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허위·부정청구 의원 15곳 적발

4곳 형사고발-15곳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

2002-10-30     홍성익 기자
복지부, 동네의원 감기환자 진료비 조사결과

단순감기를 기관지염으로 부풀리는 등 더 중한 질환으로의 병명왜곡과 진료일수 늘리기 등을 통해 진료비를 허위·부정청구해 온 전국 15곳 의원이 보건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특히 이들 의원들은 감기에는 별로 효과가 없는 항생제 처방남용, 먹는 약과 주사제 병용투여 등 주사제 과다사용, 많은 종류의 의약품 과다처방 등으로 인한 건강보험재정의 낭비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감기의 진료방법이 비슷함에도 의료기관간의 진료비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내과 및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 동네의원 34곳에 대해 지난 8월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기획실사를 펼친 결과, 15개소에서 허위·부정청구 사실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복지부는 진료비가 높은 의원들의 경우 과잉청구를 은폐하기 위해 감기환자의 대부분을 중증 감기질환인 기관지염 등의 환자로 청구하거나 항생제 등 특정약제를 처방하면 실제 병명과 관계없이 급성세기관지염으로 청구되도록 전산프로그램을 설정하는가 하면 감기에는 별로 효과가 없는 항생제 처방남용, 먹는 약과 주사제 병용투여 등 주사제 과다사용 등으로 건보재정의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번 기획실사를 통해 적발된 의원 중 중증질환으로의 왜곡청구가 심한 3곳과 진료일수 부풀리기 등의 허위청구 1곳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조치하고, 부정청구가 확인된 15곳에 대해서는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감기환자에 대해 먹는 약을 1일분씩만 처방해 의원에 자주 오게 하거나, 대다수 환자에게 항생제 등의 주사를 맞도록 함으로써 다른 의원에 비해 진료비를 지나치게 많이 청구하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실사를 확대해 나가는 한편 심평원측이 개원의협의회 등 관련단체와 협의를 통해 병명왜곡의 자율적 시정과 감기환자에 대한 적정진료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다.

복지부 보험관리과 관계자는 "이같은 감기환자 진료비를 지나치게 많이 청구하는 곳에서 주사제 사용이나 처방 등을 10%만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최소한 1,000억원 이상의 건보재정절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실사결과 질환 중 감기 등 급성호흡기질환(이하 '감기')의 진료비에 가장 많은 건보재정이 쓰여지고 있고, 진료방법이 비슷한 데도 동네의원간의 진료비 편차(환자 1인당 8,623원에서 4만2,143원까지; 약제비 제외)가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올 1/4분기에 감기 등 급성호흡기질환을 주된 병명으로 동네의원이 청구한 진료건수는 총 1,671만건(의원 외래 진료건수의 30.4%)이고, 총 진료비는 3,196억원(의원 외래 총 진료비의 33.5%)인 것으로 추산됐다(약국 약제비 포함시 총비용은 약 5,000억원으로 추정).

다음은 진료비 허위·부정청구 사례.

□ 중증질환으로의 왜곡청구 등 허위 병명청구= 과잉청구를 은폐하기 위해 감기증상으로 찾아오는 대부분의 환자를 중증 감기질환인 기관지염 등의 환자로 청구하는 등 실제의 병명보다 중한 질병으로 왜곡하여 청구(S의원 등 8개소)하거나, 여러 가지 호흡기질환이 복합되어 있는 것처럼 병명을 부풀려서 청구(K이비인후과 등 25개소)했다. 또 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심사시 항생제 주사 등의 청구내역을 인정받기 위해 특정 약제를 처방하면 실제 병명과 관계없이 급성세기관지염 등 중증 감기질환으로 자동 청구되도록 전산 프로그램을 설정했다.

□ 복합질환으로 부풀리기= K이비인후과의원은 고열과 목통증, 기침, 콧물 등의 중상을 상세불명 급성인두염, 급성상악동염, 급성기관지염, 비갑개의 비대 등으로 병명을 부풀렸으며, J소아과는 기침, 가래, 고열, 콧물, 두통 등을 상세불명 급성세기관지염과 상세불명 만성기관지염, 혼합성 천식, 상세불명의 알레르기성비염 등으로 부풀렸다.

□ 프로그램 Set청구 사례= S의원은 진료내역을 전산입력할 때 옵션처방키 중 오플록사신(항생제)을 입력하면 실제 병명과 관계없이 감기의 중증질환인 급성세기관지염 병명이 자동으로 부여되고, 기관지증기흡입치료(2,059원)도 자동으로 청구되도록 프로그램을 설정했다. 특히 프로그램 공급업체는 이런 형태의 청구가 가능하도록 묶음코드 기능이 설정된 프로그램을 개발·공급해 의료기관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잦은 내원유도 사례= K내과의 경우 처방건당 투약일수는 1일분이 64%, 2일분 33%, 3일분이상 3%로 1일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수진자 평균내원일 2.87일, 수진자당 편균진료비 3만908원).

□ 주사제 과다사용 사례= H내과의 경우 주사약제는 항생제가 54.9%, 해열진통소염제 12%, 진해거담제 33.1%로 항생제 비중이 높고 특히 주사율은 87.1%에 달했다.

□ 과잉처방 사례= C의원은 급성후두염 및 기관염의 약제로 아시콘정(소화제) 30원, (진해거담제) 코데농정 30원, (진해거담제) 청계브롬헥신정 10원, (해열진통소염제) 타이레놀정 34원, (항생제) 파목신 41원, (정장제) 청계미야비엠정 58원 등을 과잉처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