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데믹 경고에도 독감백신 시장 ‘냉기류’
접종률 하락에 납품가 8000원대 추락… “재고 우려에 출혈 경쟁”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정부가 연일 트리플데믹 가능성을 경고하며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독감백신 시장은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접종률 부진과 과잉 공급 우려가 맞물리며 백신 납품 가격이 급락하고, 제약사 간 출혈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한 국공립병원에서 진행된 독감백신 입찰에서 낙찰가가 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10월 초 1만1000원대 수준에서 3000원 이상 하락한 수치다.
의약품유통업계 관계자는 “10년만에 독감 대유행이 올 것이라는 우려감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납품가격 하락은 이례적인 가격”이라며 “제약사들은 물론 의약품유통업체들도 재고 부담을 피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물량을 소진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독감백신 시장의 가격 하락은 접종률 부진과 직결된다. 질병관리청 등 정부 당국과 의료진들은 독감 예방 접종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NIP 시장과는 달리 일반 개원가 접종 시장에서의 접종은 미지근한 상황이다.
이처럼 일반 유료 접종 시장은 수요가 급감하면서, 제약사들은 확보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입찰가를 대폭 낮추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 같은 출혈 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일각에서는 내년 생산 계획에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독감백신을 단순한 시장 상품이 아닌 공공재로 인식하고, 수급 안정과 접종률 제고를 위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트리플데믹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지금의 백신 수급 불균형이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
정부는 현재 독감백신 접종률 제고를 위한 홍보 강화와 함께, 공공조달 가격의 적정성 검토 및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유통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트리플데믹 경고에도 불구하고 실제 접종률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재고가 쌓이면 재고 백신은 고스란히 폐기처분해야 하는 큼 지금이라도 가격을 낮춰서라도 최대한 많이 소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접종을 강조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NIP가 아닌 일반 접종 백신이 남아돌고 있다”며 “공공조달과 민간 수요 간 균형을 맞추는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