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서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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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틈도 없는 삶이란
얼마나 외로운 것인랴

연구실 창문으로
불빛 찾아 덤벼드는 나방을 보면서

네온사인 불빛과
어두워지는 도시의
박쥐 울음 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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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국립암센터.
창작과 비평 등단(1985).

외로움은 시간 개념과 공간 개념 중에서 어느 것에 더 가까운가. 창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바라보면서도 유리벽으로 나뉘인 나의 공간과 너의 공간은 망망대해의 섬으로 떠다니며 고독한 울음 울며 어두운 밤하늘을 예고 있다.
외로움은 빛과 어두움으로 깊어지기도 하고 얕아지기도 하는가. 어두울수록 더 허허로워지기 쉽지만 욕망을 좇아 -바꾸어 말하면 어둠에서 빛을 향해 무모하게- 날아들면 들수록 밝음에 자신의 외로움은 더 드러나는 법이다. 막연한 고독에 더하여 제대로 드러나는 외로움의 객관화다.

어느 누구나 붐비고 북적댈수록 외로워지는 때가 있다. 인간의 고독을 탐구한 역사 철학가이며 저술가로서 옥스포드 뮤즈 재단(Oxford Muse Foundation)를 설립한 시어도어 젤딘(Theodore Zeldin)은 “외로움으로부터 고통을 당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는 일반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외로움은 모험이다.”고 주장한다. 무모한 나방의 돌진은 연구실의 실험정신과 모험이라는 외로움의 공간과 시간에서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
외로움이란 말은 왠지 쓸쓸하다. 활력과는 거리가 있고 솟구치는 창공을 허공으로 느끼게 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렇지만 네온사인 내어다 보이는 연구실 속 외로움은 더 외로워야 한다. “인간은 사회에서 어떠한 사물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감은 오직 고독에서만 얻을 수 있다.”<괴테(Johann Wolfgang Goethe)>
외로움이 무엇이냐고 정의하는 일은 부질없다. 공간적이든 시간적이든 외로움은 객관적 데이터의 일이 아니다. 절절히 나방과 박쥐와 연구실 연구원 제각각의 독하게 다양한 상황이다. 하여튼 외로움은 역설로 읊어지는 시인의 노랫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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