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 가운데 공약 실천을 앞두고 매우 섬세한 설계와 준비가 필요한 부분이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이다. 박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한 총진료비를 건강보험 급여로 추진한다”고 약속했다. 2013년에 비급여 부분을 포함하여 현재 75% 수준의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을 85%로 올리고,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 등 단계별로 확대하도록 돼있다. 상당한 재원이 마련되어야 공약이 실현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원의 마련은 로빈 후드식의 방법이 아닌 국민 모두가 더불어 동참하는 형태가 되었으면 한다. 재원 마련에 관한 부분은 여기서 제외하고 보험적용에 관한 부분만 생각해 보려고 한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선택진료비와 비급여 검사비, 비급여 약품까지 모두 국가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적용의 명확한 규정이 없다. 현재 보험을 적용할 때 고가의 항암제등의 비싼 약은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검사 횟수는 얼마까지 제한할 것인지 등도 명확하지 않다. 단지 “간병비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실은 병든 가족을 돌보는 일이 치료비보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부담이 되고 있다.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4대 중증 질환에 걸린 사람들을 서로 도와주는 것은 아름답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정의롭고 합리적인 적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비를 도와주는 것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4대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최근 경제수준의 향상과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비만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비만은 각종 만성질환과 성인 질환의 큰 원인 되고 있다. 혈관을 좁혀 고혈압을 일으키고 뇌졸중이나 심장질환들을 급격히 증가시킨다. 또한 담배나 술은 각 종 암의 발생에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담배에는 20여 종류의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있어서 폐암의 발생 확률은 비흡연자보다 15~30배나 높다. 폐암 환자의 90%가 흡연자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그 외 담배에 의한 대표적인 암으로는 폐암, 후두암, 설암, 방광암 등이 있다. 술로 인해 발생되는 대표적인 암으로는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위암 등이 있다. 이런 발암물질이 포함된 담배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계속 흡연을 하다가 암에 걸린 사람들과 자신의 건강관리를 잘 하고 살았는데도 암에 걸린 사람에게 똑같은 보험 혜택은 준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정의롭지 않아 보인다.

건강보험이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여 서로가 돈을 모아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다. 비만을 피해 적절한 운동과 과도한 음식물 섭취를 자제하며 노력한 사람과 무절제한 음식섭취와 운동부족으로 비만이 발생되어 얻은 뇌질환,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대해 똑같은 보험혜택을 주는 것 역시 정의롭지 않아 보인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비만인 사람이나 술, 담배를 하는 사람과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사람과의 보험 혜택 차이를 두고 있다. 뇌질환, 심장질환, 암 등은 누구도 걸리고 싶지 않은 질환들이다. 병의 고통뿐 아니라 막대한 의료비의 부담으로 인해 가정경제가 무너지고, 심하게는 가족 구성원의 직장과 정상적인 삶까지도 파괴하기 때문이다.

희귀난치병을 제외한 암과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에 대한 보험혜택은 차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건강에 해로운 술과 담배를 자제하거나 끊고, 체중도 조절하여 모든 국민이 건강해지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긴요하게 이용해야할 건강보험 재정을 정의롭게 사용해야 한다. 재정마련을 위해 새해부터 어떻게든 건강한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더 거두어 들여야 할 상황인데 정의로운 보험 적용이 되어야 돈을 내는 사람도 보람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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