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다발신경병증 ‘엄격한 혈당조절’ 필수

손목굴증후군, 한쪽·양쪽 손저림 특징… 20~30대도 발생

신경근병증, 경추부·요추부서 관찰…‘추간판탈출증’ 원인

손발저림 환자, 근전도·신경학적·영상의학적 검사 시행

근전도검사, 말초신경병증·다발신경병증 감별에 효과적

근육 및 말초신경질환 분야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 중에 하나는 손발저림이다. 손발저림은 환자가 느끼는 이상감각에 대한 주관적 증상 표현이며 비의학적인 용어로 환자들마다 표현방식이 다른데, ‘시큰거린다’ ‘전기 오는 것 같이 찌릿 찌릿 거린다’ ‘따끔 거린다’ ‘치과에서 마취가 덜 풀린 것처럼 먹먹하다’ ‘피가 안 통하다가 통하면서 느껴지는 쏴한 느낌이다’ 처럼 다양하게 호소한다.

의학적 용어로 저림증(tingling or paresthesia)은 신경병증 통증(neuropathic pain)의 한 형태이다. 신경병증 통증은 신경계 손상이 있을 때 발생되는 통증으로 먹먹하거나 혹은 마취된 느낌으로 표현되는 음성 증상(negative symptom)과 정상보다 반응이 증가되어 있는 양성 증상(positive symptom)인 자발통(spontaneous pain), 통각과민(hyperalgesia), 이질통(allodynia) 등이 있는데, 저림증은 양성 증상의 일부로 생각된다.

따라서 손발저림이라고 하면 손과 발에 나타나는 이상 감각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의학적 용어의 저림증과는 반드시 일치 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손발저림이 나타나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다’ ‘피가 잘 안 통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혈액순환 장애 보다는 신경계의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으며, 예후는 원인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되므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고에서는 주로 신경계 질환으로 기인하는 손발저림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손발저림의 원인

손발저림은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으로 원인은 다양하다. 말초신경계가 원인인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과 신경근병증(radiculopathy), 중추신경계가 원인인 뇌졸중, 그밖에 말초동맥질환(peripheral arterial disease), 심리적 문제 등이 주요 원인들로 생각된다.

1) 말초신경병증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겨 다양한 손발저림 현상이 나타나는 데, 하나의 말초신경만 손상 받으면 단신경병증(mononeuropathy), 여러 말초신경에 문제가 있으면 다발신경병증(polyneuropathy)이라고 한다.

단신경증병 중 흔한 것은 손목굴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 이다. 한쪽 손이나 양쪽 손의 저린감을 특징으로 하며, 예전에는 가사 일을 많이 하는 중년 여성이나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였으나, 최근에는 컴퓨터 사용량의 증가, 스포츠 활동 등이 많아 지면서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반복적인 손목운동을 함으로써 손목 아래나 손바닥 쪽으로 통과하는 신경과 혈관의 통로가 좁아지면서 정중신경(median nerve)이 압박되어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엄지 손가락과 둘째, 셋째 손가락이 저리고 손바닥이 함께 저리기도 한다.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심하면 손목 위까지 올라오지만 척골신경(ulnar nerve)과 요골신경(radial nerve)이 지배하는 새끼 손가락과 손등은 증상이 없다. 또한 반복적인 운동 없이도 당뇨병, 임신, 갑상선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손목굴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손목굴증후군이 의심되면 상기 질환의 유무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특징적인 소견 외에 진료실에서 간단히 해 볼 수 있는 검사방법으로는 정중신경이 지나가는 손목 부위를 툭툭 쳐서 저린감이 유발(Tinel sign)되는 지 관찰하는 방법과 Phalen’s test(환자가 가슴 앞쪽에서 양 손등을 직각으로 꺾어 마주 했을 때 저림감이 생기거나 심해짐) 등이 있다.

다발신경병증은 양쪽 손발이 저리는 증세가 나타난다. 손발이 저리고, 감각이 떨어지고, 화끈거리는 등 이상감각 증상만 있을 수도 있지만, 근육의 힘이 약해져 물건을 쥐는 힘이 떨어지고, 걷기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말초신경의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손상으로 인해 여러 가지 감각, 운동 또는 자율신경계 이상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당뇨병, 요독증, 비타민 결핍 등 전신질환에 합병되는 경우가 많다.

당뇨합병증으로 오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diabetic neuropathy DN)은 선진국에서 말초신경병증 중 가장 흔한 형태이며, 임상적인 사항만 고려하여 발목에서 심부건반사 소실과 발가락에서 진동감각이 감소했을 때만을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진단하는 경우, 유병률이 7.5% 정도로 보고되고 있으나, 임상적인 사항과 함께 정량적 감각검사, 신경전도검사, 자율신경검사를 포함하여 고려하였을 때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45% 정도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적으로 당뇨병을 진단할 당시에는 10% 정도, 5년 이상의 유병기간이 있었던 환자에서는 50% 이상에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동반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여러 형태의 말초신경병증이 포함되어 있지만 가장 흔한 것으로는 대칭적(symmetrical) 침범 양상을 보이는 말초신경병증(diabetic distal symmetric polyneuropathy; DPN) 이다.

그러나 비대칭적(asymmetrical) 양상을 보이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다발신경병증일 경우 주로 다리가 먼저 저리기 시작하다가 양팔까지 증상이 느껴지는 경우가 흔하다.

