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환자 진료차질…현행법으로 진료 가능

응급의학회, 경찰관 집무집행법 개정안 반대

응급환자가 아닌 단순 주취자까지 공공보건 의료기관 등으로 이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경찰관 집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해 병원 응급실 담당의사들인 모임인 대한응급의학회가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회(이사장 황성오)는 15일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외 12명이 발의한 경찰직무집행법상 ‘주취의 처리에 대한 구호조치’ 조항 일부 개정안에 대해 응급실 환자의 진료차질 우려 및 의료진들의 신변안전 등을 위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관련법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법상 보호조치 대상 주취자의 1차적 보호책임은 경찰관서로 돼 있지만 앞으로는 경찰관이 경고했음에도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ㆍ신체나 재산에 위해를 가하려는 행위를 계속하는 자에 대해 경찰관이 응급 구호를 요청하면 공공보건 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 기관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로 돼 있다.

권경석 의원측은 “그간 해당 조항에서 기관의 범위가 특정돼 있지 않아 원활한 업무협조가 이뤄지지 않았고 의료기관에서 요청을 거부해도 제재수단이 미비해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학회측은 주취자에 의해 병원 응급실의 안전이 위협 받을 수 있고, 현행 의료법상 주취자 응급진료가 가능하며, 주취자가 의료기관을 남용할 소지가 많은 만큼 관련법 개정안은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회측은 관련법 개정안과 관련, 병원 응급실은 생사가 위중한 환자들이 촌각을 다투며 치료받는 장소인데 제재수단을 가지고 있는 경찰에서도 감당하지 못한 주취자들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면, 응급실에 있는 위중한 환자들에 대한 응급진료 차질은 물론 주취자에 의한 난동이 벌어진다해도 제재수단이 없는 의료인과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또한 주취자 중 신체적 이상이 발생해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인은 응급환자에 대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의료법이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언제든지 응급진료가 가능한 만큼 응급환자가 아닌 단순 주취자까지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은 경찰업무의 일방적인 전가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 법안이 개정되면 경찰이 주취자 등을 지구대에서 보호하지 않고 곧바로 병원 등 의료기관에 이송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고 이를 거부할 경우 의료기관은 법적제재를 받기 때문에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주취자에 의해 의료기관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학회측은 주취자에게 의학적 문제가 발생하면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병원 응급실에는 다양한 이유로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로 인해 응급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에서 공권력을 가진 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주취자 문제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넘기는 것은 경찰 본연의 시민보호 업무를 외면하는 것인 만큼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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