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같은 척추 보조기, 효과 있나?” ‘데이터’로 편견 깬 VNTC 스파이나믹
글로벌 최대 기업 에노비스서 전략적 투자 유치…내년 미국·유럽 시장 본격 진출 청신호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딱딱한 플라스틱이 아닌 의류 형태라 처음에는 의사 선생님들의 신뢰를 얻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이 고정관념을 ‘임상 결과’로 뒤집었습니다”
2025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 척추측만증 보조기 스파이나믹의 개발사 VNTC의 노경석 대표는 의학신문과 만나 올해를 “회사의 비전을 달성하는 첫 단추를 끼운 해”라고 회고했다. 9년의 R&D 결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가장 큰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VNTC는 올해 9월, 업계 최대 글로벌 기업 중 하나인 에노비스(Enovis)로 부터 직접 투자를 유치하고 글로벌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노경석 대표<사진>는 “기존 수작업(석고 몰딩) 방식 보조기의 낮은 품질과 대량 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 제품이 스파이나믹”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대량 유통이 가능한 기성형 보조기라는 점이 에노비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미 스파이나믹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처방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년 3월 미국 시장 정식 런칭, 5월 독일 'OT world' 전시회를 통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척추측만증 환자 대부분은 11~13세 여아들로, 평균 3~4년간 하루 18시간 이상 보조기를 착용해야 한다. 기존 플라스틱 보조기는 환자에게 우울증을 유발할 정도로 정서적 고통이 컸다. VNTC는 이 점에 착안, 꼭 필요한 부분 외에는 대부분 패브릭 소재를 사용한 의류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환자 친화적 디자인은 초기 시장 진입의 가장 큰 '저항'이기도 했다.
노 대표는 “처음에는 의료진의 신뢰를 얻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스파이나믹은 국내 유일하게 정식 임상을 거친 보조기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임상 논문이 국제 학술지(Children)에 실릴 정도로 효과를 증명하며 신뢰를 쌓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식 임상 스터디와 논문을 통해 의료진과 소통하는 것이 기존 보조기 회사들과의 가장 큰 차별화된 영업 전략”이라며 “환자들에게는 병원에서 제품을 직접 확인했을 때 느끼는 디자인의 직관적인 차별성도 유효했다”고 덧붙였다.
2차 혁신 ‘스파이나믹 라이브’ 환자·보호자·의사 ‘원팀'으로
척추측만증 보조기 치료의 핵심은 순응도다. 하루 18시간 미만 착용 시 효과가 급격히 떨어진다. 하지만 노 대표에 따르면 기존 보조기의 착용 시간 준수율은 여러 논문에서 평균 15%에 불과할 정도로 낮았다.
VNTC는 1차적으로 환자 친화적 디자인을 통해 순응도를 높였고, 이제 데이터를 통해 2차 혁신을 준비 중이다. 2027년 1분기 미국 출시를 목표로 양산 중인 ’스파이나믹 라이브‘가 그 주인공이다.
스파이나믹 라이브는 세계 최초의 압력 센서 기반 측만증 보조기다. 아이의 착용 시간과 압력 유지 정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앱으로 보호자에게 전송한다.
노 대표는 “부모가 아이의 힘든 여정을 함께하도록 돕고, 의사는 진료 시 축적된 데이터로 진료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며 “환자, 보호자, 의사 세 그룹이 '원팀'이 되어 측만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성능과 편의성, R&D로 타협점…급여화는 국가적 과제”
성능(교정력)과 편의성(디자인)이라는 상충된 목표를 조율한 비결도 궁금했다. 그는 “구조에 집중했다”며 “필요한 부분에만 단단한 플라스틱을 쓰고, 경직성 패브릭 소재를 적절히 사용했다. 재질이 아닌, 제품의 구조 및 디자인으로 교정력을 확보하는 타협점을 수년간의 R&D를 통해 찾았다"고 밝혔다.
향후 VNTC는 현재 기술을 무릎, 어깨 등 다른 신체 부위로 확장하는 한편, 환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척추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개발해 척추 질환 전반의 치료에 기여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인터뷰를 마치며 노경석 대표는 국내 정책에 대한 걱정 어린 목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측만증 보조기를 국가가 지원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급여 대상이 아니라 환자들이 부담스러운 가격에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를 못 받아 척추가 휜 채 성인이 되면 지속적 통증으로 사회생활이 어려울 수 있고, 이는 곧 국가적 손해로 이어진다”며 “전체 인구의 4%가 겪는 질병인 만큼, 정부의 절실한 지원과 국가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