2) 신경근병증

신경근병증은 추간공(intervertebral foramen)을 지날 때 손상을 주로 받으며 경추부와 요추부에서 관찰된다. 추간판 탈출증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그 외에도 척추 및 주위구조물의 손상을 줄 수 있는 염증성 질환, 외상 및 종양도 신경근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근이 손상 받았을 때는 신경근 지배영역의 피부절(dermatome)을 따른 방사통(radiating pain)이 나타나며, 진행하면 신경근의 지배를 갖는 해당 근육의 약화 및 위축이 발생하기도 한다.

3) 뇌졸중

뇌졸중은 감각신경전달계나 감각중추를 손상시켜 손발저림을 유발하지만 운동마비, 뇌간기능 장애, 고위피질 기능의 장애 없이 감각이상만 단독으로 오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감각경로에만 국한된 국소 뇌경색도 결코 드물지는 않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증상은 한쪽 팔다리 또는 얼굴(같은 쪽 또는 반대쪽)까지 동시에 이상 느낌이 갑자기 발생하며, 증상이 있다가 없어지기도 한다. 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과 같이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한쪽 팔다리의 저린감이 갑자기 나타났을 경우, 항상 뇌졸중의 가능성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4) 말초동맥질환 및 심리적 문제

대부분의 손발저림은 신경계 장애가 원인이지만 간혹 동맥경화 및 혈관염 등의 혈류장애에 의해서도 올 수 있다. 혈관문제에 의한 손발저림은 같은 자세를 오래 동안 유지하였을 때나 오래 동안 운동을 하였을 때 악화 혹은 유발된다.

초기에는 걷거나 운동을 하지 않으면 증세가 나타나지 않지만 병이 진행하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손가락, 발가락의 통증이 유난히 심하며, 말단 부위가 찬 것이 특징이다.

손목, 발목 부위 맥박이 약하다면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찬물에 손발을 담갔을 때 피부색이 변하기도 한다. 추위에 노출되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에 의해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되면 손, 발 등의 색이 하얗게 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파란색으로 변하는 레이노 증후군(Raynaud syndrome)일 경우에는 혈관확장제(칼슘채널 차단제)나 혈소판 응집 억제제와 같은 약물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저린 부위나 호소하는 증상이 다소 모호하면 스트레스나 불안증 등의 정신적인 문제가 원인일 수 있으므로 기질적 문제를 배제한 후에 필요하면 정신과 진료가 권장된다.

2. 진단

손발저림을 호소하는 환자의 정확한 원인과 진단을 위해서는 자세한 병력청취 및 신경학적 검사가 필수적이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영상의학검사와 근전도검사를 시행하고, 진단 및 감별진단 과정을 거친 후 적절한 치료를 하게 된다.

병력청취 및 신경학적 검사를 통하여 손발저림의 양상을 파악하고, 신경계 손상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우선시 된다. 신경계 문제라면 원인이 중추신경계(뇌졸중) 인지 또는 말초신경계(말초신경병증, 신경근병증) 인지 감별이 필요하다.

손발저림 외에 동반된 신경학적 증상(뇌간 징후 및 대뇌피질 고유기능 장애)이 있고, 증상 있는 팔, 다리의 심부건 반사가 증가되어 있다면 뇌 MRI 검사가 필요하다.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말초신경계 질환의 가능성이 높다면 근전도검사(electromyography; EMG)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경근병증의 의심되면 목뼈나 허리의 단순 X-ray 촬영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CT나 MRI를 시행한다.

근전도검사는 전기생리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신경 및 근육의 생리적 기능을 평가하는 검사방법으로 말초신경병증의 유무를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 근전도검사를 통하여 다발신경병증과 단신경병증을 객관적으로 감별 할 수 있고, 손상된 신경이 운동신경인지 또는 감각신경인지 알 수 있다.

또한 신경조직의 손상된 부위가 축삭(axon) 인지 또는 말이집(myelin) 인지도 어느 정도 감별이 가능하다. 이러한 근전도검사 소견이 중요한 이유는 말초신경병증의 원인을 찾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신경근병증이 있는 경우 어느 신경근이 장애를 받았는지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근전도검사는 영상의학검사 처럼 객관적으로 병변이 보여지는 것이 아니고 검사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어느 정도 포함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환자의 임상양상과 검사결과를 연관(correlation)시켜 해석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3. 치료

손발저림에 대한 치료는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원인에 따른 치료가 원칙이다. 그러나 손발저림은 원인을 알 수 없거나 원인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당뇨병성 다발신경병증(DN)으로 저린 증상이 있는 경우, 병인에 따른 치료가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적인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고 있으며, 엄격한 혈당조절이 당뇨병성 다발신경병증을 줄이는 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추천된다.

그러나 당뇨병의 근본적인 치료인 췌장 이식 수술을 하더라도 당뇨병성 다발신경병증의 진행을 막을 수는 있지만 호전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엄격한 혈당 조절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치료를 포함한 대증치료가 요구된다.

신경병증 통증에 의한 손발저림증의 기전으로는 말초 및 중추신경계의 통증전달체계의 민감화(peripheral/central sensitization), 이소성 방전(ectopic impulse generation), 통증 또는 비통증 섬유의 역할을 하는 신경의 재배치, 중추조절의 탈억제(central disinhibition)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신경 활성을 억제하는 약물들이 사용되어 왔다.

현재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물로는 삼환계 항우울제(amitriptylline, nortriptylline)와 항경련제(carbamazepine, gabapentin) 등이 있으며, 최근에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통증에pregabalin과 SNRI인 duloxetine이 FDA 승인을 받았다.

손목굴증후군의 경우에는 일단 충분히 손목을 쉬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고, 휴식에 호전이 없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삼환계 항우울제, 항경련제 등의 약물치료와 주사요법, 부목이나 보조기 사용, 수술 등이 고려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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