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안심하고 진료해야 공공병원 안정으로 이어져”
정용구 김천의료원장, ‘신경외과의사회 존경받는 의료인상’ 수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의사가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그것이 환자신뢰와 경영 안정으로 이어진 공공병원이 있어 주목된다.
공공의료가 흑자를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에서 의료진과 환자 두마리 토끼를 잡은 병원의 사례가 나온 것이다.
정용구 김천의료원장<사진>은 지난 26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열린 ‘2025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제40차 추계 학술대회’에서 ‘존경받는 의료인상’을 수상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공의료에 대한 철학을 공유했다.
이번 ‘존경받는 의료인상’은 정용구 원장이 고려대 의대 신경외과 주임교수, 대한뇌종양학회회장,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남기며 학회·의사회에 기여한 점, 특히 김천의료원장으로서 지역 의료발전에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공공의료 전문가로 크게 공헌한 점을 인정해 수여됐다.
정용구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3월, 제16대 김천의료원장으로 취임한 정용구 의료원장은 지방의 한 공공병원을 ‘환자 중심의 경쟁력 있는 병원’으로 탈바꿈시켰다.
구체적으로는 공공병원장으로서 지역주민과 환자들에게 선진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특히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에게 필수의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데 앞장서 왔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김천의료원의 경영회복률을 85%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러한 공로로 올해 4월 ‘제53회 보건의 날’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제17대 의료원장으로 연임되며 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정 원장은 “공공병원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환자 신뢰, 봉사, 시스템이 본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의사가 안심하고 진료하는 병원이 된다면 의료진들도 공공의료에 눈길을 돌릴 것”이라며 “의사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 동료 협업이 가능한 시스템이 있어야 병원에 남을 마음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영 철학은 분만산부인과와 뇌혈관센터 설치 등 배후진료 역량강화와 의료사고 적극 대응 등 김천의료원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의료진 근무 여건 획기적 개선…배후진료 · 의료사고 책임 등도
지방에서 가장 시급한 중증 응급환자 대응을 위해 이에 뇌혈관센터를 신설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7명으로 늘려 24시간 대응체계를 갖췄으며, 저출생 시대에 맞춰 산부인과를 다시 열고 산후조리원과 연계해 분만 인프라를 강화했다.
특히 의료진의 휴가를 보장하고, 국내외 학회 참석을 적극 지원하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데 노력했으며, 병원 차원에서 의료사고 공제보험을 전액 부담해 의료진이 안정적으로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특히, 의료사고를 대비해 공제보험 외에 연 5000만원씩 별도의 적금 형태의 자체적인 재원을 마련한 점도 주목된다.
정용구 원장은 “김천 지역의 연간 출산이 약 600건인데, 과거에는 대부분 외부로 나가서 출산했다”며 “지금은 김천의료원에서만 연 150건가량의 분만이 이뤄지고 있는데, 공공병원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월급만 높은 게 아니라 진료환경에서 배후진료 영역이 갖춰져야 마음 놓고 진료가 가능하다”며 “의료진이 늘면 진료 역량이 커지고, 진료 역량이 커지면 의료진이 남으며, 의료진이 남으면 환자가 늘고, 환자가 늘면 병원은 다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공공의료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반증하듯, 김천의료원은 공공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3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으며, 전국 공공병원 평균(60% 초반)보다 높은 85%의 병상가동률을 보였다. 이는 공공병원도 민간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정용구 원장은 공공병원의 본질은 흑자와 적자가 아닌, 국가의 ‘공공 서비스’로서의 재정투자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원장은 “공공병원은 기본적으로 퇴직적립금만 해도 연간 35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흑자보다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운영과 공공의료의 지속성, 체계적인 시스템의 힘”이라고 짚었다.
또한 “공공병원 대부분이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며 “병원이 커지고 인원이 늘어나면 퇴직적립금은 계속 나갈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최소화시키면서 공공병원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국가에서 적자분을 온전히 보존해서 공공의료원장과 의사들이 경영을 생각하지 않고 필수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천의료원은 여기서 성장을 멈추지 않고 현재 430억원 규모의 병상 증설 사업을 추진 중이며, 완공 시 보다 전문화된 중증진료 병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된다.
정용구 원장은 “현재 김천 주민의 외래 40%, 입원 50%가 서울 등 외지로 나가는데, 이 비율을 10%씩만 줄여도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공의료의 본질은 결국 봉사라는 사실, 공공병원도 환자의 신뢰와 의료진의 헌신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