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지속가능성·첨단제조’ 발목 잡히나

미래 성장 과제 산적…싸이티바, ESG·신약 생산역량 보완 시급 지적 빠른 추격자 넘어 선도자 되려면…“혁신·규제·협력 생태계 구축 필요”

2025-10-17     오인규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입증한 한국 바이오 산업이 ‘지속가능성’과 ‘첨단 치료제 생산역량’이라는 두 가지 큰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공급망 안정성 등 전통적인 강점만으로는 미래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윤 싸이티바 전무와 함께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지고 있는 최준호 대표(오른쪽)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 싸이티바(Cytiva)는 지난 16일 '2025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지수' 분석을 통해 한국 바이오 산업이 당면한 주요 과제들을 제시했다.

이번 조사는 전 세계 주요국 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한국은 이날 글로벌 3위로 평가될 정도로 여러 부문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이날 동시에 진행된 발표 및 질의응답 시간에서 명확한 약점도 드러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올해 처음 평가 항목에 포함된 이 부문에서 한국은 낮은 점수를 받으며 준비가 미흡함을 드러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실행 단계는 더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관련 규제를 깊이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다.

이날 최준호 싸이티바 코리아 대표는 “지속가능성은 이제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을 선정하는 핵심 평가 지표가 될 만큼 현실적인 비즈니스 요건”이라며 “고객사와 글로벌 규제 기관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체계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첨단 신약 수요 못 따라가는 '제조 역량'…규제 장벽도 여전

‘제조 민첩성’ 역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같은 차세대 첨단 치료제 생산에 있어 공정 표준화와 안정화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는 곧 수요가 급증할 때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소규모 바이오텍이 느끼는 복잡한 규제 환경도 혁신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작년 시행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첨생법)'이 여러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규제의 문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한국 바이오 산업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시장 선도자(First Mover)’로 전환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최준호 대표는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장을 이끌기 위한 과감한 혁신과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지원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 내 플레이어들이 더욱 긴밀히 네트워킹하고 협업 기회를 모색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