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인단체 독립적 자율정화 기능 필요하다
“징계권·조사권·면허 관리까지 자율규제 정비 시급” 서울시 의약4단체, 의약인단체 자율정화기능 활성화 토론회서 의견 집약
[의학신문·일간보사=유은제 기자]의약인 단체의 자율정화가 ‘특권’이 아닌 ‘책임’이기에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독립적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행 의료법 체계는 면허취소 및 징계 권한이 정부 중심으로 설계돼 전문가 참여가 제한돼 있어 선진국 수준의 조사권·징계권·면허관리 권한을 갖춘 독립적 자율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의약인단체 자율정화 기능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13일 서울특별시의사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안덕선 원장은 “전문직 자율규제는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한 집단적 기준을 정하고 악행을 방지해 윤리적으로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이라며 “자율규제는 전문직 개인과 동료에 대한 책임으로 의료는 형사처벌과 계엄령으로 좋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영국 GMC(General Medical Council U.K)를 예로 들었다. GMC는 왕실 직속 법정단체로서 면허를 부여하고 의료인이 실무에서 기준을 위반할 경우 처벌 대상에 대한 면허 관리에 들어간다.
그는 “의료 전문가가 주도하는 자율 규제 시스템은 의료 행위 표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담보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며 “자율정화는 우리의 권리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투명도를 높여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무법인 예문정앤파트너스 김형주 변호사(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는 자율정화의 법적 근거 및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현행 의료법 체계는 복지부 장관의 면허취소·자격정지 등의 권한이 있다. 지자체의 기관 제재 등 행정부 중심 구조이며, 의사단체는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만 참여할 수 있다”며 “전문직 스스로의 규제를 통해서 보다 나은 의학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료법 제66조2에 따르면 각 중앙회의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 또는 조산사가 제66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경우(품위손상행위)에 한해서만 각 중앙회의 윤리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복지부장관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보건의료인 행정처분 심의위원회 구성에 있어 의료법 2조 1항에 의료인, 약사 등을 포함시키도록 돼 있지만 몇 명을 넣어야 하는지 규정돼 있지 않고 위원장도 복지부 의료정책실장이 맡고 있어 주도적인 심의위원회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우 면허 관리 기구에서 이사회가 의사 6인 일반인 6인으로 되어 있고 의사 등록도 관여하고 의사에 관한 민원 접수 조사부터 징계 조치까지 이뤄진다. 미국도 의사 면허 관리 기구 이사회에서 의사가 50% 이상으로 구성돼 있고 면허 발급, 임원 접수 징계 조치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단체(변협)의 징계권을 예로 들며 “변협은 조사권·징계권·제명 권한까지 가지고 있지만 의료계는 그에 비해 조사권이 없다”며 “의료계가 자율정화로 가기 위해 징계권과 처분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 의료계가 자율정화로 가기 위해 △자격정지 사유 확대 △면허취소 권한 명문화 △조사권 부여 △징계 범위 명확화 등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자율정화는 단순히 권한 요구가 아니라 의무를 갖는 일이다. 의사단체가 실제로 어떤 기준으로 징계할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오킴스 김용범 변호사는 “의료광고 심의 기준은 복지부나 법원보다 훨씬 엄격하고 세밀하다. 이는 자율규제가 오히려 국민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증거”라며 “합법 틀을 가장한 마케팅 회사의 사무장병원 같은 경우 처벌이 어렵기 때문에 복지부와 사법부 등 함께 의견을 반영한 표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 유미화 상임대표는 소비자 시각에서 자율정화를 전문직의 특권이 아니라 책임의 제도화라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자율정화의 필요성을 △재발 방지 △전문직 신뢰 회복 △정부 규제의 한계 보완 등으로 강조했다.
유미화 대표는 “의약단체의 자율정화 기능은 제도가 아니라 국민과 환자를 위한 활동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약속”이라며 “예방 중심의 의료 안전 문화가 정착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