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질 많은 토양 일수록 좋은 포도 생산
그랑드 샹파뉴 지역 포도 최고품질로 인정

사진1 꼬냑의 생산지역을 보여주고 있는 모식도.
꼬냑이라는 술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프랑스의 꼬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를 말한다. 말하자면 포도로 만든 증류주를 의미하는 브랜디 중 오직 꼬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술만을 꼬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즉 꼬냑이란 한편으로는 술 이름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이름이기도 한 셈이다.
프랑스는 오랜 전통으로 음식물에 관한 엄격한 지역적 통제와 함께 그에 따른 품질의 등급화를 일찍 확립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화의 근간에는 이른바 ‘떼루아’(Terroir)라고 하는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글의 주제가 되는 술의 경우 어떤 술을 생산하는 지역의 토양을 중심으로 그 일대의 기후, 고도, 일조량 등의 종합적인 요인들이 그곳에서 생산되는 술의 맛과 품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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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떼루아의 개념은 근래에 와서 와인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이 개념이 꼬냑이라는 술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꼬냑 지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인 보르도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흔히 꼬냑이라고 하지만 엄격하게는 <사진 1>의 지도에서와 같이 꼬냑과 쟈흐낙이라는 두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마치 동심원을 그리듯이 넓게 펼쳐지는 지역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지역의 경계는 일찍이 1909년에 확립되었다.
이 꼬냑 지방에는 크고 작은 250개 이상의 꼬냑회사들이 모여 있으면서 그 재료가 되는 포도의 산지에 따라 다양한 제품의 꼬냑을 만들고 있는데, 이들 포도 산지는 모두 6개의 소지역으로 나누어진다. 법적으로 1938년에 정립된 이 소지역들은 토양의 형태와 그곳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품질에 따라 구분을 하였는데 위치에 따라 품질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소지역 분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석회질 토양의 존재인데, 원칙적으로 석회질이 많을수록 꼬냑을 만드는데 보다 양질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들 6개 소지역의 이름은 꼬냑 마을을 중심으로 안쪽부터 차례로 ①그랑드 샹파뉴(Grande Champagne), ②쁘띠트 샹파뉴(Petite Champagne), ③보르더리(Borderies), ④팡 부와(Fins Bois), ⑤봉 부와(Bons Bois), ⑥부와 오르디네르(Bois Ordinaires)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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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냑 지역의 핵심 포도밭인 ‘그랑드 샹파뉴’, ‘쁘티트 샹파뉴’ 두 지역은 이른바 백악질 토양으로 유명하다. 이 토양 때문에 꼬냑 생산에 최적의 포도가 만들어진다고 주장되고 있다. 이 두 사진에서 그랑드 샹파뉴<왼쪽>와 쁘티트 샹파뉴 지역의 백악질 토양의 차이를 잘 볼 수 있다.

이들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와인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지역 명칭만 사용할 수 있는 엄격한 생산지 명칭 통제를 받게 된다. 그러나 이들 지역 중 동심원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 두 특급 지역인 그랑드 샹파뉴와 쁘띠트 샹파뉴 지역의 포도를 혼합한 경우에는 특별히 핀느 샹파뉴(Fine Champagne)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단, 이 경우에는 그랑드 상파뉴 지역의 포도가 적어도 50%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꼬냑 지방을 이루는 이들 6개 소지역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①그랑드 샹파뉴 지역은 꼬냑 지역의 두 중심 마을인 꼬냑과 쟈흐낙를 가로지르는 샤항트(Charante) 강변에 위치하고 있는 최상급 지역이다. 전체 꼬냑 지역 중 가장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이 소지역은 가장 양질의 석회질 토양(Campanian chalk)과 서쪽의 해양성 기후에 덜 노출이 되는 최상의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사진 1).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산도가 높고 꽃 향이 풍부하면서 깊이가 있는 최고의 품질로 인정된다.

②쁘띠트 샹파뉴 지역은 그랑드 샹파뉴 지역 남쪽에 바로 붙어있는데 그랑드 샹파뉴의 거의 2배가 되는 면적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의 석회질 토양(Santonian Chalk) 역시 꼬냑 제조에 아주 적합한 포도를 생산하지만 그랑드 샹파뉴에 비해 완성된 강렬함이 약간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사진 2).
③보르더리 지역은 꼬냑 마을의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6개 소지역 중 가장 작은 지역이다. 이 곳의 토양은 석회질과 진흙이 혼합된 형태이다. 이 지역의 포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찍 익는 것이 특징인데, 이 때문에 부드럽고 비교적 섬세한 꼬냑이 만들어진다. 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술은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혼합 오드비 용으로도 사용되나 까뮈의 제품에서와 같이 단독으로 지역 명칭을 유지하면서 출시되기도 한다.
④팡 부아는 앞서 말한 세 지역을 직접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는 넓은 지역이다. 이곳의 토양은 단단한 limestone 위에 석회질 토양이 있는 형태를 가진다. 일반적인 혼합용 오드비로 사용된다.

⑤봉 부아는 팡 부아를 둘러싸고 있는데 면적으로는 가장 넓다. 일부 석회질 토양이 있지만 주로 진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꼬냑은 나무통에서 빨리 숙성하는 특성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약간 거친 맛을 지닌다. 주로 혼합용으로 사용된다.
⑥마지막으로 부아 오르디네르는 바다에 연해 있는 지역인데 토양은 전체적으로 물이 잘 빠지는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기후는 당연히 해양성이다. 역시 혼합용 오드비를 생산하는데 6개 소지역 중 질적인 면에서 가장 뒤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팔리고 있는 꼬냑 제품들은 특급지의 오드비를 사용한 경우에는 그랑드 샹파뉴(Grande Champagne)나 핀느 샹파뉴(Find Champagne) 등으로 생산 지역을 자랑스럽게 표시하지만, 그 외의 지역은 까뮈 보르더리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표시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꼬냑 생산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꼬냑을 즐기게 되면 한층 더 풍요로운 꼬냑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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