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노벨문학상

日•中 언어와 문화의 벽 극복 노벨문학상 수상자 배출
미국인 천재작가 3명 일본문학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

▲ 김일훈 박사
在美 내과 전문의, 의사평론가
동양문학을 서양에 전달하는데 있어 가장 큰 난관은 상호간의 ‘언어와 문화의 높은 벽’인데, 일본과 중국은 이 난관을 무난히 극복한 예외적인 나라다.
일본은 영어권천재들의 도움이라는 복(福)과 행운으로 그리고 중국은 그들의 천재적 어학실력으로 해서 노벨문학상수상자를 내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일본이 자랑하는 옛날역사이야기에 “신(神)이 보낸 바람 ‘가미가제(神風)’가 일본을 외국침략으로부터 보호했다”는 듯이, 현대일본도 우리 한국인에겐 아주 얄미울 정도로 여러모로 ‘행운’이라는 복(福)을 타고난 나라다.
우리의 불행 ‘한국동란’을 계기로 오늘날 경제대국의 기반을 구축했던 일본은 노벨문학상에 있어서도 미국인 천재작가이자 일본문학전문가들 덕분에 노벨문학상의 ‘행운’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소개해 본다.

일본문학은 동양적신비성이라는 점에서 일본개화기부터 구미세계의 주목을 받아왔으며, 세계최초의 장편연애소설이자 고대일본문학의 압권이라 할 ‘겐지(源氏)이야기’는 1천년이전 일본의 귀족여자천재작가(무라사끼, 紫 式部)가 쓴 고전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20세기초반에 이미 영국의 Arthur Waley교수에 의해 영어번역판이 나왔고 그 후 미국의 Seidensticker교수가 보완한 번역판이 세계에 널리 보급되어 1100쪽 부피의 이 책을 필자도 갖고 있을 정도다<그림 1 참조>.
아시다시피 일본은 명치유신 이후 근대화하면서 선진국 모방을 철두철미하게 해온 나라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저명한 작가나 학자들이 앞장서서 우수한 번역문화를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다음 열거한 유명작가들은 거의 모두가 고학력이며 동경대학 등 일류대학출신들이다.

우선 일본역사에 기록될 명치시대 ‘3대 문호’의 예를 들어본다. △나쯔메(夏目漱石)는 동경대 영문과출신으로 영국유학경력이 있으며, 개화기일본서 첫손꼽는 작가이다. △모리(森 鷗外)는 동경대의학부를 졸업하고 군의관이 되어 육군의무감까지 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며, 위의 ‘나쯔메’와 더불어 명치시대 문호의 쌍벽을 이루는 천재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독일유학의 학력이 있으며 파우스트(괴테 작)의 일본어번역판출판도 했다. △쯔보우찌(坪內逍遙)는 동경대 경제과출신의 대문호이자 번역가며, 1928년엔 ‘섹스피어 전집’ 40권의 번역을 완성한 석학이다.

다음에 현대작가로서는 노벨상 수장작가 가와바다(川端康成, 1968년도 수상)는 동경대 영문과, 그리고 오-에(大江健三郞, 1994년도 수상)는 동경대 불문과출신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명된 현대작가들 또한 고학력자들이다. 40대에 요절(자살)한 미시마(三島由紀夫)는 동경대 법학부졸업, 다니자끼(谷崎潤一郞)는 동경대국문과졸업, 아베(安倍公房)는 동경대의학부 중퇴, 이노우에(井上靖)는 교도대학 철학과졸업, 그리고 무라가미(村上春樹)는 와세다 대학 연극과 출신이다.
이렇듯 서구적 소양을 갖춘 고학력 작가들 작품이 노벨문학상심사에서 유리한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문학상을 가능케 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문학에 심취한 ‘저명한 영어권작가들’이 일본문학전문가가 되어 그들이 직접 일본명작을 영문번역해서 서양세계에 적극 소개한 결과이며, 일본문학은 그들 덕분으로 세계에 널리 보급되었다.
일본인 두 사람의 노벨문학상수상엔 다음의 저명한 미국작가 3명이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며, 이들 모두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일본문학전문가이다.

▲Edward Seidensticker(1921~2007)= 대학에서 일본어를 학습한 다음 하버드와 동경대학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했다. 그 후 일본대학과 미국 스텐포드 대학을 거쳐, 콜롬비아대학에서 일본문학교수로 재직했으며 1985년 은퇴 후 명예교수로서 저작활동을 계속했다.
고대와 근대일본문화와 문학을 소개한 책(영어판)들과, 앞에 언급한 ‘겐지(源氏)이야기’를 비롯해서 그가 번역한 일본작품을 합치면 40권이 된다. 그 중에는 노벨수상자 ‘가와바다’의 저서 6권이 있으며, ‘가와바다’와는 호형호제하는 절친한 사이다.
특히 ‘가와바다’의 대표작이라 할 설국(雪國. Snow Country)의 번역은 노벨상수상에 크게 공헌했으며, 실제 가와바다 자신도 “내 노벨상의 절반은 Seidensticker교수의 몫이다”고 말하며, 노벨상금의 절반씩을 그와 나누어 가진 이야기는 유명하다.
가와바다 이외에 그가 번역한 일본소설은 ‘미시마’ 작품 1개와 ‘다니자끼’ 작품 3개 그리고 ‘이노우에’ 작품1개가 있으며, 이들은 모두 앞서 열거한 노벨문학상후보에 오른 작가들이다.

▲Donald Keene(1922~ )= 콜롬비아대학문과 학생 때 일본의 언어와 문화에 흥미 갖게 되어 하버드를 비롯해 일본교도 대학 등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했고, 1955년부터 콜롬비아대학교수로 재직하며 그곳에서 Seidensticker와 동료가 되어 저작활동 했으며 현재 명예교수이다.
그의 일본에 관한 저작물은 영어로 쓴 책25권에 더하여 일본인을 대상으로 일본어로 쓴 책 30권이 출판되어있으며, 그런 면에서 일본인에겐 Seidensticker보다 더 잘 알려진 유명작가이다.
특히 일본어판과 영어판의 2개 언어로 쓴 18권의 ‘일본문학사’는 ‘근세’ ‘근대-현대’ ‘고대-중세’의 3부로 구성된 전집이다.
그의 저서에 자세히 소개된 일본작가들 가운데, 훗날의 노벨문학상수상자와 후보자 전원이 포함돼있음을 알린다.
이러한 업적으로 그는 ‘미국문예평론가상’ 과 ‘일본문화훈장’을 수상했으며 한때 미국펜클럽회장직을 역임했고, ‘Donald Keene 일본문화센터’의 설립자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일본과 미국문화의 가교(架橋)역을 하는, 가장 잘 알려진 국제적 인물이다.

▲John Nathan(1940~ )= 대학생 때 일본과 일본어에 흥미를 가졌으며 하버드대학졸업 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동경대학에 입학하야 일본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살한 천재작가 ‘미시마’ 와 한때 친하여 ‘미시마 전기’(Mishima: A Biography)를 출판했고, 그의 소설 1개 번역판도 냈다.
그런데 Nathan은 특히 오에(大江健三郞)작품에 매혹되어 그의 여러 책의 영문번역판을 출판했고, 이것이 ‘오에’의 노벨상수상에 공헌했다고 믿어진다. 1994년 ‘오에’의 노벨상수상 때는 ‘오에’에 수행하여 스웨덴의 수상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일본인이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획득한데는, 지명도 높은 국제적인 미국작가의 후광이 있었음을 알리는 바이다.

일본고전 ‘겐지 이야기’ 영문번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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