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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의료분쟁조정법 반발 ‘들불’ 작성일: 2012-04-20

산과의, 무과실 사고시 정부 전액 보상 요구
복지부, 대화 통해 독소조항 개선해 나갈 것


경기도 L산부인과 여의사가 의료분쟁으로 인한 유족들의 병원난동, 인터넷 악플, 환자 수 감소 등으로 고통을 받으며 지난 3일 의료분쟁의 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가 지적해왔던 독소조항을 개선하지 않고 의료분쟁조정법을 시행했다.
 

산부인과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며, 드디어 지난 8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출범,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이번 제도 도입으로 의료사고 발생 시 소정의 수수료 부담으로 의료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함으로써 90일(최대 120일) 이내 조정결정·중재판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조정절차에 따라 의료분쟁 조정·중재 신청은 환자와 의료인 모두 할 수 있고 피신청인이 참여의사를 밝혀야 조정·중재절차가 진행된다.
 

조정·중재 절차가 개시되면 ‘의료사고감정단’이 인과관계 및 과실유무 등에 대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감정을 실시하고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공정한 심리를 통해 손해배상액 산정 및 조정결정·중재판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료분쟁조정법과 관련 독소조항의 법안 개선이 없을 시 전면 거부하고 불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37대 회장 당선자는 “의료분쟁조정법은 환자와 의사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제도”라며 “분쟁조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조정절차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용진 37대 의협 출범준비위원회 위원은 “제도가 안고 있는 독소조항을 회원들에게 알리고 참여 거부를 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분쟁조정법, 23년만에 국회통과
이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지난해 3월 23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분쟁의 조정 및 중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의료분쟁 해결 방식에 일대 변화가 올 예정이며, 환자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사이에 야기될 의료분쟁 해결기간도 종전 2~3년에서 3개월로 단축될 전망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기에 앞서 지난해 8월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추진단이 출범했으며, 대부분의 의료계, 환자 등이 의료분쟁조정법을 환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의료분쟁 조정 및 중재에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신뢰성 등에 대해 걱정과 우려의 견해도 제기됐다. 이는 책임에 대한 비전문가의 판단, 진료기록 조사·열람·복사 등 조사에 따른 부담, 권리 불균형, 무과실 보상주의, 강제 대불금 제도 등 의사들에게 불리한 조항들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산부인과 의사들 ‘뿔’났다.
특히 산부인과 사고에서만 무과실보상제가 도입되는데 이는 분만 사고가 의료 과실을 따지기 어려워 환자와 의료진간에 마찰이 심했기 때문이다.
 이 무과실보상제는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 중 보건의료인의 과실이 아닌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결정된 경우, 환자에 대해 보상토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보상 재원의 일부(50%)는 복지부장관이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게 하고 보건의료기관 개설자 등도 비용 일부(50%)를 분담토록 규정하고 있었다.(현재는 정부 70%, 의료기관 및 의사 30%로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해 10월 성명서를 통해 의료분쟁조정법 46조 분만과 관련된 피해보상에 있어 의사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피해액을 정부가 전액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박노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무과실 무책임’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무과실의 보상범위를 산모사망·신생아 사망·태아 사망·뇌성마비·산모 식물인간 등으로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분만이라는 의료행위는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해도 불가항력적으로 산모, 태아 및 신생아의 사망과 신생아 뇌성마비 등의 의료사고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8일부터 28일 입법예고를 통해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보상대상이 분만에 따른 뇌성마비 및 분만과정의 산모 또는 신생아 사망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 대한산부인과학회,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분만병원협회는 지난해 11월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 재원은 반드시 국가가 마련할 것 △감정단의 역할(권한)은 반드시 제한할 것 △환자 측의 감정서 원용은 반드시 제한할 것 △손해배상 대불금은 반드시 예치금 성격을 취할 것 등 4개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를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은 것. 이와 관련 대한산부인과학회, 분만병원협회는 지난 2월 의료분쟁조정법 전면거부 선포식을 개최하고 △의료기관 난동 등 불법행위 처벌조항 명시 △민사소송 없는 강제출석 현지조사 폐쇄 △무과실 강제 분담금 거부 △요양급여 원천징수 배상금 대불금 제도 철폐 △의료분쟁 조장, 무분별 증거수집 대한 적절한 대책 마련 △의료사고 과실 감정 의료전문가가 시행 등의 법안 개선을 요구했다.
 

