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동료평가(Peer Review)란 동료의사들에 의해 자신의 진료행태와 매너, 전문성을 평가받는 것을 말한다. 전문분야에 속한 그룹이 자신의 전문성과 질을 유지하고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동료평가를 하는 것이다. 최근 동료평가를 무시하는 일이 있었다. 긴 시간동안 논쟁이 되어 왔던 송명근 교수의 카바(CARVAR) 수술 건이다. 2012년 11월 30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그 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던 ‘카바수술조건부 비급여 고시를 폐지한다’는 결정사안을 보고했다. 3년 5개월이 넘도록 수술에 대한 검증기회를 충분히 부여했지만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 교수는 고시가 폐지되었어도 ‘계속 수술을 강행하겠다’고 동료평가를 무시했다.

동료평가의 입장에서 송 교수의 수술 적응범위와 안정성에 문제를 제기해 오던 대한심장학회는 2012년 12월 11일 동료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수술을 계속 하겠다고 발표한 송명근 교수에 대해 "송 교수의 행동은 더 이상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입장이 아니다"며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의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송 교수를 비호해온 건국대병원과 재단, 의과대학은 일말의 도의적인 책임감에 입각한 공식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심장학회는 "카바수술을 세상에 둘도 없던 '신의료기술'이라고 선전한 장본인으로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못한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유사한 재료를 이용해 대동맥판막성형술을 시행하겠다고 한 송 교수의 태도는 우리 모두를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송 교수 본인이 카바링을 이용한 수술이 카바수술이 아니라고 부정하며, 지난 1년 반 이상 요양급여를 청구해온 행동은 비윤리적일뿐 아니라, 명백하게 위법한 행위로서 엄격히 법 적용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동안 쌓아온 송 교수의 업적 등은 그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 할 정도로 많은 노력을 해왔음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동료들의 수술 자제 권고는 그러한 노력과 업적마저 모두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생명에 관한 문제이고 전문직업성을 지키기 위한 문제인 것이다. 임상에서 수술적응범위를 판단하는 것은 해당 전문가들이 판단해야하는 부분이다. 다른 영역의 사람들은 판단하기 힘들고 같은 영역의 전문가들만이 잘 판단할 수 있다. 환자의 상태와 치료방법 그리고 예측되는 예후 등을 종합해서 판단하게 된다. 동료평가(peer review)가 꼭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 동료들의 평가에서 진료나 수술방법 등에 문제가 발견되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일단 문제가 되는 시술이나 치료법을 중단하고 재검토해야한다. 동료들과 함께 어떤 것이 문제가 되는지 파악을 하고 보완 혹은 개선하는 것이 의사로서 전문직업성을 지키고 환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만약 수술적응범위를 자신의 연구나 업적, 이해상충의 문제 때문에 넓게 잡았다면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잘못된 수술 적용을 하거나, 더 나은 치료법이 있는데도 한 가지 수술만 고집한다든지 수술의 적용 범위를 넓게 잡았을 때 환자에게 피해가 가게 된다. 의료윤리 4원칙(자율성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중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악행금지 원칙을 어기는 것이다. 게다가 카바수술에 사용되는 의료기구와 소속된 의료기관의 비호 등 이해상충의 문제도 관여되어 있다.

이런 일들이 반복 될 때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을 받게 된다. 의사들의 전문직업성은 점점 위협을 받게 되고 환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혹 자신의 지식과 술기가 뛰어나고 확신에 차 있을지라도 동료들의 평가에서 문제가 발견되어 지적되었다면, 동료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의사가 윤리적인 의사이고 진정한 전문가(professional)로서 취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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