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여, 재택의료의 중심에 서라

2025-11-10     의학신문
노동훈
편한자리 의원 원장
<'통합돌봄 현장. 의사가 집으로 옵니다’저자>)

[의학신문·일간보사]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병원 중심의료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의료는 환자의 삶의 공간인 집으로 향하고 있다. 1970년대 가방을 챙겨 가던 왕진이 재택의료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그 대상은 거동이 불편하고 다양한 질병을 가진 만성질환자, 시설로 못 가는 독거노인, 그리고 말기 암 환자들이다. 재택의료는 그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전국의 3만 6천여 개 의원 중 방문진료를 신청한 기관은 3% 미만이며, 실제 참여율은 1%도 채 되지 않는 0.9% 수준이다. 반면 한의원은 의원의 3배에 가까운 비율로 뛰어들고 있다. 의사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의사가 관심이 없는 사이 간호사, 한의사, 약사, 물리치료사 등 다른 직역들은 재택의료를 자신의 핵심 역량으로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재택의료는 의사 아닌 다른 직종으로 넘어갈 것이며, 국민에게 최선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할 것이다.

재택의료는 단순 왕진의 복고가 아니다. 의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치료(Cure)를 넘어 돌봄(Care)을 통합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재택의료는 의사가 중심에 서야 한다.

1. 환자의 품위 있는 삶과 존엄한 죽음을 위한 노력

재택의료는 회복이 어렵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요양시설 등에 가지 않고 집에서 건강하게 머물도록 돕는다. 병원에서 매일 회진을 돌듯, 재택 환자들에게 2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정기 방문 진료를 제공하여 환자의 기능 저하와 변화를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2. 지속 불가능한 시설 의료비를 막는 해법

정부는 의료비 증가를 걱정한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재택의료가 병원 입원과 응급실 방문을 낮추고 의료비를 줄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재택 의료는 익숙한 집에서 진료를 받으며 동시에 의료비 증가를 막는 방안이다. 현 정부도 국정 과제에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제시했다.

▶ 방문진료의 순서: 일차의료 방문진료를 넘어 장기요양 재택의료로

(1) 첫걸음: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 사업

오랫동안 외래를 다니던 환자가 거동이 불편해 대리 처방을 받는 경우, 보호자에게 집으로 가서 진료를 보겠다고 제안한다. 현장에서 환자를 보고 상태를 파악 후 처방한다면 보호자도 만족할 것이다. 점심 시간이나 퇴근 길에 한 곳을 가본다. 현재 월 60회 가능하다.

(2) 심화 및 안정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 사업

방문진료가 익숙해지면 장기요양 재택의료 센터를 신청한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1인 이상으로 구성된 팀을 준비한다. 월 100회까지 방문진료 횟수가 늘어나며, 장기 요양 대상자 관리를 통해 월 14만 원의 재택의료 기본료 등 수가를 받는다. 재택의료 협회 등에 문의하면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3)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진료를 넘어 연결로

재택의료는 단순 약을 처방하는 행위를 넘어선다. 환자가 ‘몸이 붓고 숨이 차요’, ‘소변줄 교체가 필요해요’, ‘장기요양보험 서류가 필요해요’ 등 복합적 요구를 할 때,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가라는 것은 환자를 위한 일이 아니다. 환자는 분절된 의료 서비스 속에서 길을 잃는다.

재택의료 의사는 환자 중심 코디네이터가 되어야 한다. 진료와 처치 시술 외에도 환자에게 필요한 방문 요양 서비스, 지역 복지 자원, 간호 인력 등을 연결해주는 '통합 돌봄의 중추(Hub)'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금이 행동할 때다. 환자의 삶의 질, 국가 재정 안정, 그리고 의사 직능의 미래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 시대의 핵심 소명인 재택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치료 중심에서 돌봄까지 관리하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한 건이라도 시작하고, 재택의료 시범 사업 공모를 신청하자. 초고령 대한민국의 돌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