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혈우병, 혈액응고인자 특성에 기반한 환자 맞춤형 치료 필요성 증가
알프로릭스, 환자 편의성·출혈 예방·관절 보호 효과까지 기대되는 맞춤형 치료 옵션 제주대학교병원 희귀질환 거점센터 혈우병 환자 맞춤형 관리 통해 지역 치료 접근성 강화
[의학신문·일간보사=의학신문 ]혈우병은 체내 혈액응고인자 부족으로 인해 특별한 원인이나 외부 충격이 없어도 자발적인 출혈이 일어나는 희귀출혈질환이다. 혈우병은 결핍된 응고인자에 따라 크게 A형 혈우병과 B형 혈우병으로 분류된다.
A형 혈우병의 경우 8번 혈액응고인자(Factor VIII), B형 혈우병의 경우 9번 혈액응고인자(Factor IX)의 결핍 또는 이상으로 발생하며, 혈우병 환자는 관절과 근육 내 자발적 출혈로 인한 혈우병성 관절병증을 흔히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혈우병 치료제는 혈액응고인자의 체내 최저 농도를 의미하는 혈액응고인자 최저치를 유지하는 데에 중점을 두어 왔다.
그러나 혈액응고인자 최저치는 혈관 내에 분포하는 혈액응고인자 활성도에 한정된 지표로, B형 혈우병 환자의 치료 목표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실제로 A형 혈우병 환자는 B형 혈우병 환자 대비 평균 출혈 횟수와 평균 관절 수술 횟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A형 혈우병 환자에서 8번 혈액응고인자의 경우 약 16%만이 혈관 외 영역으로 빠져나가 분포하는 반면, B형 혈우병 환자에서 상대적으로 분자량이 작은 9번 혈액응고인자는 약 40%가 조직, 근육, 관절 등 혈관 외 조직에 분포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현식 교수는 “B형 혈우병 치료제를 평가하고 치료 전략을 결정할 때에는 혈액응고인자 최저치뿐만 아니라 혈액응고인자의 혈관 외 분포용적 등을 포함한 다양한 평가 요인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관절 등으로 혈관 외 분포하는 용적이 더 넒은 치료제라면, 혈우병 환자에서 대다수가 경험하는 혈우병성 관절병증을 예방하고 관절을 보호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표적인 B형 혈우병 치료제 유형으로는 표준 반감기 제제(SHL)와 반감기 연장 제제(EHL)가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에 최초로 허가된 B형 혈우병 반감기 연장 제제(EHL)인 ‘알프로릭스’는 표준 반감기 제제(SHL) 대비 반감기를 2.4배 연장해 주사 횟수를 줄임으로써 환자 편의성을 개선하고, 출혈 예방 효과 측면에서 치료 혜택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B형 혈우병 치료제 대비 혈관 외 분포용적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강현식 교수는 “B형 혈우병 성인 및 소아 환자에서 알프로릭스는 최소 주 1회 또는 성인 환자에서 최대 2주에 1회 투약만으로도 안정적인 출혈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적은 투여 횟수로 삶의 질을 높이며 출혈 예방 효과를 보고자 하는 혈우병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현식 교수는 “알프로릭스는 혈관 외 분포용적이 커 무릎과 어깨 관절 같은 혈관 외의 부위에 더욱 활발히 분포한다는 특징이 있어서, B형 혈우병 환자의 장기적인 관절 손상을 예방하는 측면에서도 환자 치료 혜택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반감기 연장 제제(EHL) 등 다양한 혈우병 치료제 도입으로 혈우병 환자의 예방요법 전략은 각 환자의 연령, 중증도, 출혈 양상, 동반 질환 및 개별 환자가 도달하고자 하는 건강 상태나 신체 활동에 따른 ‘개인 맞춤형 치료’로 옮겨지고 있다.
혈우병 치료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치료 옵션 확보와 치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환자 치료의 질을 향상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지역거점병원의 역할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2021년 희귀질환 제주권역 거점센터로 지정된 제주대학교병원은 지역 내에서 혈우병 전문 치료와 상담을 제공해 제주 지역 혈우병 환자의 치료 접근성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현재 제주대학교병원에서는 희귀질환 특수 클리닉 운영을 통해 치료 프로그램 개설 및 재활 치료 연계, 환자 교육 프로그램 보급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강현식 교수는 “제주대학교병원은 희귀질환 제주권역 거점센터로서 혈우병 환자와 가족들이 지역 내에서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현재 제주대학교병원에서는 총 7개의 혈우병 치료 옵션을 취급하고 있으며, 이 중 알프로릭스를 포함해 반감기 연장 제제(EHL) 1종, 표준 반감기 제제(SHL) 2종, 비응고 인자 제제 1종 등 총 4종은 환자가 언제든 처방 받을 수 있도록 상시 비치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강현식 교수는 “앞으로도 제주 지역 혈우병 환자의 미충족 요구를 해소하고 치료 환경을 향상하고자, 다양한 치료 옵션 도입과 환자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환자 맞춤형’ 혈우병 치료·관리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