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연속성 강화 · 혁신 뒷받침하는 정책 필요”
환자 만족도 97% · 의사 73.5% · 약사 56.2% 만족…접근성 개선 긍정평가 이해당사자 간 정책 우선순위는 상이
[의학신문·일간보사=최진욱 기자]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용자·제공자의 높은 만족도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법제화 과정에서 비대면 진료를 제한하기보다, 의료 접근·연속성 강화와 혁신을 뒷받침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공동회장 이슬·선재원, 이하 원산협)는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대면진료의 미래: 대국민 정책 수요조사 결과 발표 및 업계 정책 제언’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 과정에서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슬 공동회장(닥터나우 이사)은 “비대면 진료는 이미 6년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증이 이뤄진 의료 전달 방식으로, 대형병원 쏠림이나 심각한 의료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다”며 “772만 건의 비대면 진료 이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국민의 의료 접근성은 오히려 확대됐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불필요한 제한이 아니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 설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대면 진료를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의료 혁신 플랫폼으로 바라본다면 국민 편의 증진과 의료 산업 성장의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선택권·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한 법제화 △혁신과 육성 중심의 정책 전환 △민·관 협력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이와 함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높은 만족도가 확인된 만큼, 법제화와 제도 구체화 과정에서 국민과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한국리서치 이동한 수석연구원은 ‘비대면진료 정책에 대한 만족도·개선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실제 비대면진료 이용 경험이 있는 국민 1051명과 의·약사 430명을 대상으로 △비대면진료 이용 만족도 △정책 수요 △향후 이용 의향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인식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환자의 97.1%가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시간 절약 효과(95.7%) △의료 접근성 개선(94.5%) △대면진료 지연·포기 문제 해결(93.5%) △병원·약국 정보 접근 용이(91.8%) △의약품 접근성 개선(88.5%) △반복 처방·만성질환 관리 용이(85.7%) 등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또한 환자 중 91.5%가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답했으며, 비대면진료 중단 시에는 88%가 일상에서 불편을 느낄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비대면진료 이용 시 플랫폼을 활용할 의향도 94.9%에 달했다.
의·약사의 경우,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의사의 73.5%와 약사 56.2%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공통적으로 △환자의 의료 접근성 개선(의사 82.1%·약사 68.5%) △의약품 접근성 개선(의사 70.9%·약사 66.3%) △환자와의 소통 어려움 적음(의사 70.2%·약사 57.7%)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향후 참여 의향은 의사 92.7%, 약사 82.4%로 나타났다.
다만, 이해관계자별 정책 우선순위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환자는 진료 과목 확대와 의약품 배송 허용 등 의료 접근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반면, 의사는 의료사고 책임·보상 기준 마련과 비대면진료 수가 현실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약사는 성분명 처방 허용과 대형 약국 쏠림 방지 등 약국 단계 업무 환경 개선 필요성 가장 우선시 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환자·의사·약사가 체감하는 핵심 과제가 서로 다른 만큼, 법제화 과정에서는 각 주체의 요구를 균형 있게 반영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닥터나우 정진웅 대표 역시 이에 공감하며, 비대면 진료의 비전을 함께 제시했다.
정 대표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추진되고 있는 지금, 앞으로의 디테일한 설계가 한국 의료의 10년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는 단순히 의사·약사·환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의료의 전체 과정과 질을 향상시키는 의료 인프라”라고 말했다.
또 그는 “비대면 진료가 제대로 제도화된다면 환자는 병원 문턱을 넘지 않아도 진료를 받고, 약국에 방문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복약 지도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는 환자별 건강데이터(PHR)와 AI 기반 분석을 활용한 맞춤형 진료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