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병동

조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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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없이 피는 꽃
꽃 속에서 울어요
어릴 적
어둠 속에 별을 보듯이

과거는 꿈같은 기억 속에
꿈은 과거였던가
내 눈빛은 녹슬어가고
눈물처럼 무너지는 침묵

종이 울리면
이 아픔 건너
흩어질거나

수면제 한 알만큼
바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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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현: 충남의대,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이사.
시문학지 등단.

6병동에 있다. 환자로 병상에 누워있든 아니면 흰 가운 입고 환자를 돌보고 있든 어느 쪽이든 병동에 있으면 된다. 질병은 인간과 함께 그 역사를 시작하여 역시 함께 지내 오고 있다. 의료적으로 이르면 사람은 질병을 가진 또는 예방 차원에서 질병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병상에 누워 있거나 병상 옆에 서서 치유를 시도하는 이나 둘 다 마주 대하고 있는 사람이 질병만 지니거나 질병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병식(病識, insight, illness)을 비롯한 개인 사정, 가정사, 직장, 신앙 등의 모든 세파(世波)를 짊어지고 마주 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 또는 관심자가 있는 것이지 질병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병실에서 꽃을 보자. 꽃이 피고 지는 일을 들여다 보자. 침묵으로 가득한 꽃봉오리 안에 개화(開花)를 간구하는 울음 소리는 벌거벗은 채로 가득하고, 공중으로 날아 저 밤하늘 별을 꿈꾸는 갈망은 눈망울에 오히려 이룰 수 없어 눈물로 넘친다. 그래도 꿈을 꿀 수 있었다는 –당연히 과거가 된- 울음은 침묵으로 남는다.
병동에 종소리 들린다. 종이 울어 내는 종소리는 아득하게 멀리 그리고 거침없이 울려 퍼지는 울음이다. 병동에서 되살아나는 종소리는 건강과 질병, 삶과 죽음의 중간 갈림길 위에 자리한 병동의 기둥과 복도와 천정과 벽에 걸린 초상화에 부딪혀 끊김 없이 메아리 짓는 울음이다. 이젠 한 알의 약에 매달려 바람의 이름으로 흩어 보내고 싶은 종소리가 깨운 각성(覺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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