아울러 김선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6개 독소조항에 대해 법안의 개선이 없을 경우 산부인과의사 일동은 의료분쟁조정절차에 일체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밖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젊은 의사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의료분쟁의 소지가 높고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보상으로 인한 기피도 배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자연히 산부인과 의사 부족으로 이어져 산모들의 출산 환경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무과실 사고 정부가 100% 보상해야
이러한 산부인과단체 외 의료계의 적극적인 대응에 정부는 당초 ‘무과실 50% 의사 책임’에서 일부 후퇴해 ‘정부 70%, 의사 30%’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을 지난 5일 확정했다.
 

하지만 산부인과의사단체 등 의료계는 무과실 재원은 사회 안전망 차원으로 100%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과실책임원칙의 일반적 법리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산부인과의사 기피현상의 가속화와 그나마 남아 있는 분만실 폐쇄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그동안 정부가 철저히 의료계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문제가 제기된 모든 독소조항을 그대로 강행키로 한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정부측에 책임이 있다는 것.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의료분쟁조정법에 불참할 것을 당부하며 헌법소원 제기, 합법적인 분쟁조정절차 불응운동 등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독소조항 개선할 것
이와 관련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는 “앞으로 의사단체와 많은 대화 채널을 마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 독소조항들에 대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일 문제시 되고 있는 산부인과 분만 무과실보상제도에 대해서도 향후 대화를 통해 분담비율을 재정립해나갈 계획이라는 것. 또한 저출산, 고령화사회와 맞물려 있는 산부인과의 활성화를 위해 대안을 마련하고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복지부는 인력구성에 있어 협회나 단체쪽에서 공식적으로 거부를 한 상태여서 감정단을 구성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의료분쟁조정법이 의료계의 적잖은 진통으로 시작한 지금 산부인과의사는 물론 의료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어 의료계와 정부의 원만한 소통을 통해 대책마련 시급한 것으로 예상된다.
/ 김현기 기자 khk@bosa.co.kr

 


“의료분쟁조정법 전면 불참하겠다”

 

노환규

의협회장 당선자

“의료분쟁조정법에 일체 응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무력화 시키겠다.”
 

노환규 제 37대 의사협회 회장 당선자는 최근 시행된 의료분쟁조정법과 관련 이 같이 포부를 밝히며, “의료계는 전면 불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제도가 안고 있는 독소조항을 회원들에게 알리고 참여 거부를 유도한다는 것.
 

이에 앞서 노 당선자는 지난 8일 열린 16개 시도의사회장 긴급

 

회의에서 시도의사회장단과 의료분쟁조정제도를 ‘환자와 의사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제도’로 규정하고 분쟁조정위원회 참여를 거부, 조정절차에도 응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
 

노 당선자는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은 의사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어 의사가 피해자 측의 조정신청에 응하면 여러 불이익을 받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분쟁조정법의 큰 문제점으로는 △책임에 대한 비전문가의 판단 △조정에 응할 경우 지워지는 부담 △권리 불균형 △무과실 보상주의 △강제대불금제도 등이 독소조항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독소조항들이 많은 의료분쟁조정법은 실질적으로 시행될 수 없는 법이라는 게 노 당선자의 입장이다.
 

또한 정부가 산부인과를 주측으로한 의료계의 심한 반발에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출범 전 무과실보상 분담비율을 조정한데 대해 “전혀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노 당선자는 “독소조항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새로운 법을 수정 입법해 실질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법을 만들겠다”고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아울러 공제회나 의료사고 배상보험을 적극 활용하라고 노 당선자는 당부했다.
 

