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부드러운 맛 특징… 대중성 인정 받아
다양한 곡물 위스키 혼합… 장기숙성 시키지 않아야

최근 여러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민선호국 제1위로 항상 캐나다가 선정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영어권이면서 선진국인데다 광활하면서도 수려한 자연 풍광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 미국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인근 미국과는 달리 왠지 안전한 느낌도 들고 사람들도 조금 순박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캐나다 땅에는 아주 옛날부터 원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AD 1000년경에는 바이킹들이 잠시 발을 들여 놓았으나 일시적으로 머무는데 그쳤다. 그러다가 15세기 말 부터 시작된 영국과 프랑스의 탐험 활동이 문명 세계로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의 본격적인 진출과 그들 간의 다툼은 결국 오늘날 영어와 프랑스어(퀘벡지방)가 동시에 국가 공용어가 되고 있는 현실을 낳았다.

그러나 세계 제2위의 국토를 자랑하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 중의 하나인 캐나다이지만 세계무대에서의 위상은 그렇게 뚜렷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치, 외교, 군사적으로 대단한 강대국도 아니고 경제적 위상 역시 강렬하지 않다. 또 스포츠나 예능 분야에서도 그다지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캐나다에서 생산되고 있는 위스키 즉 캐나디안 위스키(Canadian Whiskey)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명실 공히 스코틀랜드, 미국, 아일랜드, 일본과 더불어 세계 5대 위스키 생산국을 이루고 있고 그 생산량도 대단하지만 그 위상만은 그렇게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캐나디안 위스키 스타일의 특징인 가벼우면서 부드러운 맛으로 마시기 쉽다는 대중성은 인정받고 있으나, 아무래도 깊은 맛의 명품이 탄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캐나디안 위스키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18세기말 경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초기부터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의 영향이 커서 오늘날까지 위스키의 철자를 스코틀랜드에서와 같이 ‘Whisky’로 쓰고 있다(참고로 아일랜드와 미국에서는 위스키를 Whiskey 로 표기한다).

한 기록에 따르면 1840년대에는 캐나다 전역에 무려 240개의 증류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캐나디안 위스키는 미국의 금주법 기간(1919~1933년) 중 전성기를 맞게 된다. 이 기간 중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을 통하여 수많은 밀무역이 이루어졌고 당시 캐나다의 주류회사인 Seagram사는 일약 세계 최대의 주류회사로 자리 잡게 된다. 근래에 들어서는 위스키 산업이 과거에 비해 위축되어 현재 캐나다 전역을 통해 12곳의 증류소가 운영되고 있다.

캐나디언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주정에다 다양한 종류의 곡물위스키들을 혼합시킨 제품이다. 곡물위스키에 사용되는 곡물로는 귀리, 옥수수, 보리, 밀 등 다양한 종류가 사용되는데 이 중 귀리가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곡물위스키들을 증류하는 데에는 연속식 증류기를 사용한다. 최근 단식증류기를 사용한 스카치위스키 스타일의 제품들도 소개되고 있으나 드물다.
흔히 “아이리시 위스키가 증류(distillation)의 예술이라면, 캐나디안 위스키는 블렌딩(blending)의 예술이다”라고 일컬어진다. 이 표현처럼 캐나디언 위스키는 블렌딩 기법으로 특유의 가벼우면서 부드럽고 과일향이 나는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이 특징적인 스타일은 거의 모든 캐나디안 위스키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가 있다. 이런 블렌딩을 위하여 캐나다에서는 한 증류소에서 여러 종류의 귀리 위스키들을 자체 생산하기도 한다.

캐나디안 위스키의 증류 후 법적 숙성 의무기간은 스카치위스키와 마찬가지로 3년이다. 이때 사용되는 오크통으로는 새 오크통, 버번 오크통, 세리 오크통, 브랜디 오크통 등 다양한 종류를 사용한다. 캐나디안 위스키의 숙성에는 가벼운 스타일의 특성상 보통 10년 이상 장기 숙성은 시키지 않는다.
캐나디안 위스키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제품으로는 Crown Royal, Canadian Club, Canadian Mist, Black Velvet 등 여러 제품들이 있다.
이 중 어느 제품을 시음하더라도 마치 가벼운 산들바람을 맞는 것처럼 상쾌한 과일향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미국 금주법 기간 중인 1932년에 출시된 시그램사의 위스키 미니어처들.
국내에서도 볼 수 있는 캐나다 위스키들. 왼쪽부터 캐나디언 클럽, 크라운 로얄, 블랙 벨베트 제품 미니어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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