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부담줄인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 국내 급여 반영은 '뒷전'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 잇따라 급여 인정… 국내 합리적 평가 시급 최초이자 유일하게 5년 장기 생존 가능성 확인

2025-10-13     김상일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10월 열린 제10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임핀지(더발루맙)와 이뮤도(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이 상정되지 않으면서 의료계와 환자 사회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 잇따라 급여가 인정된 만큼, 국내에서도 합리적이고 포괄적인 평가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은 2023년 6월 국내 허가를 받은 간세포암 1차 치료 옵션으로, PD-L1 억제제인 임핀지와 CTLA-4 억제제인 이뮤도를 첫 주기에 단 한 차례 병용 투여한 뒤 임핀지를 단독 유지요법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항종양 면역 반응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간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허가의 근거가 된 HIMALAYA 3상 연구에서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은 전체생존율 60개월 시점 19.6%를 기록해 기존 표준치료제인 소라페닙(6.4%)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현재까지 허가된 간세포암 치료제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5년 장기 생존 가능성을 입증한 결과다.

또한 차일드-퓨(Child-Pugh) 등급과 ALBI(ALbumin-Bilirubin) 점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간 기능 저하 환자에서도 생존 혜택을 확인했다. 더불어 기존 치료제의 한계였던 위식도 정맥류 출혈 위험을 낮춰 내시경 검사 없이도 치료가 가능해 환자 부담을 줄인 점도 주목된다.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의 또 다른 특징은 ‘원샷’ 치료제인 이뮤도의 단회 투여 방식이다. 첫 주기 단 한 번의 병용 투여만으로 장기 생존 기대 효과를 확보할 수 있어 환자의 내약성과 이상반응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며, 사회적·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급여 논의에서는 이 같은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행 규정상 약제 특성에 따라 분석 기간(Time Horizon)을 달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논의에서는 여전히 ‘원샷 치료제’의 가치를 제한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예정된 제11차 약평위에서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이 재상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간암 전문가들은 면역항암제의 효과 평가에서 중앙값 무진행생존기간(mPFS)의 한계를 지적하며, 평균 투약기간(mean DoT)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간암 환자에서는 종양이 일시적으로 커졌다가 다시 줄어드는 ‘가성 진행’ 현상이 흔해, mPFS 지표만으로는 실제 임상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mean DoT는 환자의 실제 반응, 임상 증상, 치료 지속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되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평가 지표로 제시된다. 영국 NICE 역시 비용 비교 평가 시 단순 약제비뿐 아니라 의료자원 활용비, 부작용 관리비 등 전체 비용을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할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는 환자 치료 지속기간과 관련 비용을 실제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급여 평가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은 이미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 8개 참조국에서 급여가 인정됐으며, 2025년 2월에는 한국과 환경이 유사한 대만에서도 등재됐다. 특히 올해 호주 PBAC는 HIMALAYA 연구의 mean DoT와 호주 실사용 데이터를 근거로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대비 비용-최소화(cost-minimisation) 평가를 수행해 6월 급여 권고를 발표했다.

영국 NICE도 2025년 8월, 중증 간세포암 환자의 삶의 질 손실을 반영해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 QALY당 최대 £30,000까지 수용하며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의 급여를 권고했다. 이는 기존 소라페닙 대비 생존기간 연장, 렌바티닙 대비 향상된 생존 기대,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과 유사한 효능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주요국이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의 임상적 가치와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급여를 인정한 사례는 국내 정책에도 중요한 참고가 된다.

국내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환자들에게는 치료 기회의 유무가 곧 생존과 직결된다.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 급여가 인정된 치료 옵션이 국내에서만 제한적으로 논의되는 현실은 안타깝다"며 "환자와 의료진이 다양한 치료 전략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접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