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언어ㆍ문화의 장벽 문제…유럽ㆍ영어 문화권 편재
스웨덴 문학상수 중국 수상자 6배…아시아 수상자수 보다 많아

▲ 김일훈 박사
在美 내과 전문의, 의사평론가

노벨문학상 선발과정
노벨문학상은 노벨위원회의 위촉으로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선발사무를 담당하며, 여기서 매년 초에 약 1000통의 후보자 지명의뢰서를 세계 각국의 문학학술원, 문인협회, 전(前) 노벨문학상수상자 등에 발송하여 2월 1일까지 회답을 요구한다.
그 결과 약 50건의 회답에서 100명 전후의 후보자 명단을 접수하게 되며, 그 후 노벨위원회서 이들 후보자를 심사한다.
위원들 심사에서 4월말까지 후보자를 20명 선으로 압축하고, 그 후 심사를 거듭하여 7월까지 약 5명의 최종 후보 리스트를 작성한다.

10월에 들어가 아카데미에서 위원들 전원참가 하에 무기명 투표에 의해 과반수표를 얻은 후보자가 수상자로 결정되어, 12월에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갖게 된다.
그런데 근래 노벨상 수상자발표가 가까워지면 한국뉴스에 유명한 한국문인의 문학상후보자 이름이 나타났다가 발표엔 항상 탈락된다.
여기서 탈락된 한국인 후보는 위의 100명 전후 명단에 포함된 한국서 선정한 후보에 속하는지, 아니면 1차 심사에 합격한 명단(20명) 또는 최종적으로 선정된 후보(5명)에 속하는지 모를 일이다.
우수한 한국작품이 추천에 올랐다가 탈락된 이유는 번역된 작품의 평가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 심사가 중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사실이지 노벨재단규약에도 “작품평가에 곤란이 생긴 결과 장시간에 걸쳐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할 경우, 추천검토를 중단해도 된다”는 조항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언어와 문화의 벽
노벨상 가운데 특히 노벨문학상 선발의 문제점으로 언어와 문화의 벽을 들 수 있다. 수상자선발은 영어와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언어권에서 심사되고 선발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유럽과 영어 문화권에 편재하기 마련이다.
유럽의 여러 민족은 그 언어계통과 표현방법이 비슷하고 또 문화배경이 같고 보면, 서로 책 번역도 용이하며 따라서 이들 스웨덴 심사관에겐 영어나 프랑스어나 스웨덴어로 쓰였거나 번역된 유럽인의 작품심사는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유럽 아닌 지역의 작품으로서 영어나 프랑스어 등으로 쓰인 원작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아시아인으로서 문학상 받은 인도의 타고르(1916년)는 영어권에 속하고 그의 수상작은 인도어와 영어로 돼있으며, 오래전에 문학상 최종심사에 올랐다가 전쟁(2차 대전)으로 수상이 중단된 중국의 임어당(林語堂) 작품은 대개가 영어로 쓰였다. 그리고 2000년도 중국계의 가오싱젠(高行健)의 수상작은 프랑스어이다.

아프리카 나이제리어의 Wole Soyyinka(1986년도 수상자)의 작품은 영어이고, 남미 콜롬비아의 Marquez(1982년도)와 과테말라의 Asturias(1967년도) 작품은 스페인어로 쓰였다.
이처럼 많은 비(非) 유럽인 수상자의 작품은 유럽언어로 된 것이며, 아직도 제3세계 지역의 언어로 된 작품이 선정될 찬스는 드물다고 하겠다.
그래서 인구 900만에 불과한 스웨덴이 받은 문학상수(6개)는 인구 14억인 중국인 수상자(1인)의 6배요, 세계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인이 받은 수상자수(5인. 표 참조)보다 더 많다.
물론 예외적으로 언어의 장벽을 극복한 수상자도 있으니, 그 대표적인 예가 일본의 川端康成(1968년도)과 大江健三郞(1994년도)이며, 여기에 관한 설명은 다음 장에 미룬다.

아시아인의 또 다른 예외는 2006년도 수상자인 터키의 Orhan Pamuk과 1966년도 이스라엘의 Shmuel Agnon이며, 이들 작품은 아시안 언어에도 불구하고 국제성이 뚜렷한지라 심사가 용이했던 케이스라 하겠다.
Pamuk는 터키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이자 많은 명작을 세계에 선보인 작가이며, 그의 작품들은 50개 언어로 번역되어 7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2002년에 출판하여 2004년 영어로 번역된 그의 소설 눈(Snow)은 뉴욕타임스서 ‘2004년도 세계 10대 Best Book’의 하나로 선발됐을 정도다.
그는 또한 미국 콜롬비아대학 객원교수(1985~1988년)를 거쳐 2006년 그곳의 중동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취임했으며,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시아인인 그 자신이 국제적 저명인사이고, 노벨심사관은 세계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번역서에 대해 아무런 불편 없이 검토한 결과 수상자로 결정했을 것이다.

1966년도 수상자인 이스라엘 작가 Agnon 또한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높으며, 노벨문학상 받은 최초의 히브라이문학 작가이다. 오스트리아의 지방에서 태어나 8세부터 히브리어와 이디시어로 글쓰기 시작했다는 천재작가이다. 25세 때 독일에 이주하여 그곳에서 작가활동을 지속하다가 36세에 선조의 땅 이스라엘에 영주하게 되었다. 유럽에 오래 거주하여 독일어 저서가 있을 정도며, 현재 미국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그의 저서(영어번역) 50권의 대부분은 별 5개의 명작마크가 붙어있다. 이렇듯 유럽문화 속에서 자라난 국제성으로 해서 그의 작품심사에 어려움이 적었을 것이고, 또한 히브라이문학에 대한 세계 유태인의 단합된 후원 역시 수상에 기여했을 것이다.

한국과 노벨문학상
한국문제에 되돌아가서, 필자가 아는 한 미국언론지에 자주 언급되고 호평 받은 한국계 작품은 미국 국적의 한국인 1세 김은국(金恩國. Richard E. Kim)의 영어로 쓴 저서뿐이며, 특히 1960~1970년대에 출판된 Martyr(순교자)와 Lost Names(잃어버린 이름)은 미국사회에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국서 노벨위원회에 추천 의뢰한 작품의 평가심사는 번역서(영어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마당에, 번역문이 “언어와 문화의 벽을 얼마큼 극복 했는가?”가 첫째 관심사이고 이 문제가 한국인 당선자를 내지 못한 원인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교포신문엔 유명한 한국문인의 영어번역판에 대해서 이따금 소개되지만, 책 번역자의 지명도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 없어 유감이다.
일찍이 필자는 ‘한국의 노벨문학상은 언제 가능한가’(참조: issuetoday.com에서 2000년 10월 26일자 칼럼)의 글에서 출판번역문화의 혁신 없이 문학상 기대는 요원한 일이라 단정한바 있는데, 10년 지난 지금엔 여건이 달라지기 바라는 바이다.

◇ 亞細亞人의 노벨 文學賞 受賞者

受賞年度

出生地-國籍

受賞者

受賞作 言語

2006년

터키-터키

Orhan Pamuk

터키

2000년

中國-프랑스

高行健

프랑스

1994년

日本-日本

大江健三郎

日本

1968년

日本-日本

川端康成

日本

1966년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Shmuel Agnon

히브리- 이디시

1913년

*印度-英國

R. Tagore

印度-英語

* 당시 印度는 英國 植民地 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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