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사이드 지역, 위스키 생산 최적 환경 갖춰
‘다프타운 위스키 축제’ 세계인 발길 이어져

원조 또는 본가에 대한 논쟁은 항상 치열하다. 그만큼 이 명칭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이익이 막대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일단 어떤 것의 발상지나 중심지로 인정이 되면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게’의 원조 주산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경상북도 영덕군과 울진군의 예도 있고, 전설적인 정력가 ‘변강쇠’에 대한 연고지를 놓고 벌이는 경상남도 함양군과 전라남도 남원군 간의 경쟁도 또 다른 예가 될 것이다.

술의 세계에서도 ‘보드카’의 원조를 두고 다투는 러시아와 폴란드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라든지, 남미의 국민주 중의 하나인 ‘피스코’에 대한 연고권을 놓고 벌이는 페루와 칠레 간의 논쟁이 그 대표적인 예들이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모든 사람들이 특별한 이론 없이 공통적으로 인정해 주는 원조 본가들도 있다. 술의 세계에서 이러한 행복한(?) 위치를 누리는 장소 중의 하나로 스코틀랜드에 위치하고 있는 ‘다프타운(Dufftown)’이란 작은 마을이 있다.

다프타운(현지 발음은 다프톤)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일 뿐만 아니라 위스키 애주가들 사이에서도 이 마을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우리나라 위스키 문화가 아직까지는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 위주로 즐겁게 마시는 것 이상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였다는 이야기도 되고, 한편으로는 다프타운이라는 마을이 그만큼 작고 객관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마을이란 뜻도 된다.

그러나 이 마을은 그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세계 위스키의 주도(Whisky Capital of the World)”라고 불릴 정도로 위스키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스코틀랜드 북동부 지역에 ‘스페이사이드(Speyside)’라고 하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위스키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중에서도 위스키 생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고루 갖추고 있어 많은 증류소들이 밀집해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스카치위스키 생산지역 중 위스키 애호가들에게는 가장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스페이사이드라는 명칭은 이 지역을 흐르고 있는 스페이(Spey)라는 강의 이름을 딴 것이다.

다프타운은 바로 이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 중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마을은 비록 그 인구가 2500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 작은 곳이나, 세계 위스키 주도(酒都)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곳에 무려 9개의 증류소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즉 다프타운 증류소는 과거 그 유명한 “로마는 7개의 언덕위에 섰고 다프타운은 7개의 증류소 위에 섰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에는 Glenfiddich, Balvenie, Convalmore, Parkmore, Mortlach, Glendullan, Dufftown의 7개 증류소가 있었다. 이 후 Kininvie와 Pittyvaich 2개의 증류소가 추가로 세워져서 총 9개의 증류소가 마을에 근거를 두었으나 결국 3개의 증류소가 폐쇄되어 현재 가동 중인 증류소는 6개이다. 폐쇄된 Convalmore, Parkmore, Pittyvaich 3개의 증류소 중 Pittyvaich 증류소를 제외하고는 지금도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결국 요약하면 현재 가동 중인 증류소를 기준으로 하면 6개, 전통적 관점에서는 7개, 건물이 있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8개, 역사적으로는 모두 9개의 증류소가 있는 셈이다.

현재 가동 중인 6개 증류소를 보면 유명한 William Grant & Sons의 Glenfiddich, Balvenie, Kininvie의 3개 증류소가 한축을 이루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Mortlach, Dufftown, Glendullan의 3개 증류소가 모두 Diageo 소속으로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
다프타운은 스페이강의 지류인 Fiddich강과 Dullan강을 끼고 생성된 마을이다. 마을 중앙에는 마을의 상징인 시계탑이 있는데 옛날에는 감옥으로도 사용되었다. 이 곳은 현재 마을 정보안내소로 사용되고 있다. 이 근처의 조그마한 광장을 중심으로 약간의 상점, 은행, 호텔 등 중심가가 형성되어 있다. 소박하지만 위스키 박물관도 있고 근처에는 위스키 나무통을 제조하는 견학도 가능한 공장도 있다. 다프타운에서는 매년 5월, 9월 두 차례에 걸쳐 위스키 축제가 열리면서 세계 위스키 애호가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다프타운으로 가기 위해서는 보통 에딘버러나 글래스고에서 기차로 엘긴까지 간 다음 여기서 버스로 40~50분 정도 스페이강 상류 쪽으로 가면 나온다. 여러분들도 기회가 될 때 이 마을을 한번 방문하면 스카치위스키에 대한 이해를 한 층 더 높일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다프타운 마을의 중심가를 이루고 있는 마을의 상징 시계탑.

아름다운 스페이강 전경

Balvenie 증류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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