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경중증 치매치료 효과

KDSQ, 초기 치매 선별 능력 뛰어나고 6점 이상땐 치매 의심해야

MMSE, 알츠하이머병 검사에 효과적… 전두엽 기능은 평가 못해

SNSB·ADAS-cog 신경심리검사, 환자 인지기능 정확히 파악

레미닐, 초기 용량 4mg 1일 2회 사용…최소 4주 간격으로 증량

치매란 기억력, 주의 집중력, 언어기능, 시·공간 인지기능, 판단력을 포함한 전두엽의 집행기능 등의 다발성 인지기능의 장애가 발생하여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치매 환자들은 인지장애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불안증, 망상 등과 같은 정서장애나 이상행동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은 치매환자의 관리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치매 환자는 치매 전문가를 찾기 전에 일차의료기관을 먼저 방문하여 자신이나 가족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치매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를 의사와 상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일차의료에서 치매의 위험 인자라고 할 수 있는 고혈압, 당뇨, 고지질혈증, 심장병 등을 가진 노인들을 치료하기 때문에 환자를 만나고 치료하는 과정 중에서 치매의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 경우도 자주 있다.

하지만 일차의료에서 치매환자를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35%에서 90%로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치매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지 못하여 치매의 조기 증상과 이들을 진단하는 도구를 이용하기 못하고, 현재의 의료 현실 상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 한 명당 진료시간이 짧아서 충분히 환자의 상태를 검사하지 못하거나 치매의 선별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인력이나 시간, 공간이 충분치 않아서 검사를 할 수 없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치매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치매의 증상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치매의 주요 증상으로는 최근 일에 대한 기억장애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약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거나 물건을 두고도 찾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방향 감각의 상실로 인하여 오랜만에 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지하철에서 길을 잃는 일이 발생한다.

언어기능 저하로 인하여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적절한 단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계산력이 떨어지거나 잘 다루던 물건을 사용하는 방법을 잃어 버리기도 한다. 여성들의 경우 김치를 담그거나 반찬을 만드는 일이 서툴러지고 냉장고 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지저분해지고 음식들이 썩은 경우가 발생한다. 전두엽의 기능장애로 계획성 있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 당황해 하거나 융통성이 떨어져 고집을 심하게 부리기도 한다.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인지기능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검사 시에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걸리는 Seoul Neuropsychological Battery(SNSB)나 Alzheimer Disease Assessment Scale-Cognitive Subscale(ADAS-cog)와 같은 복잡한 신경심리검사들은 환자의 인지기능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전문인력과 시간, 공간이 필요하므로 이런 환경이 갖추어져 있지 않는 곳에서는 시행하기 힘들다.

일차진료에서는 환자의 인지기능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 외래에서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는 치매선별검사들을 사용할 수 있다. 치매선별검사에는 Mini-Mental State Examination(MMSE) 같이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자가 직접 시행하는 검사도 있고, Korean Dementia Screening Questionnaire(KDSQ) 같이 환자를 잘 아는 보호자를 대상으로 환자의 증상을 체크하도록 하여서 인지기능을 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MMSE는 지남력(시간, 장소), 세 단어 기억등록, 집중력과 계산, 세 단어 기억회상, 언어 및 공간구성으로 이루어진 30점 만점의 검사 도구로 세계적으로 가장 흔히 쓰인다. 하지만 이 검사는 전두엽 기능을 평가하지 못하고, 언어기능, 계산능력, 언어기억 등 뇌 좌반구 기능에 치우쳐있다는 단점이 있다.

MMSE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검사하기에는 좋지만 우리나라에 많은 혈관성 치매를 검사하기에는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치매 환자들에서 사용 시 보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MMSE 점수가 26점 이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검사는 학력과 나이에 따른 정상치의 점수 차이가 심하여 이를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

KDSQ는 환자의 나이나 학력의 영향이 없고 초기 치매를 선별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검사자가 필요 없다는 장점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치매를 잘 아는 보호자가 작성을 하는데 6점 이상인 경우 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

최근 경기도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코호트 연구에서 927명의 60세 이상의 노인에서 치매를 진단하는 KDSQ의 절단점이 9점으로 나타나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과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치매 선별의 절단점을 달리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일차의료의 환경을 고려했을 때 환자를 보다가 조금이라도 인지기능의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먼저 보호자에게 인지기능 설문지를 나누어 주어서 기록하게 하고 여기서 이상이 의심되는 경우에 객관적인 치매선별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인 치매 선별의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속에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 물질의 변화가 오는데 그 중에서도 인지기능과 관계가 깊은 것은 ‘아세틸콜린’이다.

