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의의 ‘E의원’ 명칭 사용 제한은 위법”

E명칭 피부미용 연상되지만 피부과 전문의로 오인 가능성 낮아 서울행정법원 “의료법 시행규칙상 신체부위명 사용금지 규정 없어”

2025-11-10     정광성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서울행정법원이 서울시 강동구보건소가 비전문의 의사의 의원 명칭 변경신고를 반려한 처분을 취소했다.

서울행성법원 제14부는 최근 일반의인 B의원 A원장(원고)이 서울시 강동구보건소를 상대로 제기한 ‘의료기관개설신고사항 변경신고불수리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 강동구에서 ‘B의원’을 운영하던 A의사는 2025년 2월, 의료기관 명칭을 ‘E의원’으로 변경하겠다고 보건소에 신고했다.

그러나 강동구보건소는 ‘E’라는 고유명칭이 특정 진료과목 또는 질환명과 비슷하다며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 제1호 위반을 이유로 신고수리를 거부했다.

보건소는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B 의원의 고유 명칭에 ‘F’라는 표현이 들어가면 의료소비자들이 성형외과나 피부과 전문의가 개설한 의료기관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가 아닌 원고가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작성·배포한 ‘2025년 의료기관 개설 및 의료법인 설립 운영 편람’에도 이와 같은 해석이 포함돼 있다.

이에 반발해 A원장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이번 사건의 쟁점은 ‘E’라는 명칭이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 제1호의 금지사유인 ‘특정 진료과목 또는 질환명과 비슷한 명칭’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먼저 재판부는 ‘E’라는 명칭이 얼굴의 피부미용이 쉽게 연상되고 원고 또는 원고가 가입한 병원경영지원 프랜차이즈회사에서도 그런 의도에서 작명을 한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민의 권익을 제한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 하거나 유추해석 해서는 안된다”며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료법상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사의 진료범위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 일반의도 얼굴 부위 질병 치료 및 피부개선을 위한 진료행위가 허용되고 있는 만큼 전문의의 독점 진료영역이 아니라고 짚었다.

또한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 제1’호는 ‘특정 진료과목 또는 질환명과 비슷한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나, ‘특정 신체부위명’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과 제40조 제4호 역시 전문의 표시를 허용하는 규정일 뿐, 전문의만 특정 부위를 명칭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근거는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건소가 내세운 ‘의료기관 개설자가 전문의인 경우에만 의료기관 고유명칭에 관련 신체부위명 표시가 허용된다’는 해석에 대해 재판부는 “문언의 범위를 벗어나는 확장·유추해석으로서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전문의는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의료기관 명칭에 전문과목을 표시할 수 있고, 일반의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의료소비자들이 이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 의료기관에서 E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해도 의료소비자들이 원고가 성형외과 또는 피부과 전문의라고 오인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동일 프랜차이즈 내에서 이미 ‘E의원’ 명칭을 허용받은 의원들이 다수 운영 중인 점을 들어, 유독 원고만 제한하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동일한 병원경영지원 프랜차이즈회사에 가입한 일반의가 ‘E의원’이라는 명칭으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것에 대해 서울시 M보건소장과 수원시 L보건소장은 신고수리처분해 현재 해당 지역에서 그 명칭으로 개설·운영 중”이라며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피고가 부담하도록 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