면, 그 때부터 조선은 우리 소유가 아닙니다(大駕離東土一步 卽朝鮮非我有也)’라며 서릿발같이 임금의 행차를 막아선다.

명분에 치중한 성리학자들이 다수를 차지했던 조선에서 서애 유성룡이 보여준 실용적인 사고와 문제해결능력은 오늘날 전문관료인 내가 보아도 탁월함 그 자체였다. 임진왜란 당시 백성들의 궁핍함은 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었다. 선조 27년(1594) 1월 사헌부 보고에 따르면, 심지어 사람의 고기를 먹는 일조차 있었던 모양이다. 대부분의 관료들은 이를 전란에 따른 불가피한 일로 여기고 있었던 데 반해, 도체찰사 유성룡은 백성들을 위한 실용적인 대책으로 ‘중강개시(中江開市)’라는 해법을 내놓았다.

‘중강개시’는 압록강 중강진에 국제 무역시장을 개설하여 면포 등 조선의 생산물과 명나라의 곡물을 교환토록 한 것이다. ‘중강개시’는 오늘날 한미 FTA와 같은 시장개방 정책이었는데, 조선은 사(私)무역을 사형에 처할 정도로 엄금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패했을 경우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을 생각하는 진정성과 관료로서의 전문성을 보여준 유성룡의 실용적인 혜안은 오백년 세월이 지난 지금도 새겨볼 대목이다.

이제 2012년 임진년이 가고 2013년 계사년이 오고 있다. 임금의 행차를 함경도가 아니라 평안도로 이끌었던 혜안을 지닌 유성룡이라면 2013년을 어떻게 정의했을까? 아마도 대한민국 역사에 가장 중요한 새로운 10년을 여는 변곡점(tipping point)으로 정의하지 않았을까? 2020년 이후 대한민국은 우리가 보아왔던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고 더 풍요롭고 부강한 나라를 후손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모든 준비가 끝나야 하기 때문이다.

압축적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은 산업화를 이끌어왔던 젊은 세대 덕분에 커다란 신형 엔진을 장착한 스포츠카처럼 씽씽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아동인구보다 많아지는 ‘인구의 대역전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많은 국가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는 등 달려야 할 길도 점점 험하고 가파라지게 된다. 건국 이래 가장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젊은 엔진이 꺼져가는 2020년 이후를 내다보며, 계사년을 맞아 서애 유성룡과도 같은 기개와 실용정신으로 향후 10년을 맞이하는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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