Basal forebrain에 있는 nucleus basalis of Meynert의 콜린성 세포는 대뇌피질, 해마와 치밀한 연결망을 가진다.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 뇌 속에서 여러 가지 신경전달 물질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 중에서도 인지기능과 가장 관계가 깊은 물질이 바로 아세틸콜린이다. 이 아세틸콜린에 작용하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를 억제하여 아세틸콜린이 분해되지 않고 오래 남아 신경연접부(synaptic cleft)에서의 신경전달(cholinergic neurotransmission)을 증가시키는 것이 콜린분해효소억제제의 작용 기전이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는 콜린분해효소억제제인 도네페질(Donepezil hydrochloride, Aricept),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Exelon), 갈란타민(Galantamine, Reminyl)이 있는데 이 중 리바스티그민과 갈란타민은 경도, 중등도(MMSE 점수 10~26점)의 치매 환자들에게 사용 허가를 받았고, 도네페질은 MMSE 26점부터 10점 이하의 심한 치매 환자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도네페질은 초기 투여량을 1일 5mg으로 시작하여 4~6주 후에 10mg까지 증량한다. 리바스티그민 패취(transdermal patch) 제제는 하루에 한 번 사용이 가능하고 먹지 않고 피부로 흡수되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5cm2(4.6mg/24hrs)로 해서 4주 이상 경과 후 10cm2(9.5mg/24hrs)로 증량해 유지한다. 레미닐의 초기시작 용량은 4mg 알약을 1일 2회 사용하며, 최소 4주 간격으로 증량하고 유지용량은 하루 16~24mg이다. 최근에는 24시간 동안 서서히 분해되는 서방 capsule 형태인 Reminly PR(prolonged release)이 나와 하루 1회 복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는 콜린분해효소억제제들은 비슷한 약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물을 투여하면 처음 몇 달 동안은 증상의 개선을 보이다가 1년 정도 지나면 약물 투여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약을 투여하지 않는 경우보다는 항상 더 좋은 상태가 유지 된다.

약을 투여하고도 치매가 서서히 진행하는 이유는 이 약물이 뇌의 아세틸콜린을 증가시켜 치매 증상의 개선을 보이기는 하지만 아밀로이드 단백이나 타우 단백의 축적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약물을 투여하고도 증상의 개선 없이 계속 나빠진다면 다른 콜린분해효소억제제로 바꿀 수 있는데, 이 경우 약 50% 환자들이 새로운 약에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흥분성 신경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는 학습과 기억에 중요하게 관여하며 과도하게 자극될 경우 뇌신경세포 내에 지나친 calcium 유입을 초래해 세포를 파괴하기도 한다. 메만틴(memantine)은 N-methyl-D-aspartate receptor antagonist로서 calcium influx를 차단해 뇌신경세포의 파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만틴은 하루 한 번 5mg을 투여 하고 이후 용량을 증량시켜서 최대 용량은 아침, 저녁 10mg씩 하루에 20mg을 투여한다. 메만틴의 보험 인정기준은 K-MMSE 20점 이하이고 Clinical Dementia Rating(임상치매척도) 2~3 또는 Global Deteriorating Scale(전반적 퇴화척도) 4~7 치매인 중등도 이상의 알츠하이머병의 경우로 단독 사용 또는 아세틸콜린분해효소억제제와 병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두 약제를 동시에 투여하였을 경우 한 가지 약제만 보험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병용 투여 때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여 인정 비급여로 투여를 해야 하므로 약제비의 부담이 된다.

콜린분해효소억제제들의 공통적인 부작용으로는 혈중 내 아세틸콜린의 증가로 인한 오심, 구토, 설사, 식욕 감퇴, 근육 경련 및 수면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약물의 부작용은 초기에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의 추적 관리는 약물의 안전성을 위하여 특히 중요하다. 1달 정도의 간격을 가지고 서서히 치료 용량으로 단계적으로 증량할 경우 부작용을 많이 완화할 수 있다. 이들 약제는 부교감신경을 항진시킬 수 있으므로 천식, 활동성 위궤양, 서맥이 있는 환자에서 사용 시 주의를 요한다.

약제의 치료 효과를 보는 추적 검사는 약물 투여 후 8주 또는 12주에 실시하고 분기별로 실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심평원에서 요구하는 6개월에서 1년에 한번 정도의 MMSE와 CDR 또는 GDS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약물의 중단 시기는 최대 권장 용량의 콜린분해효소억제제를 투여 받고도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로 대개 말기에 이르면 환자의 보호자와 상의하여 약물을 끊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약을 끊고서 병의 경과가 급속히 악화되면 약물을 재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메만틴의 경우 부작용으로는 어지러움, 혼미, 두통, 변비 등이 약 5% 정도의 빈도로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하여 아밀로이드 단백이나 타우 단백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단백질을 분해하거나 제거하는 다양한 약제들이 개발되어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은 치료 효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이런 약제들이 개발된다면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치매 전 단계에 약을 사용하여 치매의 발생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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