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5% ‘의사에 항생제 요구’…의사 20~30% ‘요구·증상우려 때문...’

질병청, 2025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 결과…국민 1000명 · 의사 1000명 대상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 ‘국민-의료인-정부’ 공동책임 확인 결과”

2025-11-20     이승덕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국민 25%가 항생제를 우선 요구한 경험이 있는 한편, 의사 20%는 환자 요구에, 30%는 증상 우려로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료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인식도 조사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가 의사·정부·국민 등 사회 전체가 짊어질 숙제임이 재확인 된 것.

신나리 질병청 항생제내성관리과장이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를 설명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9일 출입기자단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2025년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 결과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질병청이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실시한 조사로, 국민 1000명(만 14세 이상 남녀), 의료인 1000명(항생제 취급 의사)을 대상으로 각각 항생제 이용/처방 행태, 내성 인식 등을 확인했다.

조사 주요 결과를 보면, 우선 국민 92%는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을 경우 내성이 늘어나며, 77%는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항생제 용도에 대해 ‘세균감염질환’이라고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22.6%로 낮은 편이었으며, 절반 이상인 58.1%가 ‘세균성감염질환과 바이러스감염 질환’에 함께 사용될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또 10.2%는 ‘바이러스감염질환’에 사용된다고 답해 역시 오답을 냈다.

또한 ‘항생제 복용이 감기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비율도 72%로 매우 높았으며,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할 수록 치료효과가 더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17.9%로 적지 않았다.

신나리 질병청 항생제내성관리과장은 “항생제 복용은 감기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세균감염질환에만 적응증이 있음에도 바이러스감염 질환에 사용될 수 있다고 잘못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설문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행태에서는 ‘진료 받을 때 의사에게 항생제 처방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 물은 질문에는 25%가 요구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항생제를 의사 처방 없이 복용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16%로 확인됐다.

‘항생제 복용 중 증상이 나아지면, 처방된 항생제 복용을 임의 중단한 적이 있다’ 역시 63.4%로 절반을 넘었으며, ‘올바른 항생제 사용과 내성에 대한 정보를 접한 적이 없다’고 답한 경우도 60%를 차지했다.

의사의 경우, 항생제 내성 증가에 있어 ‘의료용 항생제 과도 처방’을 가장 큰 원인(41%)으로 꼽았으며, 환자의 항생제 복용 임의 중단(26.3%), 의사-환자 소통 부족(6.4%), 내성균 보유 인구 증가(5.4%), 유연하지 못한 급여기준(5.4%), 의사의 항생제 지식 부족(4.4%)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89.1%가 공중보건 측면에서 항생제 내성을 ‘심각하다’고 보고 있어 대다수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최근 1년간 항생제 적정 사용 및 내성에 관한 교육을 충분히 받았다(64.3%)고 답변하면서도, 적절한 항생제 사용 및 내성 교육이 필요하다(89.1%)고 밝혔다.

처방행태에 있어서는 ‘감기 등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생제를 처방한 경우가 있다’고 답변한 비율이 20.8%로 나왔다.

그 이유로는 환자 요구(30.4%)와 환자 증상 악화 우려(24%)가 1~2위였으며, 검사 수행이 어려워 항생제 필요여부 판단이 어려움(18.8%),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상황에 대한 이해 미흡(10.1%), 과거 항생제 처방 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경험(9.6%) 등 순으로 확인됐다.

“의사-환자 누구의 잘못 아냐”…잘못된 방향 막는 노력 필요

의사들이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의료기관 경영진의 항생제 내성 관리에 대한 관심(28%)’이었으며, 처방 의사가 실천할 사항은 ‘정확한 진단 및 적절한 항생제 선택(46.3%)’이었다.

신나리 과장은 “국민은 항생제에 대해 의사에게 처방을 요구하고, 의사 처방 없이 복용하며, 처방받은 항생제 복용 임의 중단 등의 잘못된 행태와 항생제 용도를 잘못 인지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국민에게 항생제 용도와 적정 사용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의사 조사 결과와 관련해서는 “항생제 오남용이 내성 발생의 주요 원인이지만, 불필요한 처방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으며, 환자 요구 또는 증상 악화가 우려돼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 필요성이 높은 것에 비해 교육받은 경험 비율은 낮았다”고 정리했다.

문송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이와 함께 “의료기관에서의 잘못된 처방 관행을 줄여야 한다”며 “의사는 항생제가 불필요한 이유를 진료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지침에 따라 처방할 수 있도록 의료진 대상 교육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문송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의사나 환자 누구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며 “다만 이 현상이 서로 잘못된 방향으로 급격하게 바뀔 것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변정리를 해서 다른 길로 인도를 해야 한다. 환자 입장과 의사입장의 접근·이해가 모두 필요한 상황에서 누구를 위한 어떤 도움을 마련해야할지 정부 정책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의 경우에도 올해 보건복지부·질병청 국정감사에서는 국회로부터 항생제 사용량이 OECD 회원국 중 2위(1위 튀르키예)에 달하는 점을 지적받았으며, 심각한 항생제 내성에 대한 범부처 종합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질병청은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전담관리팀이 의료기관 내 처방된 항생제 적정성을 관리하면서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적정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관리체계 기본을 마련했다.

또한 올해까지 마무리된 2차 계획 성과를 강화·보완한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6~2030년)’을 마무리 작업 중이며 오는 12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