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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 한해는 의료계에게 시련의 한해였다. 연초부터 시작된 강도 높은 리베이트 수사로 수많은 의사들은 쉴 새 없이 사법기관을 들락날락 하였다. 때에 맞춰서 찔끔찔끔 보따리를 풀어 놓는 듯한 인상의 리베이트 수사 행태에 의사들은 이미 진절머리가 났지만, 세상의 비난 때문에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이번 사건 역시 리베이트를 불법으로 규정한 현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의사들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정당한 강의료조차도 리베이트였다고 진술한 일부 제약회사들의 태도에 의사들이 불매운동까지
기획연재
이창우 기자
2014.01.0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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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일상에서 만나는 하찮은 물건, 시들어 있는 사람들, 죽어있는 자연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여 노래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우리 또한 모두 시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일상에서 만나고 겪는 것들을 평소와 다르게 바라보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시를 창조하는 즐거움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공중보건의사로 살면서 정해져있는 업무와 비슷비슷하게 돌아가는 하루는 나 자신을 매너리즘에 빠져들게 만들어 하루하루가 재미없고, 그것이 쌓여 시들어져 가는 인생을 살아가게 만들
기획연재
이창우 기자
2013.12.0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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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유명한 언어학자인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그의 저서인 ‘일반 언어학 강의(Cours de linguistique générale)에서 langue와 parole에 대한 개념을 언급하였다. ‘Langue’는 언어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언어체계라면, 이것이 실제로 개개인의 언어생활을 통해서 발현되는 것이 바로 ‘parole’이라고 설명하였다. 소쉬르는 이론적 언어학을 설파함에 있어서 기호나 구조로서의 언어인 ‘langue’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기획연재
이창우 기자
2013.11.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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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보건복지부는 돌연 원격의료 도입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연기한다고 발표하였다. 새 정부 출범 후 속도 조절 없이 원격의료를 강행할 것만 같았던 보건복지부도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못내 불편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정부 최고위층의 확고한 의지가 천명된 만큼 입법예고의 시점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잠시 시간을 번 의료계에서는 대책을 마련 하느라 분주하지만 주도권이 정부에 넘어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새 정부는 출범 당시 ‘원격의료는 창조경제의 아이콘’이라는 모토 하에 원격의료를 통한
기획연재
이창우 기자
2013.10.2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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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천근만근 몸이 피곤하고, 물먹은 샌드백처럼 축 늘어진 기분으로 진료를 보는 때가 있다. 내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무슨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생각지도 못한 채, 흐리멍텅한 정신으로 진료시간을 보내고는 한다. 내가 진료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자리에 앉아 가을들판의 허수아비처럼 환자분의 얘기나 들어주는 척하고, 그 자리에서 차팅이나 하고, 약속처방대로 약이나 주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정체성을 헷갈려할 때가 있다. 아니 아주 자주 그런다. 병원선에서 하루 종일 지
기획연재
이창우 기자
2013.10.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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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번기의 농촌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농부가 이 기간에 게으르면 일년 농사를 망치게 되므로 끼니는 거를지언정 농사일에 모든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이 기간의 농부들에게 매일 복용하는 고혈압약을 타러 보건기관에 가는 것은 시간 낭비일 수 있다. 그렇지만 매일 먹는 약을 먹지 않았을 때의 그 미묘한 불안감은 일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기에 주변의 누군가라도 대신 보내 약을 타오게 마련이다. 꼭 내 부모나 가족이 농부가 아니라 할지라도 이러한 농부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
기획연재
이창우 기자
2013.09.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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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선 공중보건의사로 일을 하다 보니 전공의 시절과는 다르게 섬에 계시는 할머니를 많이 마주하게 된다. 병원선에 구비되어 있는 약의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아, 여러 가지 증상에 대해서 맞춤형 약을 처방하기에는 한계점이 많다. 그래서 한계에 부딪힐 때 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드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몇 가지도 안되는 병원선 약품들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약품은 뭐니 뭐니 해도 골관절염의 증상완화제인 붙이는 소염진통제, 일명 ‘파스’다. 할머니들은 언제나 파스 한 장만 더 달라고 조르고는 하신다. 골관절염
기획연재
이창우 기자
2013.09.0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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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남성들이 즐비한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들 사이에서 때 아닌 ‘아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정부의 영유아 건강검진 확대 실시 방침 때문이다. 사업 시행 이후 주로 소아과 의원에서 실시하던 것을(물론 수년 전부터 이미 사업을 시작한 보건소들도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지자체마다 보건소에서까지 확대 시행하려 하고 있다. 출발점은 모르겠으나 여러 도청마다 보건소로 사업을 시행하라고 끊임없이 압박하는 것을 보면 꽤나 높은 곳에서 지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러하다 보니 가장 앞에서 사업을 담당하게 될 공보의들의
기획연재
이창우 기자
2013.08.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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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선 공중보건의로서 내가 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의료지식이나 복잡한 의술을 요하지 않는다. 배에 구비되어 있는 약품을 가방에 싸서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필요한 상비약을 드리고 오는 것이 전부다. 약이라고 해봤자, 혈압약, 당뇨약, 감기약, 소화제, 진통소염제, 파스, 무좀약, 후시딘, 대일밴드, 안티푸라민, 겔포스, 비타민, 칼라민연고, 행단, 엽산, 회충약 등이 전부다. 그 외에 전신이 아프다고 하시기 때문에 디클로페낙 계통의 진통소염제 근육주사를 놓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만나는
기획연재
이창우 기자
2013.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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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계는 ‘사모님의 외출’이라는 프로그램 방영 이후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갑’의 위치이자 흉악범인 환자에게 전문가인 의사가 허위 진단서를 써주었다는 것이 비난의 핵심인 듯 하다. 국민적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의사협회는 부랴부랴 허위 진단서 작성이 의심되는 교수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하였고, 해당 병원은 자체 감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은 의사들이 작성하는 진단서의 신뢰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걷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의료계 일부에서 “이러한
기획연재
이창우 기자
2013.07.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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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간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동네 어린이집마다 비상이 걸렸었다. 연약한 면역의 아이들이여. 그런데 여러 날 피곤하다 싶더니 어른들에게는 흔치 않다던 그 병에 내가 걸리고 말았다. 진료실을 떠나 꼼짝없이 집에서 쉬면서 무슨 스트레스가 나의 면역체계를 이렇게 약화시켰을까 생각해보았다. 개원의사로서 의원 경영이 큰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임대료와 직원 월급은 물가 따라 올라갔다. 그런데 수입은 오히려 줄었으니 속이 쓰렸다. 자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늘어나는 가사지출 역시 스트레스가
기획연재
이창우 기자
2013.07.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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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상남도에 소속된 공중보건의사이다. 올해로 2년차에 접어들었으며, 나는 경상남도 통영시에 있는 동호항으로 출퇴근을 한다. 항구에 있는 병원마크가 새겨진 배가 나의 출근지이다. 7명 정도의 선원과 의사 2명, 한의사 1명, 치과의사 1명, 간호사 3명으로 이루어진 조촐한 팀이 우리의 한식구이다. 우리는 경남병원선 511호 배를 타고 경상남도 50여개 섬으로 1년에 대략 3000명 정도의 섬주민들을 진료하러 다닌다. 하동에서부터 사천, 남해, 고성, 통영, 거제, 마산, 진해의 주변섬까지 의료취약지를 돌아다니며 진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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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기자
2013.07.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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