노환규 의협회장 당선자는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진료 분야에서 종사하는 경우 공제회 또는 의료사고 배상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불의의 사고 사고에 따른 불행을 예방하는 길”이라며 “앞으로 진료수가 현실화를 통해 보험가입 부담 없는 의료 환경을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당황하지 말고 즉시 협회로 연락을 주면 초기 대응 안내부터 협회가 도움을 드릴 것”이라며 “의협은 학문적 증거와 의사의 양심에 따라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현기 기자


 

의분법 독소조항이 산부인과 기피 부추긴다
 

불가항력적 과실 의사 부담 자체가 문제
일방 희생 아닌 윈윈하는 ‘행복 법’ 기대
 

신정호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

“정부는 의료분쟁조정법 독소조항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의 숨통을 조일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분만과 관련 산부인과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신정호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은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며 “현재 산부인과 분만 분야가 겪고 있는 진통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불필요한 의료분쟁으로 산부인과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의료분쟁조정법의 독소조항으로 이를 더욱 부추긴다는 것.
 

신 사무총장에 따르면 2000년부터 10년 사이에 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2배가량 줄어 시군구 230개 중에 분만병원이 54곳인데 이 중 49곳은 산모가 진통 후에 한 시간이상 걸려 도착할 수 있다. 이 추세는 악화 될 전망이며, 이와 함께 산부인과 의사 수도 급속도로 줄고 있어 분만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는게 신 사무총장의 입장이다.
 

신 사무총장은 “하지만 정부는 산모들이 편히 분만을 할 수 있게 편안한 환경의 분만시스템 마련은 뒤로한 채 의료분쟁조정법 등으로 산부인과 의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분만 환경을 악화 시키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 사무총장은 “의료분쟁조정법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점은 불가항력적인 과실에 대한 부분에 법적인 책임이 있다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출범하면서 불가항력적인 과실에 대한 지원금을 변경한데 대해서는 “50%냐 30%냐의 문제가 아니라 부담하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신 사무총장은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 사무총장은 △의료기관 난동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조항 명시 △민사소송에 없는 강제출석 현지조사 폐지 △연좌제 책임 요양급여 원천징수하는 배상금 대불금제도 철폐 △의료분쟁조장, 무분별 증거수집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 △의료사고 과실감정 의료전문가가 시행 등 독소조항들도 함께 개선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환자들은 중재원을 통해 손쉽게 해당 자료를 수집할 수 있고, 또한 소송까지도 갈 수 있기 때문에 너무 환자들에게만 편향된 법 아니냐는 설명이다.
 

또한 신 사무총장은 “비전문가들의 감정을 받는 것 또한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덧붙였다.
 

신 사무총장은 “이 밖에 복지부에 따르면 3개월만(최대 120일)에 조정·중재가 된다고 하는데 보통 부검결과가 나오기까지 3개월 정도 걸린다”며 “어떻게 3개월만에 판단이 가능한지 의문이며, 이는 졸속심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 국회,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법 개정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신 사무총장에 따르면 정부와 산부인과 발전 협의체가 만들어 졌으며, 첫 번째 회의가 곧 열릴 예정이라는 것.
 

신 사무총장은 “정부도 산부인과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인지하고 있고 그에 따른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지만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현재까지 없었다”며 “앞으로 정부가 얼마나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될 것 같고 아무쪼록 이번 협의체를 통해 산부인과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유명무실해 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신정호 사무총장은 “의료분쟁조정법은 국민들을 위해 23년 산고 끝에 만들어진 법인데 의료계를 억압한 상태로는 추진될 수 없다는 것을 정부와 사회는 알아야 한다”며 “일방적인 희생으로는 진행될 수 없고 완만한 협의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행복한 법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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